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잡는 쇠고기 수입 반대!“

지난 2일(금) 「일상다반사」, 「순정만화」로 잘 알려진 웹툰작가 강도영씨가 개인 홈페이지에 ‘미친소릴레이’라는 제목의 웹툰을 게재해 ‘쇠고기가 원료로 들어가는 식품 곳곳에 광우병의 위협이 도사리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강도영씨에 이어 동료 웹툰작가들도 비슷한 성격의 만화를 릴레이 형식으로 인터넷에 올렸다. ‘미친소릴레이’로 통칭되는 웹툰들의 주된 내용은 △광우병의 발생 경로와 증상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따른 부정적 파급효과 △정부의 졸속 협상체결에 대한 규탄 등이다.

‘미친소릴레이’의 발원지는 온라인 웹툰작가 커뮤니티 ‘럽툰’과 ‘카툰부머’다. 강도영씨의 제안에 따라 ‘럽툰’에 소속된 「트라우마」의  곽백수씨, 「나비효과」의 박성열씨 등 10여명의 작가가 릴레이 만화에 동참했다. ‘카툰부머’에서는 지난 1일(목) 광우병 관련 릴레이 만화를 그리기로 결정해 현재까지 40여편의 릴레이 만화가 게시판에 올라왔다.

작가마다 선택한 소재와 표현방식은 다양하다. 박성열씨는 헌혈이나 타액 접촉 등을 통해 광우병 감염자 수가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부각시켰고, 곽백수씨는 미국산 쇠고기 개방에 대한 보수 언론의 논조가 사안에 따라 원칙 없이 뒤바뀌고 있음을  꼬집었다. 「야마꼬툰」의 송인범씨는 ‘개방을 안 할 수는 없다. 단, 인도에서도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한다는 조건을 덧붙여라’는 식의 희화적 내용을 게재하기도 했다.

‘미친소릴레이’는 시간이 지나면서 아마추어 웹툰작가들까지 가세하는 형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네이버’의 ‘도전!만화가’ 코너, ‘다음’의 ‘나도만화가’ 코너 등에는 이미 관련 웹툰이 60여편 넘게 올라와 미국산 쇠고기 개방 이후 예상되는 부정적 파급효과를 누리꾼에게 알리고 있다. 디시인사이드의 ‘카툰연재갤러리’에도 20여편의 관련 웹툰이 올라왔다.

‘미친소릴레이’에 대한 누리꾼들의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다. 현재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미친소릴레이’ 혹은 ‘광우병만화’를 입력하면 수천건의 웹페이지가 검색된다. 해당 웹툰들이 누리꾼의 자발적인 스크랩을 통해 개인블로그, 미니홈피, 유머사이트 등으로 널리 퍼졌기 때문이다. 조회수와 댓글도 엄청나다. 네이버에서 ‘컴맹’이라는 닉네임으로 활동중인 한 누리꾼은 “한미쇠고기협정이 체결됐다는 소식을 듣고도 사실 피부에 와닿지는 않았다”며 “광우병 릴레이 만화를 보고서야 문제의 심각성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미친소릴레이’가 부정확한 정보를 과장해 유포시키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해당 웹툰들이 근거로 삼은 △「MBC」‘PD수첩’이 방영한 광우병 소 도축 장면 △광우병 원인 물질로 알려진 변형 프리온이 섭씨 600도에서도 죽지 않는다는 설 △광우병이 생리대, 화장품으로도 전염된다는 설 등이 잘못된 정보라는 것이다. ‘흑묘’라는 필명으로 활동중인 한 아마추어 웹툰 작가는 “‘미친소릴레이’에 동참한 웹툰들이 과장된 정보로 공포심을 조장해 누리꾼의 이성적 판단을 막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반비례반스’라는 닉네임을 사용하는 한 누리꾼은 ‘미친소릴레이’에 동참한 한 웹툰작가의 개인홈페이지 게시판에 “광우병 쇠고기의 위험성중에는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사실도 있다”며 “그저 ‘루머’에 불과한 것을 기정사실인 양 만화로 그린 것은 신중하지 못한 처사”라는 비판적인 댓글을 달기도 했다.

이에 대해 박성열씨는 “우리의 목표는 이 만화들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자료를 더 찾아보게 하는 것”이라며 “그 과정에서 독자들이 과장된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을 구별해 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웹툰작가들이 사회적 이슈를 소재로 릴레이 만화를 그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문제가 불거졌을 때도 강도영씨, 양영순씨 등 수많은 웹툰작가들이 릴레이 만화로 목소리를 한데 모은 바 있다. 그러나 이번 ‘미친소릴레이’와 같이 인터넷 여론 전체를 들끓게 한 사례는 찾기 어렵다.

한편, ‘미친소릴레이’에 참여한 웹툰작가 중 몇몇은 향후 릴레이 방향을 제시했다. '가시눈’이라는 필명의 한  아마추어 웹툰작가는 “앞으로는 비판 차원을 넘어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웹툰을 그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봉봉브라더스」의 작가 김태형씨는 “이번 ‘미친소릴레이’가 일회성에 그쳐서는 곤란하다”며 “한미FTA, 의료민영화 등 다른 민감한 이슈에 대해서도 릴레이 만화로써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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