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본부, “새로운 대학으로 나가기 위한 진통” vs 연석회의, “학생들에게 부담을 떠넘기고 있는 것”

올해 서울대 신입생 및 재학생의 기성회비가 각각 11%, 7.9% 오른다.

서울대는 지난 7일(수) 기성회 이사회를 열어 교수처우개선비 증액, 평의원회 운영비 신규지원 등 추가지출 요인을 반영한 기성회비 인상안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인문대, 사회대 등의 인문사회계 신입생은 입학금과 수업료, 기성회비를 포함해 지난해보다 20만원 오른 192만2천원을 내야하고 자연대, 공대 등의 이공계 신입생은 20만6천원이 오른 250만원을 부담해야 한다.


그러나 단과대학생회장연석회의(연석회의) 측은 이번 인상안에 대해 “교수처우개선비가 87억이 인상되는데 기성회비는 85억이 인상되는 등 그 부담을 학생들에게 전가시키고 있다”며 “교육에도 점차 수혜자 부담원칙이 적용되고 있는 가운데 서울대 역시 교육의 공공성을 망각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연석회의 측은 이후 ‘등록금투쟁학교’ 운영, 성명서 발표 등을 통해 본부 측 인상안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기획실장 유근배 교수(지리학과)는 “새로운 대학으로 나아가기 위한 진통”이라며 “생활고에 못 이겨 서울대를 떠나는 교수들이 있을 만큼 교수들의 상황이 절박하고 국고지원금으로 학교를 운영하는 것은 현실상 불가능하다”고 학생들의 양해를 부탁했다.


한편 헌법재판소는 “기성회비 납부가 강제성ㆍ비민주성을 띠고 운영이 불투명해 학부모들의 교육참여권ㆍ재산권ㆍ행복추구권을 침해하고 있다”며 46대 총학이 지난 10월 23일(목) 제출한 헌법소원 청구에 대해 “사유발생 인지 이후 6개월이 지난 헌법소원은 심리할 대상이 아니다”며 청구 각하결정을 내렸다. 이에 연석회의 측은 3월 중 신입생들을 대상으로 헌법소원 청구인단을 모집해 헌법소원을 다시 청구할 예정이다.

 

△인상배경

이번에 확정된 기성회비 인상안은 ▲교수들에 대한 연구보조비 증액 반영 ▲BK21교육개혁지원사업 부담분 신규반영 ▲평의원회 운영비 신규반영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기성회비 인상분은 85억원이다.


교수처우개선은 2002년 정운찬 총장 취임 당시 공약으로, 본부 측은 지난해 교수연구보조비 명목으로 교수 1인당 연 360만원을 지급했다. 올해에는 여기에 추가로 월 30만원을 인상해 연 720만원이 지급할 예정이다. 교수연구보조비 증액에 필요한 재원은 총 87억원으로 본부 경상사업비 10% 절감분, 공공요금 절감분 등 2004년도 본부예산 감축분 27억원과 농생대 건물 신축, 음․미대 실기실 증측, 제 3식당 리모델링 등 본부 종료사업 미지출분 39억원, 그리고 기성회비 증액분 21억원을 더해 마련된다.


기획실장 유근배 교수(지리학과)는 “지난해만 해도 노벨상 수상이 거론되던 경제학부 교수를 비롯, 많은 교수들이 서울대를 떠났다”며 “서울대의 연구․교육의 질을 향상시키려면 본부 사업을 다소 축소하더라도 교수처우개선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덧붙여 유 교수는 “전국 국․공립대에 일률적으로 지급되는 교육부 지원금만으로는 현실적으로 학교 운영을 할 수 없는데다 최근 금리의 급격한 하락으로 서울대 발전기금 운용도 어렵게 됐다”며 “교수연구보조비 마련을 위한 재원 중 일부를 기성회비에서 불가피하게 조달하게 됐다”고 밝혔다. 


BK21관련 신규반영 비용은 교육부가 1999년부터 시작한 글쓰기 교육, 교수학습방법 연구사업 지원 등 BK21교육개혁지원사업이 2003년에 종료됨에 따라 그동안 이 기금으로 진행했던 사업들을 지속하기 위해서 편성됐다. 평의원회 운영비 신규반영분은 지난해 8월 평의원회의 의결기구화에 따라 학칙으로 운영비 지급이 의무화됐다. 총 1억원이 기성회비에서 지급된다.

 

▲연석회의 입장   

단과대 학생회장단 연석회의(연석회의)은 지난해 11월 28일(금), 이달 6일(화)에 있었던 두 차례 교육환경개선협의회(교개협)을 통해 ▲국립 서울대학교는 기본적으로 교육의 공공성을 추구해야 하고 ▲교수처우개선에 대한 부담을 실질적으로 학생들에게 전가시키고 있으며 ▲최근 극심한 경기침체로 인해 가계경제가 어렵다는 근거를 들어 본부 측 기성회비 인상안에 반대입장을 표명하고 나섰다.


연석회의는 등록금 관련 2차 교개협이 열린 6일 등록금 책정안에 대한 입장서를 본부 측에 전달했다. 이에 따르면 “교육은 시장원리에 따른 경쟁적 재화가 아님에도 지속적인 기성회비 인상정책으로 점차 수혜자 부담원칙이 적용되고 있다”고 비판하고 일류대가 아닌 국립대로서의 서울대의 역할을 강조했다.


연석회의 측은 “교수 처우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국가공무원에게 지급되는 수당 성격의 돈은 기성회회계가 아니라 교육부에서 지원하는 일반회계에서 지급되는 것이 옳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2004년도 본부 사업 예산을 절감해 교수연구보조비 재원을 마련한 것에 대해 “이미 본부 사업을 줄일 수 있는 여지가 있었는데도 교수처우 개선 등을 이유로 기성회비를 인상해온 그동안의 본부 측 태도는 이중적”이라고 꼬집고 “올해 인상안만 해도 기성회비가 85억이 인상되면서도 교수연구보조비로 87억이 지급된다”며 교수연구보조비 인상분이 거의 기성회비에서 지출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앞으로의 전망

본부 측은 턱없이 낮은 교수 월급으로 우수교원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판단, 내년에도 교수연구보조비를 올해보다 교수 1인당 월 30만원씩 인상해 연 1080만원으로 지급할 예정이다. 이를 위한 예산은 사립대학처럼 수익사업을 벌여 생긴 이익금과 동문, 기업 등으로부터 기부를 받는 서울대 발전기금을 확충해 충당할 계획이다. 현재 국․공립대는 자체적인 수익사업을 벌이지 못하는데 국회에서 추진 중인 ‘국립대학운영에관한특별법안(국립대특별법)’이 입법되면 서울대도 수익사업을 벌여나갈 것이라는 것이 본부 측 설명이다.


그러나 연석회의 측은 이런 본부 측 방침에 회의적이다. 수익사업을 벌인다고 해도 재원확충에 기여할지 확실하지 않으며, 극심한 경기침체 탓에 기부도 활발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연석회의 내부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연석회의 교육개혁국장 홍상욱씨(경제학부ㆍ99)는 “1년 안에 확실한 재정대책을 세울 수 없는 상태에서 당장 내년만 해도 교수연구보조비를 교수 1인당 월 30만원씩 또 증액한다는 계획이 세워져 있다”며 “내년에도 교수처우개선에 대한 부담을 기성회비 인상을 통해 학생들에게 전가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연석회의 측은 3월, 신입생들을 대상으로 한 ‘등록금 투쟁 학교’, 성명서 발표 등을 통해 기성회비 인상안에 대해 학내에서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예정이다. 또 학외에서는 전국의 국․공립대와 연대해 ‘국․공립대 투쟁본부’를 결성, 이에 참가해 등록금 투쟁, 국립대특별법 입법 저지 투쟁 등 정부의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에 반대하고 교육의 공공성을 지속적으로 주장해 나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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