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을 하시는 선배님들께 축하한다는 말씀을 드려야할지 말아야할지 고민이 될 만큼, 요사이 우리 젊은이들에게 대학 졸업은 무거운 짐이기도 합니다. 혹은 장기화 된 경기 불안과, 불안정 고용의 일반화 속에서 청년실업이다 무한경쟁 이데올로기다 하는 것들이 이제 교문을 나서는 선배님들의 어깨를 누르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졸업을 맞는 선배님들의 마음이 기쁘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이제 4년 차에 들어서는 저의 대학생활은 선배님들이 보여주었던 진지함과 치열함, 그리고 이해와 애정의 시간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책을 읽고 토론하고, 술을 마시며 고민을 나누었던 그 자리에 항상 선배님들이 함께 있었습니다. 저에게 그 시간들은 내가 누구인지를 깨닫는 과정이었고, 내가 살고 있는 세계가 어떠한 곳인지 눈을 뜨는 과정이었고, 이 세계를 어떻게 바꾸어 나갈 수 있을지 고민하는 과정이었습니다.

선배님들께서 졸업과 함께 겪게 될 사회는 지금까지 해 왔던 대학생활과는 여러 가지 면에서 많이 다를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현실을 논하고 미래를 고민하는 것이 지금까지 익숙했던 대학생활이라면 이상보다는 냉정한 현실 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지키기 위해 끊임없이 경쟁해야 하는 것이 사회생활일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이 듭니다.

이러한 생각 때문인지 이제 교문 밖 세계로 한 발씩 나아가야 할 선배님들은 저에게 보여주었던 젊음의 치열함을 얼마나 유지하며 살아갈 수 있을지, 돈이 되는 상품만이 가치와 능력이 되는 사회, 여남의 차이가 차별이 되는 사회 속에서 혹시 선배님들은 우리가 함께 나누던 치열한 고민들을 잃어버리시지나 않을지하는 조바심도 듭니다. 그러면서도 이 모든 염려가 단지 기우에 지나지 않는 것임을 선배님들은 반드시 보여주시리라 믿습니다.

대학을 진리의 상아탑이라 할 때, 그 진리는 결코 죽어있는 진리나 가진 자의 진리는 아닐 것입니다. 오히려 그것은 역사의 수레를 진보로 이끌 진리라고 선배님들은 저에게 가르쳐 주셨습니다. 대학은 사회의 변혁과 진보를 이끌 지식의 굳센 진지라고 말씀하셨던 것을 저는 아직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러한 말씀을 실천으로 보여주셨던 대학생활이 앞으로 선배님들이 맞이할 사회생활에 값진 밑거름이 되었으면 합니다. 그 밑거름을 바탕으로 우리 사회의 진보와 변혁을 위해 노력해 주시리라 믿습니다.

대학의 본래적 의미가 차차 흐려져 가는 이때, 저는 선배님들이 떠난 후에도 진보적 지식의 진지로 대학을 만들어 나가려 합니다. 그리고 선배님들 또한 사회 어느 곳에서나 자신이 발 딛고 있는 바로 그곳을 또 다른 진보의 진지로 만들어내려 노력하시리라 믿습니다.

지금까지는 같은 캠퍼스 내의 선ㆍ후배였다면, 앞으로는 대학의 울타리를 벗어나 그 어디에서나 함께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 가는 애정 어린 동지로 저희들을 기다리고 계실 선배님들의 모습을 상상해 봅니다. 동지애의 벅찬 기분으로, 선배들님의 졸업을 바라보며 함박웃음을 지어봅니다. 졸업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강동민 경제학부ㆍ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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