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은 교정의 익숙한 길을 지나면, 관악 캠퍼스만은 늘 왠지 모르게 혼란한 도시에서 벗어난 느낌을 준다. 학교라기보다는 연구 공원에 가까운 시설들이라고 생각은 하지만, 4년이 지나는 동안 이곳의 많은 것이 좋아졌고 왠지 모르게 편안한 곳이 되어 버렸다. 관악을 떠나면 이렇게 아름답고 한적한, 그리고 무엇보다 모든 것이 익숙한 곳에 있지 못할 것이라고 늘 생각했다. 아마도 서울대생이 가지는 특권이란 이런 느낌일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 입혀 놓은 이런 저런 껍데기가 아닌, 관악 캠퍼스의 아름다움을 순수하게 느낄 수 있다는 것이야말로 우리에게 주어진 특권인 것이다.

혹자는 세월이 지나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고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이 그 세월 동안 얼마만큼 노력하여, 무엇을 얻고, 어떻게 변했는가이다. 서울대라는 학교에서 되도록 많은 것을 얻고자 노력했다. 되도록 넓은 분야의 교양과 전공 수업을 들었고, 중앙도서관 서고에서 오래된 책 냄새를 맡으면서 그것들이 마치 내 책들인 양 착각에 빠지기도 했다. 하지만, 4년이라는 시간 동안 정작 나 자신은 그다지 성장하지 못한 것 같아 아쉽기만 하다. 무엇보다, 내 자신의 의지로 나의 삶을 이끌지 못했다는 사실에, 마치 나의 껍데기만이 살아서 움직인 것만 같다. 푸코가 “사유하는 인간이기를 그만두고서 사유하기를 원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우리는 철학적 웃음으로밖에는 대답할 길이 없다”라는 말을 했다. 가장 적극적으로 사유하는 사람은 삶과 유리된 사유를 하지 않으며, 때로는 전혀 사유하지 않는다. 순간순간 나는 나의 생각보다는 타성에 젖어 살아 왔던 것 같다.

졸업할 즈음이 되니 서울대라는 것이 나를 대표하는 이름이 되어 버린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서울대생이라는 것을 나 자신보다 앞서서 인식한다. 불황이 되어 취직이 어려운 요즈음에는 더욱 심하고, 어디를 가나 고시와 취직에 대해 이야기하게 되었다. 하지만 나는 졸업을 하고 난 후에, 서울대 졸업생이라는 ‘명칭’만이 아닌, 서울대 학생으로 더 많은 것을 알고 느낀 사람으로서의 나 자신을 바라봐 주기를 바란다. 서울대학교 학생으로서 지내는 동안 더 많은 것을 느끼고,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느끼고 사유하는 것을 통해서 계속해서 성장해 가는 것은 내가 살아가면서 다해야 할 의무이자 권리이며, 동시에 서울대 졸업생으로서의 의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성장하여 사회 안의 한 사람으로 인정받으며, 더욱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지강석 경영학과ㆍ학사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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