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이념’의 새로운 시각으로 한국사회를  논하다


이명박정부를 택한 국민 중 일부는 새정부가 출범한 지 100일 만에 탄핵 서명운동까지 벌였다. 진보ㆍ보수의 구도가 무력해진 것이 아니냐는 평이 나오는 요즘 진보와 중도를 자처하는 정당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지난달 28일 탈이념, 탈계급의 새로운 시각으로 한국의 정치사회를 분석하고자 하는 ‘한국정치사회학회’가 창립기념 심포지엄을 열었다. 학회는 이날 창립사에서 “정치사회학은 현실과 가장 가까운 분야 중 하나”라며 “현실과의 생산적인 긴장을 통해 개인과 공동체가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사회를 모색할 것”이라며 창립의 의의를 밝혔다.

이번 심포지엄에는 학회장인 임현진 교수(사회학과)를 비롯해 『사회비평』 박영도 편집인, 여성정책연구원 장미혜 연구원 등 40여명의 학회원들과 다수의 학생, 교수 등이 참가해 ‘정당정치와 한국사회의 미래’를 주제로 열띤 논의를 벌였다.

이날 김호기 교수(연세대ㆍ사회학과)는 ‘세계화 시대의 욕망의 정치와 가치의 정치’를 주제로 세계화가 본격화 되고 있는 한국사회에서 중도ㆍ진보진영이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 발표했다. 김 교수는 “최근 대선과 총선을 보면 국민들이 뉴타운과 특목고로 대표되는 ‘욕망의 정치’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미국산 쇠고기 파동 등의 사건을 보면 ‘가치의 정치’ 역시 추구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분석했다. ‘욕망의 정치’란 국민들이 물질적 가치에 대한 욕망을 좇아 표를 던지는 등의 행위를 가리키는 말이고 ‘가치의 정치’는 경제적 안정 외에 사회적ㆍ탈물질적 가치를 중시하는 정치성향을 가리키는 말이다.

김 교수는 “시민사회는 경쟁과 연대라는 이중적인 조정원리에 의해 재생산되는 공간이므로 ‘욕망의 정치’와 생산적인 긴장을 유지하기 위해 인권, 환경, 평화로 대표되는 연대의 영역들에서 ‘가치의 정치’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쟁의 원리만 강조될 경우 시민사회는 ‘만인 대 만인의 투쟁’의 공간이 되기 때문에 연대의 원리를 활성화시켜 시민사회의 민주적, 협력적 성격을 불어넣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 김 교수는 “세계화 시대가 도래하면서 한국사회는 경쟁이 연대를 압도하고 이것이 ‘욕망의 정치’를 낳았다”고 지적하면서 “중도ㆍ진보진영에서는 새로운 성장, 더 많은 기회, 질 높은 정의를 담는 ‘새로운 진보’를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도 최현 교수(제주대ㆍ사회학과)는 ‘정당정치와 정체성의 정치’라는 발표에서 “세계화는 한국을 점차 다민족국가로 변모시켜 같은 민족 내의 다양한 집단들 사이의 균열을 만들어낸다"며 “정당들은 민족적 단일성을 대신할 새로운 정체성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현진 교수는 “정치사회학회가 선거 등 정치문제에 대한 분석을 통해 정치에 관심이 많은 우리나라 사람들의 욕구를 충족시킬 것”이라며 “대중도 참여할 수 있는 포럼을 만들 예정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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