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완고한 태도에 거리시위로 변한 촛불 문화제
경찰, 위헌적 요소 있는 ‘집시법’ 강력 집행
집회방식에 대한 다양한 목소리 존재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운동이 거리시위로 확산되고 있다. 이에 정부와 검·경찰 및 보수언론은 “촛불 문화제가 불법 과격집회로 변질됐다”며 “배후세력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시민단체와 진보언론은 “시민들은 평화적인 가두행진을 하고 있다”며 “경찰의 과잉진압이 문제”라고 반박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미국산 쇠고기 수입 고시가 강행되면서 시위는 더욱 거세지고 있다. 『대학신문』은 이를 둘러싼 논란을 살펴봤다.

◇거리시위로 ‘진화한’ 혹은 ‘변질된’ 촛불문화제=지난달 1일에 시작해 20여차례 열린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 문화제는 최대 2만명(경찰 추산 7000명)이 참가한 대규모 평화 집회였다. 그러나 지난달 24일 집회 참가자 일부가 가두시위를 벌이면서 그 성격이 바뀌었다. 이날 시위에서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뿐 아니라 ‘정권 교체’, ‘대통령 탄핵’ 등 반정부적 구호가 등장했고, 결국 경찰의 강제진압으로 37명이 연행되기에 이르렀다.

이에 김경한 법무장관은 26일 실·국장 회의를 소집해 “평화적 집회는 보장하지만 정치구호를 외치거나 도로를 무단 점거하는 불법집회는 법과 원칙에 따라 관련자를 엄정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어청수 경찰청장 또한 “불법행위 관련자가 수백명이라도 모두 색출해 사법조치할 것”이라며 촛불 문화제와 달리 거리시위는 불법 행위임을 강조하고 주동자 색출 및 처벌의 필요성을 밝혔다.

그러나 ‘광우병국민대책회의(대책회의)’ 상황실의 한 관계자는 “거리시위는 쇠고기 수입에 분노한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벌어진 것”이라며 “시민들은 평화적·합법적인 방법으로 표현의 자유를 행사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사회진보연대 이상훈 정책위원도 “시민들은 시위에서 폭력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며 “이를 폭력적으로 진압하는 정부의 태도가 문제”라고 말했다.

◇거리시위, 과연 불법·과격 집회인가?=경찰은 촛불 문화제가 열릴 때부터 “정치구호를 외치거나 물리적 시위가 발생하면 더 이상 ‘문화제’가 아니라 ‘불법집회’”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현행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집시법)’에는 ‘집회’에 대한 정의가 명확하지  않아 경찰이 이를 자의적으로 판단해 진압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박주민 변호사는 “현행 집시법은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제한하는 측면이 크다”며 “집회 장소와 시간, 방법에 대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헌법 21조는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보장하며 이는 허가제로 운영될 수 없음’을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평화인권연대 손상열씨는 “집시법은 신고제로 운영돼야 함에도 경찰은 집회와 시위를 허가제로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야간집회의 경우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예외적으로만 허용하는 등 기본권의 하나인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요소가 많다. 박주민 변호사도 “현행법으로 판단했을 때 현재 거리시위에 위법적 요소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이는 집시법 자체에 위헌적인 면에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경찰청장이 집시법을 ‘강력히’ 집행해 시위를 진압하겠다는 것은 애석한 일”이라고 말했다.

선진국의 경우 집회나 시위에 대한 규제가 너그러운 편이다. 박주민 변호사는 “독일의 경우 신고나 허가 없이 자유롭게 집회와 시위를 할 수 있다”며 “경찰은 폭력이 발생할 경우 사후적으로만 개입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독일의 사례는 시민들의 질서의식 수준이 높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웅혁 교수(경찰대·행정학과)는 “선진국의 경우 시위자들이 애초부터 폴리스라인을 잘 준수한다”며 “이를 어겼을 때는 경찰이 물리적 제지를 해도 정당한 법집행으로 보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고 지적했다.

◇촛불집회 vs 과격시위, 어디로 가나?=촛불 문화제가 거리시위로 바뀐 상황에서 집회방식에 대한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성제씨(가명·35)는 “각목이나 화염병을 들고 조직적으로 행동하던 과거의 폭력집회와는 달리 이번에는 많은 시민들이 개인적·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며 “광장에서 촛불만 들고 있어서는 도저히 정부와 ‘소통’이 되지 않기 때문에 거리로 나섰다”고 말했다. 그러나 교사 오영세씨(43)는 “과도한 반정부 구호나 물리적 충돌은 집회의 본래 목적을 흐린다”며 “건강권을 위협하는 정부 정책에 대해 법적으로 정당한 시위를 전개해야 긍정적 여론 형성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촛불 문화제를 주최하는 대책회의의 한 관계자는 “우리가 집회의 주최이긴 하지만 시민들의 자발적인 거리시위를 통제할 수는 없다”며 “또한 시위 행위는 시민들의 자유와 권리에 속하기 때문에 우리가 통제해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대규모 촛불 문화제에 이은 거리시위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여당이 장관 고시 발표를 강행한 만큼 한동안 시민들의 분노는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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