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라는 진화생물학의 마지막 퍼즐, 서울에서 풀린다

‘진화생물학의 마지막 퍼즐’인 언어, 그 신비를 밝혀내는 ‘세계 언어학 올림픽’이 올 여름 서울에서 개최된다.

세계언어학자상임위원회(CIPL)가 주관하고 한국언어학회가 조직을 맡은 ‘제18차 세계언어학자대회(International Congress of Linguists)’가 다음달 21일(월)부터 26일(토)까지 6일간 고려대에서 열린다. ‘언어의 통일성과 다양성’을 대주제로 내건 이번 대회에서는 1500여명에 달하는 세계 유수의 언어학자들이 모여 800여편의 논문을 발표하고 최신 언어학 동향을 점검한다.

세계언어학자대회는 1928년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처음으로 개최된 이후 5년마다 언어학과 그 인접학문까지 폭넓게 조명하는 언어학계 최대 학술대회다. 이번 대회는 의미론, 통사론 등 전통적 순수언어학 분야뿐만 아니라 ‘인지언어학’과 ‘언어인권’, ‘수화와 음성언어 비교연구’ 등 최근 세계 언어학계에서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분야까지 다룬다. 24일(목) 진 애치슨(Jean Aitchison, 옥스퍼드대ㆍ영어영문학과)은 생물학, 뇌과학 등과의 교류를 통해 활발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인지언어학’ 분야의 최신 조류를 소개한다. ‘베일 들추기’라는 주제의 강연에서 애치슨은 ‘진화생물학의 마지막 퍼즐’이라 불리는 언어의 기원과 진화의 관계에 대해 발표한다. 같은 날, 『그 많던 언어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의 저자 수잔 로메인(Suzanne Romain  e, 옥스퍼드대ㆍ영어영문학과)은 ‘언어인권’을 강연한다. 로메인은 “소수언어 사용자들이 자신의 모국어를 사용하며 생활할 권리도 ‘인권’의 일부”라고 주장해왔다. 이같은 세계적 학자들의 특별강연 외에도, 18개 주제를 다루는 워크숍 프로그램에서는 ‘제2외국어로서의 영어교육’이나 ‘언어와 젠더’ 등 언어학 응용분야를 두고 국내외 학자들이 토론을 벌인다.

이번 대회는 세계 언어학 연구동향을 국내에 소개하는 동시에, 한국어를 국제적으로 연구하고 그 우수성을 세계 석학들에게 소개하는 역할도 담당한다. 22일(화)에 열리는 특별워크숍에는 알타이어나 퉁구스어 등 아시아 소수언어 전문가들이 초청돼, 한국어와 이들 언어의 계통적 연관성을 바탕으로 한국어의 기원을 모색한다. 참가자들에게 한글의 우수성을 홍보하기 위해 대회기간  ‘한글의 컴퓨터 자판 입력법’ 등을 소개하는 특별전도 마련된다. 이번 대회 조직위원장을 맡은 홍재성 교수(불어불문학과)는 “제13차 도쿄대회는 일본학의 세계화에 큰 도움이 된 바 있다”며 “우리도 이번 대회를 통해 한국어와 한글뿐 아니라 한국문화도 세계에 알릴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국 최초, 아시아권에서는 일본에 이어 두번째로 열리는 이번 대회는 기존의 주요 참가자인 유럽, 미국의 학자들보다 중국, 일본 등 아시아권 학자들의 참여도가 높다. 홍 교수는 “지금까지 한국 언어학계는 언어적으로 유사한 아시아보다 선진국 언어에 치중해 연구해왔다”고 지적하며 “이번 대회로 아시아 학자들 간의 소통을 활성화시킬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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