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순 교수 (수의학과)

광우병은 임상적 명칭이고 정식명칭은 소해면상뇌증 (Bovine Spongyform Ence-phalopathy; BSE)이다. 광우병의 역사는 영국에서 버려지던 소와 양의 뼈와 내장을 육골분으로 만들어 소사료에 넣게 되면서부터 시작됐다(1986년). 6년 후에는 사람에게서도 이상한 질병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1996년 영국왕립의학회가 공식적으로 소의 광우병이 사람에게 감염됐다고 발표했다.

영국으로부터 이 육골분을 수입해간 세계 각국에서도 1989년 아일랜드를 시작으로 광우병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국제수역사무국(OIE)의 통계에 의하면 2008년 3월 5일 현재까지 25개국에서 19만여 마리가 발병했다. 세계 각국은 서둘러 육골분 사료를 소에게 먹이는 것을 중지시켰다. 그 결과 1989년에 전 세계적으로 1만 마리 이상의 광우병이 발생한 이후 매년 증가해 1992년에는 한해에만 37,316마리나 발병하던 것이 그 이듬해부터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들어 작년에는 141마리, 올해는 3월 5일 현재 겨우 5마리만이 발생했다. 동물성 사료를 중지시키고 나서도 수년 후에야 발생이 줄어드는 것은 변형 프리온이 소에게 일정량 이상 섭취되어 평균 4~5년의 잠복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인간광우병은 지금까지 모두 11개국에서 207명이 발생했다. 영국에서만 166명으로 압도적으로 많고, 다음이 프랑스 23명, 아일랜드․스페인 각 3~4명씩이고, 그 다음 국가들은 한두 명에 불과하다. 전체 소 광우병 발생국 25개국에서 11개국에서만 인간광우병이 발생했다. 400마리 이상의 소 광우병이 발생한 독일, 스위스에서조차 단 한사람도 인간광우병이 발생하지 않았다. 압도적인 숫자인 166명의 인간광우병이 발생한 영국을 보면 1994년에 8명을 시작으로 차차 증가하다가 1999년 29명의 발생을 정점으로 줄어들기 시작해서 2007년에는 한 사람의 광우병 환자도 발생하지 않았다. 사람의 경우 잠복기는 소보다 훨씬 길어서 10~20년 정도라고 하니 앞으로 가끔 몇 명의 사람이 발생할 수 있으나 그것이 의미있는 수치는 아니다.

이번의 광우병 사태로 우리 인간은 커다란 대가를 치렀지만, 필자는 광우병이 이제 더는 소나 사람에게서 발생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그 이유로는 우선 우리 과학자들이 이번 광우병 발생의 역학적 현상을 잘 조사․연구하여 원인체(변형 프리온)와 감염경로(육골분, SRM)를 차단하자 그 발생이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들었다는 사실이다. 원인체인 변형 프리온은 일반 병원체인 세균이나 바이러스와 달리 단백질 덩어리에 불과해서 공기, 사료, 토양, 물에 오염되어 다른 동물이나 사람에게 전염되지 않는다. 다만 인간이 강제로 변형 프리온이 오염된 육골분 사료를 소에게 먹여야만, 그리고 발병한 소의 특정위험물질 (SRM)을 사람이 섭취해야만 비로소 사람에게 감염된다. 비교적 컨트롤하기 쉽다는 것이 밝혀진 것이다.

미국이 1997년 동물성 사료를 소에게 먹이는 것을 법적으로 금지한 이후 태어난 미국 소에서 지금까지 만 10년 간 단 한 마리의 소도 광우병이 발생하지 않았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소 광우병의 잠복기가 평균 5년인 것을 감안할 때 미국에는 광우병이 없다고 봐야 한다.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