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이아의 복수

한 환자가 있다. 화덕과 같은 방에서 고열에 시달리며, 몸을 보호해주는 피부조직 또한 계속 벗겨지고 있는 그는 지금 목숨이 위태롭다. 그가 우리와 상관없는 남처럼 느껴지는가. 그가 죽으면 나도, 당신도, 모두가 죽게 될 것이다. 그 환자는 바로 지구라는 행성 ‘가이아’다.

지구를 환경과 생물로 구성된 하나의 생명체로 보는 ‘가이아 이론’의 창시자인 제임스 러브록(James Lovelock)의 『가이아의 복수』가 지난달 20일 번역ㆍ출간됐다. 저자는 “온난화가 지속되면 ‘대지의 여신’ 가이아가 ‘복수의 여신’ 네메시스로 변모해 인간에게 복수를 시작할 것”이라며 “온난화를 막기 위해 지금 당장 인류가 변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행성의사’로서 저자는 ‘환자’ 가이아의 ‘병원(病源)’을 온난화로 진단하고 그 처방을 제시한다.

화석연료를 사용할 때 나오는 온실기체, 난개발에 따른 녹지파괴, 뜨거워지는 태양열 등 저자는 현재 지구가 지구온난화 문제로 심각한 위기에 처해있다고 진단한다. 이 위기가 거론된 지는 매우 오래됐고 이미 몇가지 대안이 나온 바 있다. 하지만 그는 “지구온난화 문제를 ‘지속가능한 발전’으로 해결하려는 것은 폐암 환자에게 별다른 조치 없이 담배를 끊으라는 것과 같다”며 “재생에너지는 지구온난화를 해결할 수 있는 진정한 대안이 될 수 없다”고 말한다.

가이아에게 필요한 것은 담배를 끊으라는 단순한 예방법이 아니라 항암치료와 같이 당장 치료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처방이다. 저자는 우리가 실현할 수 있는 유일한 처방으로 원자력에너지를 제안한다. 원자력은 에너지 효율이 높고 이산화탄소를 만들지 않는다. 이런 장점에도 불구하고 핵무기, 방사선 노출 등을 비롯한 원자력의 부작용이 두려워 화석에너지를 계속 사용한다면, 이는 ‘나무는 보고 숲은 보지 못하는 행동’이라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녹색주의를 표방하는 환경론자는 저자가 제안한 극단의 처방이 다소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저자는 “화석에너지를 사용하는 현 세계에서 지구온난화 문제는 인류의 생존을 위협할 만큼 심각한 상황”이라며 “안전해 보이지만 입증이 안 된 신약(재생에너지)을 실험할 여유는 없다”고 말한다.

대안은 오직 원자력에너지뿐이라는 저자의 처방을 어떻게 받아들이건 간에 지구온난화는 인류의 생존을 위해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임이 분명하다. 풍전등화와 같은 인류의 상황에서 행성의사의 진단은 분명 곱씹어볼 만하다. 어쩌면 가이아의 복수는 이미 시작됐을지도 모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제임스 러브록 지음┃이한음 옮김┃세종서적┃263쪽┃1만2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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