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에게 가장 큰 채찍은 바로 학생”

“세상이 좋아지니 내가 늙어버렸더군.”

이시백 교수는 “내가 학생일 때는 민주화운동을 하던 시대라, 분노를 삭히지 못해 공부가 손에 잡히지 않았다”며 “민주화가 되고 공부 좀 할 수 있겠구나 싶더니 어느덧 지금의 나이”라고 퇴임의 아쉬움을 보였다.

인구학과 보건학을 연구해 온 그는 “학자로서는 불행한 편”이라며 “못 다한 학문연구의 한을 사회공헌으로 풀고 싶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대한가족보건복지협회’ 회장, ‘국제가족보건복지연맹’ 총재 등을 역임하며 국내외 보건과 인구문제 해결에 힘써왔다. 이 교수는 83년 이러한 공로로 국민훈장 동백장을 받았다.

국내 인구학 박사 1호로, 특히 인구정책에 애착을 가져온 그는 최근 정부의 출산 장려 움직임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다. “인구밀도 세계 1위인 나라에서 아이를 많이 낳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인구 정책에 대한 거시적 관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자신의 학문연구에 대한 아쉬움이 커서일까. 후학들에게 “대학원 때는 공부에만 열중해 달라”며 “학생이 무너지면 교수가 무너진다. 교수에게 가장 큰 채찍은 바로 학생”이라고 당부했다. 직장을 다니며 밤을 새고 공부하는 학생들을 보면 가슴이 뭉클하다는 그는 “졸업식에 아이를 데려 와 학사모를 쓰는 모습은 한 송이의 꽃같다”며 미소지었다.

퇴임 후에도 사회활동을 계속 할 것이라는 이 교수는 “좋아하는 바둑 둘 시간이 이제 좀 생기려나”하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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