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소통하는 동ㆍ서양의 철학자들

때론 멀게, 때론 가깝게 느껴지는 철학. 그 철학을 동서양의 석학에게 들어볼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 3천여 철학자들의 3천여개 사유. 7일 동안만큼은 철학의 숲에서 ‘발걸음은 무겁지만 마음만은  즐겁게’ 거닐어보자.

‘철학의 향연’ 세계철학자대회가 다음달  30일(수)부터 8월 5일(화)까지 서울대에서 열린다. 1900년 파리에서의 첫 대회 이후 그동안 서구에서만 치러졌던 대회가 아시아에서 처음 열린다는 점에서 제22차 세계철학자대회는 더욱 뜻깊은 자리가 될 것이다. ‘오늘의 철학을 다시 생각하다(Rethinking Philosophy Today)’를 주제로 열리는 이번 대회는 기존 철학에 대한 비판적 반성을 통해 현재 인류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를 성찰하고 철학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한다. 이번 철학자대회는 세계화와 코스모폴리타니즘, 생명윤리, 환경윤리 등 현재 가장 화두가 되고 있는 사안을 철학적 주제로 다룬다. 한국조직위원회 의장 이명현 명예교수(철학과)는 “아시아에서 처음 개최되는 이번 대회는 동서양의 소통을 통해 그동안의 철학을 되짚어보고 철학의 새로운 활로를 찾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총 400여개에 이르는 세션으로 구성된 이번 대회는 다양한 형식으로 진행된다. 중심행사인 4개의 전체 강연에는 유럽중심주의적 시각을 비판해온 철학자 엔리케 두셀(Enrique Dussel, 멕시코국립자치대ㆍ철학과) 등 세계적인 석학이 참여해 ‘다시 생각한다’를 주제로 형이상학, 인식론, 비교철학 등 지금까지의 철학을 재검토한다. 강연과 별도로 진행되는 심포지엄에는 독일 현대철학을 대표하는  비토리오 회슬레(Vittorio Hoesle, 노틀담대ㆍ철학과) 등이 참여해 세계화와 환경윤리 등 최근 현안이 되고 있는 현실 문제를 논의한다. 특히 동양권에서 열린 첫 세계철학대회인 만큼 유교, 불교, 도교철학을 세계철학대회 참가자들에게 소개하는 것 역시 처음이다. 한국철학회 특별 세션에서 곽신환 교수(숭실대ㆍ철학과) 등 한국의 철학자들은 퇴계학, 다산학 등의 철학적 전통을 바탕으로 그동안 서구에서 종교로만 인식돼온 한국철학의 사유를 소개할 예정이다. 이명현 교수는 “이번 대회는 한국의 철학을 한차원 끌어올리고 세계에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최근 한국철학계는 막바지 준비가 한창이다. 지난해 12월에는 한국철학을 전 세계에 선보이기 위해 ‘한국의 철학을 다시 생각한다’라는 주제로 한국철학회, 대한철학회 등 8개 철학회가 한자리에 모여 그동안 분화돼서 연구되던 한국철학을 함께 논의했다. 또 국내 대학 학부생 및 대학원생으로 이뤄진 200여명의 자원봉사단도 7월부터 본격적인 행사준비에 나설 계획이다. 그러나 아직 부족한 점도 있다. 이명현 교수는 “큰 행사다 보니 초청, 장소대여 등 여러모로 비용이 많이 든다”며 “아직 기업과 정부의 협조가 충분하지 않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한국철학계는 이번 세계철학자대회를 계기로 한국의 철학을 세계에 알리고 그동안 움츠렸던 날개를 펼 계획이다. 동서 철학의 소통을 통해 생산된 철학적 담론이 어떤 사유를 제시하고, 현세계의 문제들을 어떻게 풀어갈지 올 여름의 ‘지적 축제’가 벌써부터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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