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 서울대생 1440명 대상으로 실시

서울대 성희롱․성폭력 상담소는 지난 12월 22일(월) 근대법학교육 100주년 기념관에서 「대학 내 성폭력의 실태와 정책」을 주제로 시민단체 관계자들과 여성부 담당관, 김혜란 교수(사회복지학과)와 양현아 교수(법학과) 등이 참가한 가운데 심포지엄을 열었다.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 박명규 교수팀이 작년 9월 서울대생 144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03년 대학생 성의식 및 성폭력 실태조사 결과’가 발표돼서 눈길을 끌었다.


이번 설문 조사 결과를 연구팀은 결혼, 동거, 혼전 섹스, 동성애 등에 대한 대학생들의 인식이 통념에 비해 상대적으로 개방적이며, 성별과 종교, 성장 지역 등에 따라 뚜렷한 견해 차이를 드러냈다고 분석했다. 남학생이 여학생보다 섹스와 동거에 대해서는 개방적이나 결혼과 동성애에 관해서는 보수적인 시각을 보였고 성폭력에 대해 잘못된 통념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그 동안 성폭력의 가해자로만 인식되었던 남학생의 피해 사례가 확인되는 등 양성 모두에게 가해지는 성폭력 예방 논의의 활성화와 바람직한 성의식의 형성이 과제로 제기됐다.


구체적인 결과 분석에서 성에 대한 지식의 정도는 남성과 여성이 대체로 비슷하나 섹스, 성병, 피임, 낙태에 관해서는 남학생이 여학생보다 더 잘 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혼에 대해서는 21.2%가 ‘꼭 해야 한다’, 39.2%가 ‘가능하면 하는 것이 좋다’고 답하는 등 긍정적인 의견이 60.4%로 나타났다. 일상에서 가족 외에 가장 가깝게 접촉하는 집단에서 여성의 비율이 높을수록 남녀 모두 ‘안할 수도 있다’는 의견이 늘어났다. 혼전 섹스에 대한 의견은 51.6%가 ‘사랑하는 사이라면 무방하다’, 10%가 ‘어떠한 조건없이도 무방하다’고 답해 상당수가 개방적인 의견을 나타냈다.

 

'남학생, 섹스ㆍ동거에 대해선 개방적
결혼ㆍ동성애에 대해선 보수적’

 

성폭력에 대해서는 물리적 범주의 성폭력에 대한 인식은 남녀가 거의 일치하는 반면 언어적 성폭력 등 비신체적 영역에 대한 인식의 수준은 여성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밖에도 성 경험을 묻는 질문에서는 30.9%가 ‘섹스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최초의 섹스 상황에 대한 질문에서는 ‘합의에 의한 것이었다’(77.5%)가 다수이긴 하지만, ‘판단이 안된다’(19.9%), ‘강제적이었다’(2.6%)는 응답도 있었다.


성희롱ㆍ성폭력 경험을 언어적, 비언어적, 물리적 유형으로 구분했을 때, 언어적 유형에 속하는 ‘여성다움, 남성다움을 강요하는 말이나 행동’의 응답비율이 가해경험 20.8%, 피해경험 31%를 차지해 가장 높았다. 언어적 유형의 경우는 남성의 피해경험도 여성과 비슷한 비율로 나타났으나, 비언어적․물리적 피해는 여성의 경험이 현격히 높았다.


성희롱ㆍ성폭력에 대한 대처를 묻는 질문에서는 57.7%가 ‘불쾌하지만 분위기나 관계를 고려해 참았다’고 답했고, 3.1%만이 ‘사건을 공론화 시키는 등 조직적으로 대응했다’고 답했다. 피해시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 이유에 관해서는 ‘문제를 제기해도 소용없다고 생각해서’가 49%,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방법을 몰라서’가 38%를 차지했고, ‘상대방에게 보복당할 것 같아서’라는 응답도 7.6%를 차지했다.


한편 이번 심포지움에서는 국내외 대학의 성희롱ㆍ성폭력 정책과 상담기구의 위상을 점검하고 활동방향을 모색하는 논의도 함께 진행되었다. 국내외 각 대학들이 채택하고 있는 성희롱․성폭력 정책의 내용과 수행방식을 비교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 4년제 대학의 경우 상담원 배정이나 상담 창구 설치 비율은 높은 편이나 전문 상담원을 두거나 사건 처리 기한을 명시하는 등의 신속하고 정확한 조치를 위한 구체적 규정을 둔 곳은 부족한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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