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징적 배제(symbolic exclusion)’ 개념을 중심으로

김선민(사회학과 석사과정)

1. 서론

프랑스의 사회학자 부르디외가 제창한 『구별짓기』의 개념은 한국에서도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상적으로 “있어 보이는” 고급 취향을 의식하면서 “없어 보이는” 저급 취향을 기피하고자 애쓴다. 음악과 영화에 대한 해박한 지식, 때와 장소에 맞는 패션을 구사할 수 있는 감각, 와인에 대한 독특한 취향은 적어도 젊은 세대에게 있어서는 ‘멋진 사람’을 정의하는 중요한 변수로 자리 잡았다. 일상적으로 ‘강남 사람’과 ‘강북 사람’의 차이가 이야기되고 ‘서울사람’과 ‘지방사람’의 구분이 문제시 된다. 요컨대 『구별짓기』를 읽었건 읽지 않았건 간에, 사회적 위계처럼 문화에도 위계가 존재하고, 이 문화적 위계가 사회적 위계가 서로 동형을 이루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직관적으로 파악하고 있다.

한국에서의 문화적 불평등에 대한 연구도 이러한 부르디외 독해에 기초를 두고 있다. 대부분의 연구들은 “과연 한국에도 문화적 불평등이 존재하는가?” 또는 “한국에도 문화자본의 효과가 발견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으며, 양적, 질적 방법을 동원하여 계층 별 취향의 차이를 검증하고자 노력한다. 이러한 대부분의 연구들은 음악, 영화 등 예술향유의 영역에서 계층 별 차이 또는 패션 등 소비 영역에서의 계층별 차이를 실증적으로 규명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만일 이러한 차이가 실제 존재한다면 이것을 ‘문화자본’이라는 이름으로 계량적으로 측정하고, 그 효과를 규명하려는 것이 지배적인 연구의 경향이다. 요컨대 한국에서 부르디외의 틀을 받아들인 연구는 계층과 취향을 두 축으로 하는 일종의 문화 지도그리기(mapping)로 요약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연구는 사회적ㆍ문화적 불평등의 역동적인 재생산 과정을 도외시한 체, 그것의 정태적인 형태만을 문제 삼는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부르디외가 애초에 문화적 불평등을 연구하기 시작한 것은 전체적인 사회적 불평등의 재생산 과정을 이해하기 위함이었다. 지배계층은 자신의 문화적 취향을 ‘고급스러운 것’ 혹은 ‘정당한 것’으로 구성해 내면서 교육, 예술, 문화산업 등의 제도를 통하여 이를 사회적으로 확산시킨다. 이들은 이 취향의 구별경계를 따라 배타적인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부와 권력으로 대표되는 사회적 자원들을 이 네트워크 속에서 공유한다. 결국 문화적 취향은 사회의 “중심”과 “주변”을 가르는 구분선으로 기능하며, 불평등을 재생산하는 지표(indicator)로서 기능한다고 할 수 있다.

아주 간단한 예시를 들어보자. 우리는 일반적으로 “나와 경제적, 사회적 지위가 격이 맞는 친구” 혹은 “나에게 경제적, 사회적 도움을 줄 수 있는 친구”를 사귀고 싶어 하지는 않는다. 대신 “말이 통하는 친구” 또는 “코드가 맞는 친구”, “감성을 나눌 수 있는 친구”를 사귀고 싶어 한다. 여기서 ‘말’, ‘코드‘, ’감성‘ 등이 바로 부르디외가 이야기하는 문화적 취향을 가리키는 개념들이다. 우리는 이러한 취향을 일종의 지표로 읽어내면서 누구와 관계를 맺고 맺지 말아야 할지 판단하며, 사회생활에 있어서 중요한 결정들을 내리곤 한다.

만일 문화적 불평등에 대한 연구가 앞서 언급한 것처럼 문화 지도그리기에 머문다면, 부르디외 연구의 이런 역동적, 비판적인 측면은 사상된 체 “상류층은 클래식을 좋아하고 하류층은 대중가요를 좋아한다”는 류의 상식적인 결론에 대한 통계적 검증에 머무를 위험이 있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부르디외의 문제의식을 수용하되 앞서 언급한 상징적 불평등의 동태적 차원을 고려하고자 한다. 그러기 위해서 취향의 위계를 발견하는 데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특정한 취향들이 문화적 장 안에서 어떻게 ‘비문화적인 것’으로 치부되어 배제 당하는 지를 분석하고자 한다. 즉, 다시 말해 문화 영역의 중심과 주변, 외부와 내부를 나누는 경계를 탐사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설문조사를 통해 얻어진 음악 장르에 대한 취향을 자료로 삼아 분석을 수행하였다. 이는 한국에서 기존에 시도된 연구(한준 외, 2007)와 거의 동일한 방식으로 구성된 자료이다. 그러나 위의 문제의식에 입각하여 다른 분석방법을 도입하여 단순한 문화적 위계가 아닌 “중심”과 “주변”이 구성되는 방식을 보여주고자 하였다.

2. 이론적 배경

1) 프랑스와 미국에서의 구별짓기 : 구별(Distinction)과 옴니보어(Omnivore)

부르디외는 실증적 자료를 사용하여 프랑스 사회에서 계급 불평등을 설명하는 과정에 있어서 문화자본(cultural capital)이 핵심적인 지표가 됨을 밝혔다. 즉, 계급은 단순히 생산수단의 소유여부, 혹은 경제적 자산의 보유여부에 따라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취향과 문화적 코드들에 대한 익숙함, 신체에 각인된 행동의 방식 등을 통해서도 구별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구별의 지표들은 비가시적인 형태로 소유되고 전수되기 때문에 경제적 자산보다 더욱 배타적인 성격을 띤다. 부르디외는 음악, 미술, 음식, 말하기 등 다양한 사례를 통하여 문화자본 개념을 설명하였다. 노동자 계급이 르누아르와 같은 대중적인 인상파 화가를 선호하고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 강” 등 간단한 가곡을 즐기는데 반하여 부르주아지는 칸딘스키와 같이 난해한 추상 화가를 선호하고 스트라빈스키의 “불새”와 같은 음악을 즐겨듣는다는 것이 가장 전형적인 사례이다.(Bourdieu, 1979[1996])

이러한 문화자본은 교육제도나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과 결합하여 사회계급을 재생산하는 핵심 연결고리로 기능하게 된다. 부르디외는 자신의 다른 저작들을 통해 이러한 과정을 상세히 밝힌 바 있다.(Bourdieu, 1992[1998];1984[2005];Boudieu and Passeron, 1970[2000]) 즉, 특정한 문화자본을 소유한 사람들은 그렇지 못한 사람들에 비하여 고등교육기관에 진학하여 성공할 가능성이 높고, 비슷한 사람들과 친해지면서 유용한 사회적 네트워크를 축적할 기회가 많아진다. 그리고 이를 통해 권력, 부, 명예 등 사회적 자원의 축적 을 둘러싼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유하게 된다.

요컨대 부르디외는 문화자본 개념을 통해 단순히 취향과 사회 계급이 구조적 동형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증명한 것이 아니라, 사회적 불평등이 변화하고 재생산되는 양상을 역동적으로 보여주려고 시도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단순히 클래식과 대중음악, 인상파와 추상파 같은 취향의 대립구도에 집착하지 않고 이러한 대립구도를 재생산하는 여러 제도적 차원들에 관심을 기울였다.

이러한 부르디외의 이론적 도식을 미국에 맞게 발전시킨 것이 이른바 옴니보어(omnivore) 이론이다.(Peterson and Kern, 1996) 피터슨과 컨은 부르디외의 연구에 대하여 “상층 계급은 과연 고급 문화가 아닌 다른 취향들을 거부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미국에서의 조사 자료를 통해 이 질문에 답하고 있다. 그들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20세기 후반 미국에 있어서 상층계급과 중간계급은 1960년대 프랑스에서와 같이 배타적으로 자신들의 문화를 향유하지 않는다. 대신 그들은 고급 문화와 하급 문화를 가리지 않는 포괄적인 문화취향(omnivoreness)를 가지고 있는데, 이 취향의 개방성이 바로 또 다른 구별짓기의 지표로 기능하게 된다. 즉, 교육받은 계층일수록 하나의 취향에 집착하지 않고 여러 다양한 취향을 즐기면서 폭넓은 문화향수 활동을 한다는 것이다.

요컨대 부르디외의 구별짓기와 피터슨과 컨의 옴니보어는 문화적 위계에 관한 서로 상반된 두 가지 이론적 입장을 제시하고 있다. 전자는 수직적 위계 및 불평등의 재생산에 관심을 가지는 반면, 후자는 대중문화의 확산과 더불어 문화적 위계가 붕괴하고 있음을 지적한다.

2) 한국에서의 문화적 위계에 관한 연구

한국에서도 이러한 이론적 틀들을 경험적으로 적용시키려는 연구가 상당 수 있어왔다.(조은, 2001;장미혜, 2002;한신갑,박근영,2005;한준 외, 2007;이호영,장미혜, 2008) 이들은 대부분 한국에서도 프랑스 혹은 미국과 같은 현상이 존재하는가를 입증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 연구들은 단일한 이론적 결론에 이르기보다는 서로 상반되는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조은(2001)은 질적 인터뷰를 통해 얻은 자료를 토대로 한국에서도 계급 불평등의 재생산에 문화 자본이 핵심적 기능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였다. 장미혜(2002)는 서울 지역을 대상으로 한 조사자료 분석을 통해 여가에 있어서 계급적 분할이 존재함을 보여주었다. 이들은 명시적으로 부르디외식의 문화적 구별이 한국사회에서도 관측가능하며, "문화자본"의 개념이 한국사회에서도 타당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반면 한신갑, 박근영(2005)과 한준 외(2007)의 연구들은 이와는 조금 다른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한신갑과 박근영은 문화관광부에서 실시한 『문화향수실태조사』자료를 토대로 여가에 있어서 구별짓기가 발생하는지 분석하였다. 이들은 단순한 계급적 구별뿐만 아니라 학력이나 세대, 성별, 거주지역 등 다양한 사회적 구별의 축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부르디외적 도식은 현상의 일부분만을 설명할 뿐이라고 지적하였다. 또 한준 외(2007)의 연구는 옴니보어 이론의 이론적 도식을 한국에 적용하면서 한국에서도 옴니보어가 등장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미국과는 달리 학력과 연령 효과가 밀접하게 얽혀있는 상황에서 한국의 옴니보어 현상은 그 맥락이 다르다는 것 또한 지적하고 있다. 또 이 연구는 앞의 연구와 마찬가지로 고급/저급 취향뿐만 아니라 외래/한국과 같은 한국 고유의 문화적 구별 또한 존재함을 보여주었다. 가장 최근의 연구인 이호영, 장미혜의 연구(2008)는 영화작품 및 감독에 대한 선호를 통해 앞서 언급된 연구결과들을 다시 한 번 검증하고자 시도한다. 이들은 한준 외(2007)의 연구와 마찬가지로 한국에서 옴니보어와 구별짓기는 서로 배타적인 범주로 존재하지 않고 결합되어 나타난다고 보고하고 있다.

요컨대 한국에서의 문화적 위계에 대한 연구들은 외국 이론의 직선적 적용에서 그 적합성을 의심하는 단계로 나아가는 중요한 진전을 이루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연구들은 부르디외의 이론적 작업에 큰 영향을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불평등 재생산의 동태적 관점을 보여주지는 않고 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부르디외의 기본적인 문제설정은 사회적 불평등이 문화적으로 어떻게 재생산되고 문화적으로 구획되는지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던 반면, 이들 연구들은 취형의 문화적 위계에 대한 분석을 수행한다. 즉, 문화를 중심과 주변, 외부와 내부를 구분하는 경계선으로 개념화하고 그 과정에서 불평등이 재생산되는 메커니즘에 주목하는 대신, 상류층은 클래식을 선호하고 하류층은 대중음악을 선호한다는 문화적 코드의 지도그리기(mapping)를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은 공통적으로 “서로 다른 취향들은 어떤 위계를 가지고 있는가?”라는 연구 질문을 던지게 된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피터슨과 컨(Peterson and Kern, 1996)의 연구에서도 드러났듯이 취향들 자체는 고정된 위계를 가지고 있지 않다. 취향들의 배후에 있는 것은 각각의 사회 집단들이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벌이는 상징적 갈등과 경쟁의 역사이다. 그리고 이 상징적 갈등과 경쟁은 언제나 “무엇이 더 정당한가?” 혹은 보다 일상적인 표현으로는 “무엇이 더 멋지고 쿨cool한가?”라는 질문들을 중심으로 벌어진다. 정당하고 멋진 취향과 상징들은 “문화”의 정의 속에 포함되어 일정한 상징적, 제도적 권위를 누리는 반면, 그렇지 못한 취향과 상징들은 배제되어 확고한 자신의 영역을 갖지 못하고 대중의 일상생활 속에서만 머무른다.

3) 상징적 배제(symbolic exclusion)론

브라이슨(Bryson)의 연구(1996)는 이러한 구분의 과정을 잘 보여주고 있다. 브라이슨은 옴니보어이론을 받아들이면서도 옴니보어 이론이 포괄하지 못하는 사례에 대한 분석을 시도한다. 그는 옴니보어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 무조건적으로 모든 음악 장르에 대해서 개방적인 것이 아니라, 특정한 장르에 대해서는 여전히 배타적인 패턴화된 관용(patterned tolerance)을 보여준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가정 하에 브라이슨은 각각의 응답자별로 좋아하는 음악 장르의 수가 각각의 음악 장르를 싫어한다는 응답에 미치는 영향력에 대한 로지스틱 회귀 분석을 실시하였다. 결과적으로 좋아하는 음악 장르 수가 늘어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싫어하는 것으로 남아있는 장르가 있다는 것이 드러났다. 즉, 다시 말해 옴니보어 취향 속에서도 포함과 배제의 위계관계 구성되어 있는 것이다. 논문의 제목처럼(“Anything but Heavymetal") 다른 많은 음악 장르를 선호하는 이들이 유달리 컨트리와 헤비메탈에 대해서만 거부감을 표시하였다. 공교롭게도 컨트리와 헤비메탈은 선호집단의 평균학력이 가장 낮은 음악 장르이다.

즉, 컨트리와 헤비메탈은 옴니보어의 문화적 장 안에서 배제당하는 음악 장르이며, 이를 선호하는 저소득/저학력 층은 미국사회에서 배제당하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다. 다시 말해 헤비메탈과 컨트리라는 음악장르는 문화적 장의 중심과 주변, 내부와 외부를 구별짓는 일종의 경계를 표시한다고 할 수 있다. 문화적 장 내부는 다양한 음악 장르를 선호하는 옴니보어 취향의 고학력/고소득 층이 위치할 것이며, 주변에는 컨트리와 헤비메탈 밖에 접해본 적이 없는 협소한 취향을 가진 저소득/저학력 층이 자리할 것이다. 그리고 전자는 다른 모든 음악장르들을 즐김에도 불구하고 후자가 선호하는 헤비메탈/컨트리에 대해서는 결단코 싫어한다고 응답한다. 이는 후자라는 사회적 집단에 대한 배제를 그들이 좋아하는 음악장르에 대한 배제를 통해 표현하는 행동이라고 볼 수 있다.

본 연구에서는 이러한 이론적 입장 위에서 브라이슨이 시도한 분석의 방법을 한국의 자료에 도입하여 한국에서도 상징적 배제의 과정이 나타나는지 분석하였다. 연구가설은 다음과 같다.

가설1 : 음악장르 중에서 다른 장르들을 많이 선호하는 사람들이 유달리 선호하지 않는, 특별히 배제당하는 장르가 존재할 것이다.

가설2 : 이러한 배제를 중심으로 문화적 중심과 주변, 외부와 내부의 위계 구조를 그려낼 수 있을 것이다.

3. 자료와 분석 방법

1) 자료의 기본 사회인구학적 특성 분포 및 변수코딩

본 연구는 2006년 한국갤럽에서 실시한 전국단위설문조사인 “이념성향조사” 자료를 사용하였다. 조사 자체가 이념성향조사이기 때문에 조사 대상은 20대 이상으로 한정되었다. 따라서 응답자에 10대는 포함되지 않았다. 본 조사에서 일반적으로 10대가 가장 선호하는 음악 장르들(발라드, 알앤비/힙합, 록/메탈/인디) 등에 대한 선호도가 전반적으로 낮은 것은 이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이는 전체 분석 결과에는 중요한 영향을 주지 않았다. 또 교육수준과 소득수준은 각각 원래 7등급으로 구분되어 있던 것을 분석 편의를 위해 각각 4등급으로 재코딩하여 사용하였다. 한국 사회의 현실적 구별을 고려하여 서울/지방 구분의 경우 서울, 인천, 경기 지역을 서울로, 나머지 지역을 지방으로 재코딩하여 사용하였다.

조사지에 포함된 음악장르는 “트로트”, “발라드”, “알앤비/힙합”, “록/메탈/인디”, “컨트리/포크”, “판소리/민요”, “재즈/블루스”, “클래식”, “영화음악(OST)", ”뉴에이지", "종교음악“ 모두 11가지이다. 장르 특성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 없기 때문에 응답자들은 각 장르에 대한 자신들의 주관적인 인상에 바탕하여 응답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각 장르별로 한국에서 잘 알려진 음악인 및 곡목은 대략 다음과 같다.

장르

음악인

트로트

주현미, 태진아, 장윤정

발라드

SG워너비, 신승훈

알앤비/힙합

비, 박진영, 세븐

록/메탈/인디

윤도현밴드, 크라잉넛, 자우림

컨트리/포크

김광석, 동물원

판소리/민요

춘향가, 적벽가

재즈/블루스

나윤선, 펫 메스니, 빌리 할리데이

클래식

베토멘, 모차르트, 바하

영화음악(OST)

<타이타닉>, <원스>, <미녀는 괴로워>

뉴에이지

이루마, 유키 쿠라모토, 류이치 사카모토

종교음악

CCM 계열

<표1> 장르별 대표 음악인 및 곡목

이 분류는 대체로 음반산업에서 폭넓게 통용되는 분류를 따르고 있지만, 가요 시장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이른바 ”댄스“음악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 현재 유행하는 댄스 음악들이 대부분 힙합적인 색채를 띄고 있음을 감안할 때, 응답자들의 이러한 취향은 ”알앤비/힙합“ 장르에 반영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또 ”록/메탈/인디“의 경우 록과 메탈의 음악적 간격이 상당히 크고, 인디 음악이라는 범주가 장르적 범주가 아닌 산업적 범주라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응답자들은 이 범주를 록에 대한 일반적 인식에 의거하여 ”밴드가 연주하는 비트와 사운드가 강한 음악“으로 해석해 답변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메탈과 인디와 같은 생소한 범주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응답자들에게 거부감을 줄 수 있고, 따라서 실제 이상으로 인지도와 선호도가 낮은 장르가 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2) 분석방법

분석방법은 빈도분석과 상관분석을 기본으로 장르별/집단별 선호도를 측정하기 위해 집단별 평균비교(comparison of means)와 이에 따른 ANOVA검정을 사용하였다. 또 상징적 배제를 측정하기 위해 브라이슨(Bryson, 1996)의 연구에서와 동일한 방식으로 이항 로지스틱 회귀 분석(binary logistic regression)을 사용하였다. 또 회귀 분석의 결과를 학력, 소득, 연령, 지역 등 배경변수와 결합시켜 대응분석(correspondence analysis)를 실시하였다.

4. 결과 및 해석

1) 옴니보어 성향

<그림1>은 학력과 연령에 따른 옴니보어 성향을 나타낸 것으로, 학력이 높을수록, 연령이 낮을수록 좋아하는 음악 장르의 수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학력이 높고 젊은 계층을 중심으로 여러 음악장르를 광범위하게 선호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한준 외(2007)의 연구결과와 일치하는 바이다. 또 별도로 실시한 회귀분석 결과 좋아하는 장르 수에 있어서 연령보다 학력 효과가 더욱 크게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 장르에 따른 사회 집단별 선호도

트로트와 판소리/민요, 종교음악의 경우 고연령층일 수록 더욱 선호하는 경향이 있고, 그 외 발라드, 알앤비/힙합, 록/메탈/인디, OST, 뉴에이지 음악은 젊은 층일 수록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젊은 층의 지지가 두드러지는 음악은 상대적으로 역사가 짧은 장르인 알앤비/힙합과 록/메탈/인디 음악이다. 연령대별로 가장 고른 지지를 보이는 장르는 재즈/블루스이다.

트로트와 판소리/민요는 압도적으로 중졸이하 저학력자들이 선호하는 음악으로 나타났다. 또 중졸 이하 저학력자들은 알앤비/힙합, 록/메탈/인디, 컨트리/포크, 재즈/블루스, 클래식, 뉴에이지 등 장르음악 일반에 대해서 선호도가 다른 집단에 비하여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대졸이상 고학력자들은 컨트리/포크와 재즈/블루스 음악을 상대적으로 더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트로트와 판소리/민요는 소득수준에 있어서도 저소득층이 선호하는 음악으로 나타났다. 반면 재즈/블루스의 경우 고소득층이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는 음악으로 나타났다. 그 외 일반적으로 장르음악의 경우 소득이 높아질수록 상대적 선호도가 상승하는 경향이 보였다.

서울/지방 구분의 경우 가장 두드러지는 차이는 트로트에 대한 선호도였다. 다른 장르음악들에서 대부분 서울이 상대적으로 더 큰 선호를 보이는 반면 트로트는 압도적으로 지방이 더 큰 선호를 보였다. 서울의 선호도가 높은 장르 중에서는 재즈/블루스가 가장 큰 서울/지방 차이를 보여주었다.

3) 상징적 배제와 그 함의

각각의 음악 장르에 대한 상징적 배제의 정도를 측정하기 위하여 브라이슨(Bryson, 1996)의 연구와 동일한 방식으로 분석을 수행하였다. 브라이슨은 특정 장르에 대한 싫어함(disliking)을 종속변수로 두고, 싫어하지 않는 장르의 수를 독립변수로 설정하여 이항 로지스틱 회귀분석을 실시하였다. 여기서 싫어함이라 함은 “약간 싫어한다”는 응답과 “매우 싫어한다”는 응답의 합계를 의미한다. 싫어하지 않는 장르의 수를 독립변수로 설정한 것은 상징적 배제를 측정하는데 있어서는 선호보다는 혐오가 중요한 척도가 될 것이라고 판단하였기 때문이다. 또 독립변수에서는 애초에 종속변수에 해당하는 장르를 제거하여 자기회귀의 가능성을 차단하였다.

결과적으로 아래에 표시된 베타값이 클수록, 0에 가까울수록 싫어하지 않는 장르 수가 증가해도 해당 장르를 계속해서 싫어할 확률이 크다는 뜻이다. 즉, 결단코 해당 장르를 좋아할 수 없다는 강력한 거부의 의사표시라고 해석할 수 있다. 따라서 베타값은 옴니보어 성향이 증가하는 중에서도 지속적으로 거부되는, 문화적 장에서의 배제의 지표로 볼 수 있다. 분석결과는 다음과 같다.

트로트

발라드

알앤비힙합

록인디메탈

컨트리포크

판소리민요

학력

.350*

-.541*

-.024

.399*

.194

.089

싫어하지 않는

장르 수

-.569*

-.721*

-1.170*

-1.011*

-1.012*

-1.013*

상수

1.048

4.829*

8.335*

5.617*

5.008*

7.328*

N

108

78

249

260

129

331

N은 유효 케이스 수, *은 sig.<0.01

재즈블루스

클래식

OST

뉴에이지

종교음악

학력

-.217

-.549*

-.559*

.504*

-.042

싫어하지 않는

장르 수

-1.246*

-.986*

-.900*

-.932*

-.951*

상수

9.331*

.738*

5.736*

3.007*

7.214*

N

223

166

64

110

316

전반적으로 트로트가 가장 배제당하는 장르이며, 발라드가 그 다음을 차지한다. 알앤비/힙합이나 재즈/블루스는 반대로 여러 장르를 선호하는 이들이 좋아하는 음악인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트로트나 발라드가 상대적으로 싫어하는 이들(N으로 표시)이 적고 반대로 알앤비/힙합이나 재즈/블루스를 싫어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이러한 결과는 의미심장하다. 즉, 대다수의 사람들은 트로트를 별로 싫어하지 않지만, 많은 장르의 음악을 좋아하는, 이른바 음악에 있어서 “여론주도층”이라고 볼 수 있는 사람들은 트로트를 아주 싫어한다는 것이다.

<그림6>은 이러한 분석의 결과와 각 장르별 선호집단의 평균학력과 평균소득을 놓고 비교한 것이다. 그림을 보면 베타값과 학력 및 소득수준은 대체적으로 반비례 관계에 놓여있음을 알 수 있다. 즉, 다른 모든 장르를 좋아해도 결코 좋아하지 않는 장르인 트로트의 경우 그 핵심 선호집단의 학력과 소득수준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대체로 이는 브라이슨(Bryson, 1996)의 연구결과와도 일치한다. 브라이슨 역시 옴니보어 성향 속에서 배제당하는 장르인 헤비메탈을 선호하는 계층의 학력 및 소득수준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것을 보여준 바 있다. 요컨대 “트로트”라는 문화적 표상은 저소득/저학력이라는 사회적 불평등을 함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반면 종교음악과 판소리/민요의 경우 전체적인 반비례 관계 속에서 조금 다른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종교음악과 판소리/민요의 경우에는 소득수준과 학력 양쪽에 있어서 상당히 낮은 편이지만, 상징적 배제의 정도에 있어서는 그다지 두드러지는 특성이 없다. 앞서 집단별 평균비교 분석결과에서 제시된 것처럼, 종교음악과 판소리/민요는 선호에 있어서 별다른 사회인구학적 특성을 가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위의 그림에서 드러나는 차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대중음악 시장에 있어서 제도적 위치를 고려한다면 해석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장르음악과 발라드, OST가 주류 대중음악시장을 구성한다면, 트로트는 비주류 대중음악시장을 구성한다고 할 수 있다. 전자가 TV나 인터넷을 통한 홍보활동을 주로하고 음반과 음원 판매로 수익 모델을 구축한다면, 후자는 술자리에서 직접 불리어지는 음악이며 불법복제 테이프 판매와 가수들의 지역 행사 영업을 통해 수익모델을 마련한다. 즉, 트로트는 대중음악시장에 있어서 일종의 지하경제를 이루고 있는 셈이다.

반대로 종교음악과 판소리/민요는 이러한 대중음악 시장에 제대로 편입되지 못한 음악 장르라고 할 수 있다. 판소리/민요는 일종의 문화재로서 정부보조금에 의해서 유지되고 있는 장르이다. 종교음악은 종교라는 조직 내에서만 유통되는 음악으로서, 자신의 시장을 가지고 있지만 생산, 유통 소비에 있어서 지극히 폐쇄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다.

부르디외 식으로 말한다면 얼마나 장의 자율성을 확보했느냐라는 질문을 중심으로 이들 간의 위계를 구분할 수 있을 것이다. 장르음악과 발라드, OST 등의 대중음악은 대중음악시장이라는 자율적인 공간을 구축하고, 스스로의 작동논리를 개발한 사례이다. 반면 트로트는 자신만의 공간을 구축하고 있지만, 충분한 수익성과 상징적 권위를 가진 자율적 장을 구성하지는 못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전체 대중음악 장르에 있어서 상징적으로 배제 당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반면 판소리/민요와 종교음악은 국가나 종교 등 다른 제도에 종속당한 장르로서, 장의 자율성의 관점에서 보자면 미분화된 장의 단계에 머무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트로트처럼 상징적으로 배제당하지 않고 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왜냐하면 다른 많은 장르를 선호하는 사람들이 판소리/민요나 종교음악에 직접적으로 호의를 가지지는 않더라도, 이들을 규정하는 제도의 영향력 하에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 제도들은 소득수준과 학력 면에 있어서 상대적으로 포괄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 즉, 가난한 사람이나 부유한 사람이나 모두 교회를 다니면서 이를 통해 종교음악을 친숙하게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반면 트로트의 경우 대중음악시장에서 포함되지 못하고 제도적 뒷받침도 가지지 못하기 때문에 이렇게 통합적인 지지를 얻을 기회를 상실하게 된다. 따라서 트로트는 저소즉/저학력/고연령층/지방거주자가 배타적으로 선호하는 장르가 되고, 다른 계층이 적극적으로 거부하는 장르가 되는 것이다.

<그림7> 장르별 상징적 배제, 학력, 소득, 지역, 연령을 통한 대응분석 결과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각 장르에 대하여 베타값(상징적 배제), 선호 계층의 평균 학력, 소득, 지역, 연령에 대한 대응분석을 실시하였다. 이를 통해서 우리는 대중음악시장이라는 장 속에 3단계의 위계가 존재함을 알 수 있다. 첫째로 고소득/고학력자들이 선호하는 각종 장르음악들이 있고, 차상위 계층으로서 광범위한 대중적 지지를 얻고 있는 발라드, OST클래식, 컨트리/포크 음악이 있다. 한쪽 구석에는 특정한 사회적 제도의 지원을 받는 판소리/민요와 종교음악이 있고, 가장 변방에는 저소득/저학력/고연령/지방거주자들이 선호하는 트로트가 있다.

이러한 결과가 함의하는 바는 무엇인가?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상징적 배제는 정당성과 권위 획득을 위한 사회 집단들의 투쟁과정이다. 이 과정에서 트로트를 좋아하는 저소득/저학력/고연령/지방거주자들은 상대적으로 불리한 처지에 놓여있고, 다른 장르를 좋아하는 이들은 전자를 배제하는데 있어서 광범위한 연합을 구축한 것으로 보인다. 즉, 음악에 있어서 고소득/고학력/서울지역 젊은 층 들이 장르음악을 통해 일종의 ‘중심’을 구성하였으며, 트로트를 선호하는 저소득/저학력/지방거주 고연령자들은 ‘주변’으로 밀려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배제는 대중음악시장이라는 경제적 제도, 종교 및 전통문화유산 관리와 같은 다른 사회 제도들에 의해서 뒷받침되고 있다.

이러한 결과는 한국에서의 문화 논의와 관련하여 많은 시사점을 준다. 지금까지의 문화 논의는 이러한 구체적인 문화적 불평등의 지형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지 못했다. 대부분의 문화에 대한 담론이나 대중음악에 관한 논의는 압도적으로 장르음악들에만 머물렀다. 1990년대 중반 활발히 논의된 저항적 대중음악, 또는 인디음악에 관한 논의들이 여기에 해당된다. 문화 인프라를 확충해야 한다거나 문화산업을 성장시켜야 한다는 논의들 역시 수익성이 보장되는 몇몇 장르들, 즉, 상징적 배제의 경계선 내부만을 다루고 있다.

대중음악의 경우에서만 놓고 본다면 한국에 있어서 문화의 경계는 가장 왼쪽의 점선에서 형성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경계의 내부(그림의 오른쪽)에 있는 음악장르들은 고소득/고학력/젊은 층이 선호하는 “문화적인” 장르들인 반면, 트로트는 저소득/저학력/고연령/지방거주자들이 배타적으로 지지하는 “비문화적인” 장르이다. 장르음악을 듣는다는 행위는 “문화적인” 활동이 되고, 발라드나 OST를 좋아하는 것은 대중적인 행위가 되지만, 트로트를 좋아한다는 것은 “문화”로 인정받기 힘들다. 한국사회에서 “문화” 개념은 적어도 대중음악에 있어서는 고소득/고학력/젊은 층이라는 경계를 설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 저소득/저학력/고연령/지방거주자들은 상대적으로 이러한 경계에서 배제되고 있다.

문화적 위계의 존재를 탐구한 연구들도 이러한 위계가 사회적 불평등과 어떠한 관련을 맺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개념화하지 않았다. 본 연구는 이러한 문화적 위계가 단순한 문화적 취향의 위계가 아닌 소득/학력/연령/거주지역에 따른 복합적인 사회적 불평등을 표현하는 것으로 보았다. 부르디외는 사회적 불평등이 큰 틀에서 문화적 상징들을 통해 인지되고 재생산된다고 거듭 주장한 바 있다. 본 연구에서 제시한 결과들은 부르디외의 연구에서 지적된 바와 같이 음악 장르라는 문화적 상징들이 사회적 불평등과 사회 제도들을 표현하는 양상을 잘 보여주고 있다.

5. 결론 및 함의

그간 한국에서 부르디외의 논의를 경험적으로 적용하는 연구들은 부르디외의 문제의식을 고려하기보다, 문화자본 혹은 문화적 위계라 불릴만한 것을 ‘발견’하는데 몰두한 것으로 보인다. 본 연구에서는 이와는 달리 문화적 위계 그 자체보다는 문화적 장 안에서 드러나는 사회적 배제 과정에 주목할 것을 제안하였고, 대중음악 장르 선호에 있어서 상징적 배제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였다.

<그림7>로 압축된 결과는 한국사회의 불평등 및 문화적 위계 논의와 관련해서도 많은 시사점을 안겨준다. 가장 뚜렷이 관찰되는 것은 트로트의 상징적 배제로 표현되는 저소득/저학력/고연령/지방거주자들에 대한 문화적 배제이다. 이들은 대중음악시장에서 배제되어 있으며, 다른 장르를 선호하는 사람들은 적극적으로 이들이 좋아하는 트로트를 거부하고 나선다.

한국에서 문화 논의는 이러한 상징적 배제의 과정에서 결코 자유롭지 않다. 즉, 기존의 문화논의는 고소득/고학력/젊은 층의 여가생활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으며, 상대적으로 저소득/저학력/고연령/지방거주자들의 삶에 대해서는 무관심하였다. 한국사회에서 문화라는 개념이 차지하는 사회경제적 위치가 있다고 할 때, 이 위치의 내부 질서에만 관심을 두었지 이 위치가 구성되는 방식, 그리고 그 외부에 대해서는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은 셈이다. 그렇기 때문에 문화에 대한 연구는 지식인들이 주도하는 ‘문화비평’이 되거나 아니면 기업의 이윤추구를 위한 산업담론으로 환원되었다. 전자는 문화 논의의 고학력 축을 반영하며, 후자는 고소득 축을 반영한다고 할 수 있다. 부르디외라면 전자를 경제자본 보다 문화자본의 비율이 높은 지식인의 문화, 후자를 문화자본보다 경제자본 비율이 더 높은 부르주아지의 문화라고 지적했을 지도 모른다.

어쨌건 한국에서 1990년대와 2000년대에 활발히 이루어졌던 문화논의가 그다지 진전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이러한 측면에 대한 자기성찰이 결여되어 있는 것과도 관련이 있어 보인다. 즉, 문화란 무엇인가를 의미하는 이데올로기적인 논쟁만 무성했지 정작 한국에서 문화를 얘기할 때 우리가 설정하는 경계선이 어디인가라는 현실적 질문이 없었다는 것이다. 본 연구에서는 대중음악 장르에 대한 선호도를 통해 고소득/고학력/젊은 층과 저소득/저학력/고연령/지방거주자 사이에 강력한 문화적 경계가 설정되어 있다는 점을 밝혔다. 전자는 배타적으로 문화 개념을 점유하고 있는데 반하여 후자는 상징적으로 배제당하고 있다.

본 연구에서는 이러한 결과를 통해 문화 논의가 사회적 불평등이 상징적으로 표현되고 재생산되는 과정을 해부하는데 있어서 유용한 틀이 될 수 있음을 제시하고자 하였다. 문화적 상징을 통한 불평등에의 접근은 사회적 불평등을 객관적인 지표를 통해 제시하는 것을 넘어서 불평등이 개인들에게 주관적으로 인지되는 양상과 행동을 통해 재생산되는 구체적 양상에 대한 분석을 가능케 한다. 본 연구에서는 이러한 시각 하에 좋아함과 싫어함이라는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이 사회적 불평등의 표현임을 증명하였다.

아마도 트로트를 좋아하는 이들은 “트로트를 좋아하십니까?”라는 질문을 받을 기회가 없고, 설문조사가 아니라면 트로트를 자신이 트로트를 좋아하는지 자문할 기회조차 갖기 힘들 것이다. 반면 다른 장르음악을 좋아하는 이들은 열정적으로 자신의 취미를 설파하며, 음반을 수집하고, 잡지를 통해 서로 소통하고 블로그에 비평을 습작하기도 할 것이다. 그리고 그들 중 일부는 자신들의 활동을 “문화”로 개념화하면서 은연중에 상징적 배제를 수행하기도 할 것이다. 한국에서의 문화논의가 이러한 속물적 기능을 수행하지 않으려면 문화와 불평등에 대한 구체적 자료를 통한 실증적․비판적 접근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본 연구는 초보적이나마 이러한 접근을 시도하고자 하였다.

다만 본 연구에서는 음악 장르라는 지극히 단편적인 개인적 취향을 대상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한국 사회 불평등과 관련하여 일반적인 분할이 존재한다는 것 이상을 증명하기 어려운 한계를 가지고 있다. 사회적으로 중요한 상징과 제도들에 대한 보다 폭넓은 자료가 확보된다면 문화를 통한 불평등의 분석은 좀 더 정치해질 수 있을 것이다.

또 본 연구에서는 설문조사라는 자료의 한계 상 실제적으로 개인들이 일상 속에서 음악장르에 대한 배제를 어떻게 사회적 배제로 연결시키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메커니즘을 분석하지 못했으며, 따라서 상징적 불평등의 구체적인 재생산 과정은 보여주지 못했다. 차후에 개인들의 문화적 취향과 사회적 네트워크 형성에 관한 양적․질적 자료가 확보된다면 이러한 과정에 대하여 본 연구와 같은 문제의식을 적용시켜 이를 분석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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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1)연구를 할 수 있도록 자료를 제공해주시고 응모를 허락해주신 연세대학교 사회학과의 한준 교수님께 감사드린다.

2)분석에 사용된 자료의 기본적인 사회인구학적 특성의 분포는 다음과 같다.

빈도

비율(%)

학력

중졸이하

137

11.39

고졸

600

49.91

전문대졸

149

12.39

대졸이상

316

26.28

1202

100

연령대

20대

284

23.62

30대

330

27.45

40대

315

26.20

50대 이상

273

22.71

1202

100

소득수준

200만원이하

237

19.71

200-300만원

414

34.4

300-400만원

288

23.96

400만원 이상

237

19.71

1176

97.83

결측값

26

2.16

서울/지방

서울

599

49.83

지방

603

50.16

1202

100

3)선호도의 경우 “매우 좋아한다”부터 “매우 싫어한다”까지 5단계로 분포하는 응답을 5점 척도로 환산하였다. 이외에 분석에 활용된 “좋아하는 장르 수” 변수의 경우 각각 장르에 대한 선호도를 묻는 5점 척도 질문의 응답 중에서 “매우 좋아한다”와 “약간 좋아한다”는 응답만을 추출하여 합계를 취하였다. 반대로 “좋아하지 않는 장르 수”의 경우 같은 질문에 대하여 “매우 싫어한다”와 “약간 싫어한다” 응답의 총합을 취하였다. “그저 그렇다”의 경우 양자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좋아하는 장르 수와 좋아하지 않는 장르 수의 총합은 전체 음악 장르 개수인 11이하이다.

4)이항 로지스틱 회귀 분석은 종속변수가 0과 1로 구성될 때 특정한 독립변수의 영향력을 계산하기 위해 사용하는 분석 방법이다. 이항 로지스틱 회귀분석은 0과 1이라는 이항분포의 특성 상 일반적인 회귀분석이 적용 불가능한 상황에도 적용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그 식은 다음과 같다.(Knoke et al.,2002[2007]:331)
식의 좌변은 x=1이라는 사건의 승산비(odds ratio)에 대한 로그값이며, 우변은 일반적인 선형 회귀식이다. 따라서 베타값(𝛃)을 e(자연로그)의 지수로 취했을 때의 값이 바로 독립변수의 변화에 따른 종속변수 승산비의 변화값이 된다. 즉, 베타값이 -1이라면 독립변수가 1증가할 때마다 종속변수의 승산비는 e-1만큼 증가한다는 뜻이 된다.

5)ANOVA 검정 결과 연령집단별 평균 차이는 재즈/불루스(p<0.05)와 클래식(유의미하지 않음)을 제외하고 모두 p<0.01수준에서 유의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6)ANOVA 검정 결과 학력별 평균 차이는 록/메탈/인디, 뉴에이지, 종교음악(이상 모두 유의미하지 않음)을 제외하고 모두 p<0.01수준에서 유의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7)ANOVA 검정 결과 소득수준별 평균 차이는 알앤비/힙합(Sig. p=0.06), 록/메탈/인디(p<.0.05), OST(p<0.05)를 제외하고는 모두 p<0.01수준에서 유의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8)ANOVA 검정 결과 서울/지방에 따른0 평균 차이는 발라드(p<0.05)를 제외하고 모두 p<0.01수준에서 유의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9)결과에 제시된 싫어하지 않는 수의 베타값은 좋아하는 장르의 수가 증가할 때 해당 장르 음악을 싫어할 확률의 승산비가 증가하는 정도의 함수이다. 싫어하지 않는 장르의 수가 증가할수록 일반적으로 종속 변수에 해당하는 장르를 싫어할 확률은 낮아지기 때문에, 베타값은 음수로 도출되었다. 다시 말해 다양한 음악적 장르를 즐길수록 해당 장르 역시 싫어하지 않을 확률이 클 것으로 가정한 것이다. 자연로그 e의 지수로서 베타값을 취한 값이 장르를 싫어할 확률의 승산비 증가값이기 때문에 베타값이 0에 가까울수록 승산비의 증가값이 커진다.

10)학력, 소득수준, 연령을 통제한 경우에도 유사한 결과가 나타났다. 편의 상 가장 유의미한 설명력을 많이 보였던 학력만을 통제한 결과를 표시한다.

11)지역의 경우 전체 선호계층 중 서울거주자의 비율을 사용하였다. 각각의 변수는 모두 평균과 표준편차를 사용하여 표준화하였으며, 대응분석을 위하여 양수로 변환시켜 분석에 사용하였다.
대응분석은 각각 변수의 유사성을 중심으로 주어진 범주들을 평면에 배열하는 탐색적 분석방식이다. 파란색으로 표시된 변수들과 빨간색으로 표시된 범주들과의 거리는 각 범주의 변수값이 다른 범주들과는 얼마나 다른지 나타낸다. 예를 들어 오른쪽에 몰려있는 장르음악들은 고학력/고소득/서울거주자들이 선호하는 음악이며, 반대로 왼쪽에 치우친 트로트는 학력, 소득, 지역이 이들과는 정반대의 값을 가지는 음악이다. 판소리/민요가 트로트보다 아래 쪽에 치우쳐 있는 것은 판소리/민요가 트로트와 다른 변수들에서는 유사하지만 베타값(배제)에서 큰 차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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