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형 교수(행정대학원)

서울대는 국제화프로그램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홈페이지에는 ‘겨레의 대학에서 세계의 대학으로’라는 캐치프레이즈가 선명하다. 캠퍼스에서 외국인 학생과 마주치거나 함께 강의를 듣는 것은 이미 오래전부터 일상적인 일이다. 국제화 수준에 관한 한 아직은 갈 길이 멀지만 우리는 모르는 사이에 이미 ‘국제’ 서울대학교로의(international SNU) 진화를 시작했다. 간단한 통계를 보더라도, 2007년 10월 1일 현재 전체교수 1741명 가운데 외국인교수가 45명이고, 전체 학생 27963명중 외국인 학사·석·박사과정 학생이 1119명, 그리고 교환 및 방문학생, 어학연수과정, 하계학교, 규장각한국학연구원까지 합하면 2375명으로 8.4%가 넘는다. 100명중 8명 이상이 외국인학생인 셈이다. 통계가 7개월 전의 것임을 감안하면 현재는 아마도 더욱 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에는 대학본부 차원에서 작년 가을 수준의 두 배가 넘는, 무려 100여명의 외국인교수를 추가로 채용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내년 봄까지 이 계획이 제대로 실행된다면 우리는 곧 외국인교수 10%시대를 넘보게 될 것이다. 외국인학생들도 계속 늘어나는 추세고 외국 유수한 대학들과의 협력이 확대되고 있으므로 서울대학교는 이제 곧 명실상부한 세계의 대학으로 발돋움할 수 있으리라고 기대해 본다.


여기까지는 희망적이고 고무적이다. 그러나 우리는 얼마나 국제화되어 있는가, 세계전략을 위해 얼마나 잘 준비되어 있는가. 스스로를 돌아보면 한심스런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교수나 학생, 직원 누구라도 과연 우리는 오대양 육대륙에 자신 있게 서울대로 오라 손짓할 수 있는가.우리의 강점은 우수한 학생과 교수, 그리고 오랜 전통과 명성이고, 기회는 교육·연구가 국가의 사활과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역량으로 부각되고 있는 저간의 상황일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약점, 위협은 무엇일까. 많은 약점들 중에 특히 두드러지는 것은 자기혁신의지가 약하다는 것이다. 서울대만큼 변화에 둔감한 대학이 있을까. 입으로는 융합과 통섭을 말하지만 자기 영역 지키는 데는 너나 할 것 없이 핏발을 세운다. 하던 대로 하겠다는 소신은 교수나 학생 가릴 것 없이 가히 존경할만한 수준이다. 복수, 연계, 연합, 학생설계존공 등 전공 다양화방안을 내 놓아도 학생들은 의심부터 해댄다. 강의평가나 성과급, 승진·정년보장심사를 강화하는 데 대해 아직도 배짱이 상한 교수들이 적지 않다. 서울대에서 진화된 특유의 자존심문화인지, 교수나 학생, 직원 모두가 완고하니 개혁은 어렵다. 약점들은 그러려니 할 수도 있지만, 위협은 훨씬 심각하다. 당장 실용과 시장을 앞세워 정부는 거세게 법인화를 밀어붙일 태세다. 서울대의 위상은 국내외의 도전으로 매일 흔들린다.


겨레의 대학에서 세계의 대학으로 나아가려면 희생적 결단이 필요하다. 서울대의 학과, 전공들은 대부분 ‘한국최고’를 구가하지만 ‘세계최고’와는 거리가 먼 경우가 더 많다. ‘세계의 대학’으로 비상하려면 기득권과 타성에서 과감히 벗어나야 한다. 늘어날 외국인교수들과 학생들을 생각하면 늘 하던 대로 하겠다는 식으로는 곤란하다. 앞으로 외국인 동료교수들에게 코리안커스톰(korean custom)이라며 얼버무려야 할 일이 얼마나 많을지 은근히 걱정이 앞선다.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