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1949년 공산당이 세운 나라다. 중국은 여전히 공산주의를 정치체제로 고수하지만 1978년 개혁개방 이후 빠른 속도로 자본주의 국가의 노선을 뒤쫓아 왔다. 약 60년 간 엄청난 변화를 경험한 중국인들은 지금 어떤 소설을 쓰고, 읽고 있을까?
지난 2일(금) 테닝(鐵凝), 모옌(莫言) 등 중국의 현대 대표작가 13인의 작품을 수록한 『만사형통』이 번역·출간됐다. 흔히 ‘중국소설’이라고 하면 문화대혁명의 아픔을 드러내는 ‘상흔문학’이나 중국의 전통문학을 추구하면서 서구의 창작수법을 결합한 ‘뿌리찾기문학’을 떠올린다. 하지만 『만사형통』은 다르다. 책에 수록된 13편의 소설들은 시장경제유입 이후 변화한 ‘현재’ 중국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중국의 다양한 면모가 반영된 소설들인 만큼 현재 중국을 바라보는 소설가의 시각이 상반된 경우가 발견되는 점이 특징적이다. 예미(葉彌)의 「허물을 벗고 날아오르다」가 도시를 배경으로 물신주의와 공동체적 이상이 충돌하는 중국을 말하는 반면 궈원빈(郭文斌)의「만사형통」은 시골을 배경으로 세시풍속을 소개하면서 여전히 순수한 중국을 보여준다.
「허물을 벗고 날아오르다」는 시장경제유입 이후 변화된 중국인들의 가치관을 잘 보여준다. ‘선한 인성’을 추구하는 아들과 기업가로 성공한 아버지간의 가치관 대립에 이어 아들의 급진적인 변화가 소설을 이끌어간다. 사업을 이어받은 아들은 선한 인성을 믿는 성격 때문에 여러 번 사기를 당한다. 회사의 운영이 어려워지자 아들은 정직함과 심오함이라는 ‘옛 시대의 가치’를 버리고 성장과 진취라는 ‘완전한 깨달음’을 자신의 가치관으로 삼는다. 결국 그는 새로운 가치관으로 다시 사업을 일으키고 풍요로운 삶을 누린다. 소설 속 또 다른 갈등은 기업가를 대표하는 ‘아버지’와 지식인을 대표하는 ‘종선생’ 사이에서 발생한다. 처음엔 종선생의 가족이 주인공의 가족을 무시하지만 후반부에서는 종선생이 경제적 열등감 때문에 자살하면서 두 가치의 위상이 역전된다. 소설이 후반부에서 아들의 삶을 ‘행복한 결론’이라고 표현한 점이나 중국에서 이 소설을 ‘성장소설’로 분류한다는 점이 이색적이다.
제4회 루쉰문학상 전국우수단편소설상을 수상한 「만사형통」은 평화로운 시골의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이야기다. 오월이와 유월이는 ‘꽃끈을 달고 꽃찐빵을 먹으면 뱀에게 물리지 않는다’거나 ‘단오 날 아침에 캔 쑥은 한 해의 만사형통이다’라는 세시풍속을 그대로 믿는다. 작가는 외진 시골의 소박한 단오 날 풍경을 눈부시게 엮어 놓았다. 박재우 교수(한국외대·중국어과)는 “거대 서사와는 무관하게 미시적으로 서민들의 삶과 영혼을 담아낸 작품”이라며 “밝고 깨끗한 심성을 가진 두 아이가 독자들의 마음을 정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만사형통』은 지난해 12월 중국작가협회가 제안해 번역된 소설집이다. 꾸준한 교류로 한·중 문학계가 ‘윈-윈’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만사형통
테닝·모옌 외 13명 지음┃박재우·김태규 외 옮김┃민음사┃542쪽┃1만4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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