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 맞은 이명박정부…남북관계 개선될 기미 보이지 않아
정부의 ‘비핵개방 3000’ 참석자 대부분 “현실성 없는 공약일 뿐”
“정부의 의지만 있으면 남북관계 개선 가능해”

김지민 기자
최근 북미관계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지난달 영변 핵시설 불능화 완료와 북한의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 등에 관한 북미 간 싱가포르 합의 이후, 16일(금) 미 국무부는 50만톤 규모의 대북 식량지원 계획을 공식 발표했다. 그러나 이와는 대조적으로 남북관계는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여전히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다. 취임 100일을 맞은 이명박정부가 대북정책을 올바르게 이끌고 있는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에 지난 22일(목) 참여연대와 평화네트워크 주최로 ‘북미관계 변화와 이명박정부의 대북정책’에 관한 토론회가 열렸다.

세종연구소 백학순 연구위원은 “이명박정부 대북정책의 가장 큰 문제점은 정책을 담당하는 주체가 없다는 것”이라며 “청와대에 남북관계를 전담하는 책임자가 없는데다 참모들은 한미동맹 위주의 정책만 추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북한은 남한과의 경쟁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평화공존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현 정부가 남북관계 선결조건으로 핵폐기를 내세우고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을 무시하면서 남북간 신뢰 구축에 문제가 생겼다”고 말했다. 북한이 미국과만 소통하며 남한을 압박하려 한다는 이른바 ‘통미봉남’에 대해 백 위원은 “이는 북핵협상이라는 특정한 시기에 나타난 현상이며 북한의 일반적 대남 정책기조는 아니다”라며 “북한은 남북관계와 북미관계 개선 모두를 포기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남한이 인도적 쌀 지원을 조속히 재개해야 한다는 의견도 이어졌다. 현재 남측은 북한의 요구가 있어야 쌀 지원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며, 북측은 주면 받지만 요청은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김연철 연구교수(고려대·아세아문제연구소)는 “북한의 식량난이 가중되고 있는데도 서로 간 자존심 싸움으로 지원시기를 놓치게 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북측의 어린이나 산모 등 취약계층이 입는다”며 “인도적 지원은 조건 없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북한인권단체 ‘좋은벗들’의 법륜 이사장은 “앞으로 두 달 안에 북한 농촌지역의 취약계층에서 20∼30만에 이르는 아사자가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홍익표 연구원은 “인도적 지원을 ‘퍼주기’라고 폄하하며 소요 비용을 문제 삼아서는 안된다”며 “제재 조치를 취한다고 해서 북한당국이 저자세로 나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연철 교수 또한 “정부가 쌀 지원을 남북관계 개선의 분수령으로 활용하기는 힘들 것”이라며 “오히려 결국 쌀을 주고도 감정만 악화시켜 남북관계가 더 어려워 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북한이 핵을 폐기하면 10년 이내에 북한의 1인당 국민소득(GNI)을 3000달러로 올리겠다는 현 정부의 ‘비핵개방 3000’ 구상에 대해서 참석자 대부분은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 ‘비핵개방 3000’을 달성하려면 향후 북한이 연간 17% 이상씩 성장해야 하지만 이는 최근 신흥공업국 사례와 비교해 봐도 유례가 없는 고속성장이라는 것이다. 더구나 6자회담에서 한국이 부담해야 할 상응조치와 더불어 비핵개방 지원은 이중의 재정 부담이 될 가능성이 크다. 김연철 교수는 “선거용 공약으로 제시된 이 구상이 정책이 되기에는 북한을 자극하는 부분이 너무 많다”며 “개방은 북한 스스로 선택해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평화네트워크 정욱식 대표는 “현 국제정세상 우리정부에 의지만 있다면 남북관계가 크게 도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민 여론을 좇아 소극적인 대북정책을 취해서는 안된다”며 “적극적인 정책을 통해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킨다면 긍정적 여론은 자연히 따라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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