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뿔싸! 오늘도 지각이다.’ 아침밥은 고사하고 세수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기숙사 셔틀버스 정류장으로 황급히 달려간다. 오늘도 역시 줄이 길다. 하릴없이 줄이 줄어들길 기다린다. 하지만 오늘도 어김없이 새치기하는 사람들이 눈에 띈다. 뒤에 서있는 사람들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친구 뒤로 ‘쏙’ 들어간다. 덕분에 첫번째로 도착한 버스는 나를 두고 떠나버린다.

다음으로 도착한 버스에 간신히 올라탄다. 순환셔틀버스는 기숙사를 떠나 경영대와 정문을 거쳐 500동 근처에 이른다. 바로 이때 시내버스에서 내린 학생들이 옆에 있는 횡단보도는 그대로 둔 채 무단횡단을 한다. 그래, 학내에서는 학생이 그 무엇보다도 우선이다. 그런데 무단횡단을 하면서 뭐가 그렇게 여유로운 것일까? 학생들은 마치 ‘버스야 이리 오너라 나는 가던 길을 가련다’라는 식으로 아무렇지도 않게 길을 건넌다. ‘버스가 알아서 피해가라는 건가? 저러다가 버스랑 부딪히면 자기만 손해일 텐데….’ 아침부터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수업이 있는 공대 대형 강의동으로 향한다.

수업을 듣던 중 무의식적으로 강의실을 둘러본다. 이럴 수가! 내 바로 앞에 앉은 학생이 엉덩이를 의자 앞쪽으로 쭉 내민 채, 거의 누운 상태로 수업을 듣고(?) 있다. 그 옆에 앉은 학생은 핸드폰 게임을 하고 있고 또 다른 학생은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강의실 뒤쪽으로 시선을 돌린다.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여러 명의 학생이 책상 위에 엎드려 자고 있다. 나는 당장 이런 학생들에게 달려가 이렇게 묻고 싶다. “넌 고등학교 때도 이런 자세로 수업 들었니?” 대형 강의에서 이런 학생들 때문에 인상을 찌푸리는 교수님을 본 것이 한두 번이 아니다.

수업이 끝나고 점심을 먹기 위해 학관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바로 그때 옆으로 ‘쌩’하고 지나가는 오토바이! 배고파서 쓰러지기 전에 오토바이에 치어 쓰러질 뻔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분명 이 길은 ‘걷고 싶은 거리’로 오토바이가 통행할 수 없는 곳이다. 아마 오토바이를 타는 사람들은 ‘통행금지’의 뜻을 모르고 있는 것이 아닐까?

점심을 먹은 후 학관 벤치에 이르러 나의 인상은 또 찌푸려진다. 어느 학생이 여기서 무얼 먹었는지 정체를 알 수 없는 국물과 휴지가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다. 자기가 여기서 음식을 먹었다는 ‘영역표시’를 하고 싶었던 것일까?

수업이 끝난 뒤 중간고사 준비를 위해 중도로 향한다. 그리고 중도 3열 한곳에 자리를 잡았다. 그런데 맞은편에 앉아 있는 학생과 그 옆의 학생이 계속 떠든다. 헛기침을 하며 눈치를 줬지만 효과는 그때뿐이다. 그들에게 묻고 싶다. “도대체 중도에서 왜 떠드는 건데? 중도는 공부하라고 만들어 놓은 곳이지 너희가 잡담하라고 만들어 놓은 곳이 아니란 말이야.” “떠들려면 제발 다른 곳으로 가, 가란 말이야!”

대학생활을 시작한 지도 벌써 3년째. 지나친 비약일 수도 있겠지만 신입생 시절 봤던 서울대의 모습과 달라진 것이 없다. 하긴 누가 지적해주는 사람도 없으니 이와 같은 일들이 반성 없이 관성적으로 일어나는 것일 게다. 이런 서울대생의 자화상을 돌아보며 오늘도 나는 그저 씁쓸하게 웃을 뿐이다.

빛나는 지성의 전당이라는 서울대. 전국에서 수능시험을 가장 잘 봤다는 사람들이 모이는 서울대. 하지만 수능시험을 잘 본다고, 고시에 잘 붙는다고 빛나는 지성이 되는 것은 아니다. 공부 잘하는 지성인이 되기 전에 먼저 기본을 지킬 줄 아는 지성인이 돼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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