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매년 졸업식을 맞이할 때마다 아쉬움과 뿌듯함, 그리고 또 다른 아쉬움이 교차합니다. 학업에만 전념할 수 있는 학문의 전당, 젊음을 마음껏 발산할 수 있는 낭만의 캠퍼스 그것이 우리가 꿈꾸는 서울대학교의 모습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여러분들처럼 우수한 학생들을 더 좋은 환경에서 더 잘 가르칠 수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것도 이 때문일 것입니다. 그래서 오늘 영예로운 졸업을 맞이한 여러분들이 진정 대견스럽습니다. 여러분들의 인생에서 가장 값지고 고귀한 시간을 위해 함께 노력할 수 있었음은 교수 생활의 가장 큰 보람이었고 가슴 벅찬 감격과 뿌듯한 만족을 느끼게 합니다.

친애하는 졸업생 여러분! 여러분들은 세계 어느 곳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우수한 영재들입니다. 지옥과도 같은 입시 경쟁을 뚫고 서울대학교에 입학하여 학업을 성공적으로 마쳤으며 지금은 좋은 직장과 약속된 미래가 여러분들 앞에 펼쳐져 있습니다. 그러나 그 끝은 아직 보이지 않습니다.

여러분들이 성취한 이 모든 것들이 여러분들의 피나는 노력의 결실임을 나는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러분들이 그만큼 우수한 능력을 부모님으로부터 물려받지 않았다면, 그만한 환경이나마 우리 사회가 만들어주지 않았다면, 오늘 여러분들의 성공 또한 가능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따라서 여러분들의 성공은 여러분들만의 전유물일 수 없습니다. 좁게는 여러분들을 위해 희생을 감내한 부모 형제들, 넓게는 여러분들에게 삶의 터전을 제공하고 한국 최고의 교육환경을 위해 투자한 국가및 사회와 이 결실을 함께 나누어야 할 것입니다.

불행히도 여러분들의 선배들 중에는 이러한 나눔에 인색한 사람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소위 지식인의 책임(Noblesse oblige)을 실천하지 못한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 사회의 불신과 갈등을 더욱 키웠고, 서울대학교 폐교론까지 공공연하게 논의되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의 선배이자 교수로서 이러한 결과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또 반성하고 있습니다. 왜 지식은 가르쳤는데 지혜는 가르치지 못했을까? 왜 경쟁에 이기는 법은 아는데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은 모를까? 왜 받을 줄은 아는데 감사할 줄 모르고, 돌려줄 줄은 더욱 모르게 되었을까? 너무나도 아쉬운 일들입니다.

못난 선배이자 부족한 스승으로서 내가 모범을 보이고 또 가르치지 못한 중요한 것들을 여러분 스스로 터득해 주기를 기대해봅니다. 여러분들이 숙이면 숙일수록 여러분들은 더욱 높아질 것입니다. 여러분들이 나누면 나눌수록 여러분들은 더 많이 얻게 될 것입니다. 여러분들의 지식에 걸맞는 지혜를 갖추십시오. 그러면 여러분들의 찬란한 미래 그 끝이 보일 것입니다. 지난 4년간 들어왔던 잔소리의 또 다른 반복이 아니라 앞으로 다시는 들을 수 없는 마지막 잔소리로 음미하고 간직하고 실천해주시기 바랍니다.

2004년(단기 4337년) 서울대학교 졸업생 여러분들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하면서 두서없는 글로 여러분들의 졸업에 대한 축하와 함께 당부의 말을 대신할까 합니다.

김태유 공대교수ㆍ지구환경시스템공학부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