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텐, 제국을 말하다



1911년 10월 10일 저녁, 호북성 무창의 한 군영에서 총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 총소리에 쓰러진 것은 비단 청(淸)제국뿐이 아니었다. 2132년 동안 지속돼온 제국의 제도였다.

지난달 15일 『이중텐, 제국을 말하다』가 번역ㆍ출간됐다. 『삼국지 강의』, 『품인록』 등을 통해 중국의 역사를 이야기하던 이중텐(易中天)이 이번에는 중국을 유지해온 제도 ‘제국’을 분석하고 현재 중국이 추구하는 ‘공화’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중국 최초의 제국은 진(秦)이다. 진이 천하를 통일한 후 진시황의 상객(上客) 이사(李斯)는 “제후국이 전쟁을 일삼아도 천자는 이를 제어할 수 없었다”며 “통일된 법규를 마련하고 제후국 대신 군현을 둬야한다”고 주장했다. 진시황은 이를 받아들였고 ‘군현제’를 기반으로 한 중앙집권적인 ‘제국’이 중국 역사에 등장했다. 당나라의 문인 유종원(柳宗元)은 “모반하는 제후국은 있었지만 반란을 일으키는 군현은 없었다”며 정권의 공고화와 사회적 안정에 초점을 맞춰 제국의 군현제가 갖는 이점을 설명했다. 그러나 이중텐은 “제국은 창립된 그날부터 ‘태독(胎毒)’처럼 화근을 안고 있었다”고 주장한다. 독존하는 것은 결국 썩는다는 것이다. 제도의 완비로 중앙집권은 강화됐지만 민중은 반발했고, 유학에 의한 사상통일은 제국의 철학적 버팀목이 됐지만 중국 사상계의 활력을 앗아갔다.

독을 품은 제국은 결국 무너졌다. 저자는 “청이라는 제국의 멸망은 제도의 변화 요구를 수용하지 못했기 때문에 일어난 것”이라고 설명한다. 지식인층은 유럽에서 전파된 공화를 주장했고 결국 ‘집권, 전제, 독재’의 제국은 ‘공화, 민주, 헌정’이라는 새로운 가치에 무릎을 꿇었다.

중국 역사에 ‘공화’는 등장했지만 그 기반이 없었다. 저자는 “중국에는 ‘공화’라는 정치 체제나 제도가 근본적으로 없었기 때문에 정치사상과 전통도 존재할 수 없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국민당수 쑨원(孫文)은 공화의 기본원리인 ‘평화’를 간과한 채로 공화를 주장했고 관원이나 학자들조차 민주나 공화, 헌정 등의 의미나 상호관계에 대해 분명하게 논술한 적이 거의 없었다. 저자는 이런 현재 중국에 대해 “중국의 실정에 맞는 민주, 공화, 헌정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진정한 자유와 법치, 인권이 확보돼야 한다”고 일침을 가한다.

중국의 공화를 향한 길은 분명 ‘아득하게 먼 길’이다. 하지만 독자는 과거의 제도에 대한 분석에서 출발해 새로운 길을 ‘위아래로 찾아 다니는’ 『이중텐, 제국을 말하다』를 통해 조금이나마 그 가능성을 엿볼 수 있을 것이다.

이중텐 지음┃심규호 옮김┃에버리치 홀딩스┃442쪽┃1만8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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