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금) 『달라이 라마가 들려주는 티베트 이야기(이하 티베트 이야기)』가 출간됐다. 『티베트 이야기』는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가 직접 이야기하는 티베트 역사를 미국인 기자 토머스 레어드(Thomas Laird)가 글로 옮겨 적은 책이다. 『달라이 라마의 행복론』과 같이 그의 불교 사상을 다룬 책은 국내에도 많이 소개돼 있지만 그가 직접 티베트의 역사와 중국과의 외교문제에 대해 입장을 밝힌 것은 이 책이 처음이다.

달라이 라마는 자신이 티베트의 수호신 ‘첸리시 보살’의 화신이라고 굳게 믿고 있지만 이것이 외부의 ‘과학적’ 눈으로는 수용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 서양인으로서 수십년간 티베트 역사를 연구해온 레어드도 인터뷰에서 ‘티베트인이라면 감히 생각도 못할’ 반문이나 다른 역사학자의 관점도 제시하면서 나름대로의 객관화를 시도한다. 이런 정반합의 구조를 통해 『티베트 이야기』는 기존의 티베트 관련 서적이 범했던, ‘티베트와 중국의 자치권분쟁에서 한쪽의 입장을 무비판적으로 옹호하는’ 등의 오류를 피하고 ‘서양인과 중국인도 읽을 만한 티베트 역사 대중서’를 쓰려는 원래의 목적에 근접한다.

달라이 라마가 포탈라 궁에서 승려들에게 배운 티베트 역사를 이야기하는 전반부와 달리 후반부는 티베트의 역사와 그 지도자 달라이 라마가 직접 겪은 개인사가 중첩된다. 1930년대 후반 어린 나이에 즉위해 현재에 이르기까지 티베트의 최고 지도자로 살아온 달라이 라마는 역사적 사실과 자신의 경험을 근거로 티베트 역사가 중국과 독립적이었다는 것을 강조한다. 그는 “티베트를 실제로 점령한 적이 있었던 것은 중화인민공화국의 뿌리인 한족이 아니라 몽골족과 만주족 왕조뿐”이라며 1950년 티베트 침공 이후 진행돼온 중국의 ‘서남공정’을 논박한다. 또 이 책은 후진타오 현 국가주석이 1980년대 티베트 수도 라싸의 시위를 강경진압한 일로 중국공산당 강경파의 신임을 얻은 사례 등을 언급하며 중국과 티베트의 뒤얽힌 관계를 설명한다. 또 중국과 티베트가 후진타오-달라이 라마 회담의 시기와 내용을 두고 계속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는 사실은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대치하고 있는 양측의 상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책을 번역한 황정연씨는 “중국이 티베트를 옭아매는 논리가 한국과 같은 주변국에게도 똑같이 적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중국은 티베트를 자국의 역사로 편입시키려는 주장의 한 근거로 ‘티베트가 중국에 조공을 바쳤기 때문’이라는 점을 들고 있다. 조공을 바친 역사가 있는 국가가 근대 국제질서에서도 ‘속국’이 된다는 논리라면 한국도 중국의 논리를 피해갈 수 없다. 우리가 앞으로도 계속 티베트 문제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달라이 라마가 들려주는 티베트 이야기
토마스 레어드 지음┃황정연 옮김┃웅진지식하우스┃520쪽┃1만8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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