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관심 대신 거리로 나와 그들의 요구를 현실화 시킨 68혁명 40주년 맞아
“68혁명 의의는 가능성 실현 여부 아닌 가능성 창조에 있다”
한국도 4·19 혁명, 5·18 광주 민주화 운동, 6월항쟁 겪으며 혁명문

17대 대통령선거의 20대 투표율 47%. 연령대별 투표율이 발표되지도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인터넷에서 떠돌던 18대 국회의원 선거의 20대 투표율 19% 괴담. 이 수치들은 ‘20대가 정치에 무관심하다’는 주장의 근거로 이용된다. 심지어 20대가 투표하지 않은 덕분에 한국이 보수화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때 ‘진보의 상징’이라 불리던 20대였기에 이들의 정치적 무관심은 충격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그들이 ‘취업’, ‘등록금 문제’등에 떠밀려 정치에 신경 쓸 겨를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일각에서는 20대들은 항상 요구를 하지만 정치권이 이를 받아주지 않자 ‘투표거부’로 그들의 의견을 표출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실제로 20대 대학생들은 등록금 인상 반대 집회에 참여했고,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 시위에도 참여했다. 그러나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 시위에서 주목 받은 것은 10대 청소년이었다. 

과거 대학생들의 모습은 어떠했을까? 물론 그들 역시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고민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의 답은 지금의 우리와 달랐다. 무관심을 선택하는 대신 거리로 나와 그들의 요구를 밝히고 현실화 시켰다. 올해로 40주년을 맞는 ‘68혁명’이 바로 그랬다.

◇‘금지하는 모든 것을 금지한다’ 68혁명=1968년 3월 파리 낭테르대(현 파리 10대학) 학생들은 학교의 ‘여자 기숙사 출입불가’ 정책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사랑할 수 있는 자유를 달라’는게 명분이었다. 대학 측의 권위주의적이고 일방적인 학생통제에 항의하는 시위의 목소리는 파리 전역의 대학으로 확산됐고 파리시는 낭테르대를 2개월 동안 폐교하면서 무마하려 했다. 그러나 학생들의 분노는 사그라들지 않았다. 오히려 미국의 베트남 침공에 분노한 학생들은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뱅크’ 건물을 점거했고, 소르본 대학 광장에서는 학교의 권위적인 교육에 반대하는 시위로 확산됐다. 당시 프랑스의 드골 정권은 무력으로 시위를 진압했다.  

이는 학생과 노동자들의 연대파업을 낳았고, 거리로 나온 그들은 ‘반전·반핵’, ‘학교와 직장에서의 권위주의 청산’, ‘남녀 평등’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 운동은 결국 드골 정권의 퇴진이라는 결실을 맺는다. 프랑스의 이러한 ‘68혁명’의 불길은 독일을 비롯한 유럽의 학생운동, 미국의 반전운동, 체코의 자유민주화 운동인 ‘프라하의 봄’으로 세계곳곳에서 한꺼번에 일어났다.

학자들은 68혁명이 ‘기성세대에 대한 20대 학생들의 저항’, ‘금지된 것에 대한 저항’이라는 의의를 지닌다고 말하고 있다. 이혜정 교수(중앙대·정치외교학과)는 “당시 프랑스 학생들은 ‘권위주의’가 모든 ‘자유’를 침범한다고 인식했다”며 “지금도 프랑스 학생들은 자유를 최고의 가치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제명 교수(충북대·독어독문학과)는 “현재 독일에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역사 반성’의 본격적 시작점이 68혁명”이라며 “전후복구·경제발전에만 매진해 역사에 대한 반성을 소홀히 하던 독일사회에서 학생들은 ‘역사 청산’을 위해 전쟁사 공부를 했고 이는 반전운동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아직도 ‘68’은 살아있나?=68혁명 40주년을 맞은 지금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것은 68혁명이 추구한 지유와는 그 성격이 전혀 다른 ‘신자유주의’다. 영국과 독일을 비롯한 유럽 대부분의 지도자들이 ‘성장’위주의 정책을 천명하고 있으며 러시아에서도 올해 ‘경제성장’, ‘실리외교’를 정책으로 하는 푸틴 전 대통령의 ‘꼭두각시’ 메드베데프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여기에 프랑스 사르코지 대통령은 “68혁명은 ‘성공의 가치’를 철저히 무시한 혁명”이라며 “앞으로 나는 68혁명의 문에 못을 박겠다”는 말로써 ‘68혁명 종식’을 선언했다. 그는 첫 단계로 대학교육 무상화 폐지를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프랑스의 ‘68혁명 정신’은 쉽게 깨지지 않고 있다. 지난해 8월 프랑스 정부가 학생선발권과 예산 편성 및 집행의 자율권을 대학에 부여하는 대학자치법을 통과시키자 전국 30여개 대학생들이 대대적인 시위에 나섰다. 한편 지난달 16일부터 프랑스의 고등학생들은 신자유주의 정책의 일환인 ‘교원 감축’에 대한 반발로 수업을 거부하고 있다. 이들은 “희소학문을 배울 기회가 없어진다”며 교원감축을 원천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그리고 프랑스 정부는 학생들의 반발에 못 이겨 감원규모를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학생들의 반발에 정부가 한발 물러서는 것은 ‘68혁명’의 모습과 많이 닮아 있다.

이기언 교수(연세대·불문과)는 “‘68혁명’은 ‘학교 권위주의’에 대한 저항에서 시작했다”며 “이번 고등학생의 수업거부 운동은 학문의 자율성을 해치는 정부에 대한 반발”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7일 영국 BBC 월드라디오는 68혁명을 평가하는 프로그램을 방영했다. 이 자리에서 알랭 바디우(Alain Badiou)는 “68혁명의 의의는 새 가능성의 ‘실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새 가능성의 ‘창조’에 있다”며 “사르코지가 68혁명의 청산을 선언했지만 철학은 68혁명이 끝나지 않았음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에도 68혁명의 정신은 존재한다=지난 17일(토)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문화제에 참가한 김지은양(19세)은 “프랑스 학생들이 정부 정책에 반대해 거리로 뛰쳐나온 뉴스를 보고 나도 뛰쳐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프랑스 정부는 학생들의 시위에 대해 ‘이번 시위로 학생들의 의식수준이 향상되길 기대한다’라고 말했는데 우리나라 정부는 ‘연예인의 한 마디에 왔다’ ‘전교조 같은 배후조종 세력에 선동됐다’면서 학생들의 의식수준을 깎아 내리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실제로 많은 보수언론들은 이번 집회에 참가한 학생들을 ‘괴담에 이끌려서 온 이성적인 판단을 하지 못한 학생들’이라고 표현했다. 하지만 청소년들은 이들이 생각한 것처럼 어리석지 않았다. 김민웅 교수(성공회대·사회과학연구원)는 “그동안 한국사회는 4·19 혁명, 5·18 광주 민주화 운동, 6월 항쟁 등 민주화 운동을 경험하면서 나름의 혁명문화를 갖게 됐다”며 “그 문화를 간접적으로 수용한 10대가 앞으로 대학생이 되고 사회적으로 성장했을 때 집회에 참여했던 경험은 ‘문화’로 남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수종 교수(전남대·사회학과)도 “이번 집회에 참여한 대다수의 학생들은 자발적으로 참여했다”며 “집회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우민화’시켜버리는 이명박정부의 행동은 68혁명의 정신을 계승하고자 하는 프랑스의 모습과 대비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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