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문숙 강사 (철학과)

총학이 자체적으로 교수의 강의를 평가하고 그 결과를 공개할 계획이라고 한다. 그런데 총학의 강의평가는 교수진이 존중받아야 할 개별성과 보호받아야 할 감성을 지닌 존재임을 망각한 극단적인 방법이다.

강의평가 점수를 토대로 순위를 매기고 이를 학생과 교수에게 공개한다고 하는데 이는 몇 가지 지표를 토대로 교수진을 최상위부터 최하위까지 일렬로 세워 전시함을 의미한다. 이러한 시도를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는데 이는 ‘학생은 등록금을 지불한 소비자, 강좌는 상품’이라는 인식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강의는 일반적인 서비스와는 달리 강의자의 지식과 교육철학으로 빚어진 작품이며 분신이다.

총학이 자체강의평가의 이유로 내건 ‘정보 제공’은 이유가 될 수 없다. 강의 정보는 강의계획서를 참고하고, 평판 좋은 강의는 유사한 특징을 가진 것끼리 묶어 추천하고, 접수된 불만은 주의사항으로 재치 있게 귀띔하면 된다. 강의 선택에서 중요한 것은 지적 탐구심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일부 불성실한 교수진에게 경각심을 주기 위해서라는 변명은 통하지 않는다. 그것은 마치 몇몇 학생이 숙제를 안했다고 학급 전체에게 기합을 주는 행위만큼이나 부당하다.

각자의 고유한 가치를 존중하여 함부로 순위를 매기지 말고, 설령 특정 잣대의 도입으로 순위가 형성되더라도 노출범위를 상위권에 국한하여 하위권에게 두 번 상처 주는 일을 피해야 한다. 

이미 본부가 강의평가제를 도입한 후 피드백의 효과는 가시화됐다. 교수들은 교수법을 개선하고자 충분히 노력하고 있다. 교수들 간 대화에는 어김없이 교수법이 화제로 등장하고 있는 것만 봐도 그러하다.

총학에 제안한다. 학생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기 전에 그 형태와 수위를 결정할 윤리 지침을 먼저 마련할 것을. 학생회를 선출한 서울대생들에게 당부한다. 대표자들이 자신들의 이해관심을 대변할 때 정도(正道)를 걷는지 살펴볼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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