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문제 해결 위해
적극적 탄소관리에 눈돌려야
남북간 탄소자원을 순환해
토양유기물 자원을 관리하자

노희명 교수
“우리는 언제까지 우리 후손의 삶의 터전을 그들과 아무런 타협 없이 마구 훼손할 수 있을 것인가?” 이렇게 내 스스로 되새김질하는 질문은 나로 하여금 자연이라는 거대한 교향악단의 지휘자인 ‘흙’이 지닌 균형의 지혜를 거울삼아 이 소고를 시작하게 했다.

우리는 지금 에너지 절약과 경제발전, 그리고 기후변화라는 거대한 주제들이 그 어느 때보다도 인구에 회자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더욱이 통일시대를 대비해야 하는 우리는 통일과 기후변화를 동시에 헤아릴 줄 아는 발상의 전환을 ‘흙’이 주는 지혜에서 찾아야 한다.

동전에 앞뒤 양면이 있듯이,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우리의 자세도 분명 양면을 헤아릴 줄 아는 지혜를 지녀야한다. 왜냐하면 이렇게 큰 주제들이 엉켜있는 실타래를 풀고자 지금까지 우리가 내놓은 방안이 주로 화석연료 사용을 규제하는 한쪽으로 치우쳐왔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방향도 신재생 에너지와 함께 온실가스감축의 올바른 방향의 하나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에너지 흐름을 ‘탄소가 어디로부터 오고 또 어디로 가는가?’라는 탄소균형의 관점에서 보면, 우리는 화석연료 사용규제와 함께 어떻게 하면 많은 양의 탄소를 오랫동안 반대 방향으로 저장할 수 있을까도 포함하는 적극적인 탄소관리로 눈을 돌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바로 이 점이 우리가 기후변화문제를 폭넓은 시각에서 보아야 하는 이유다.

현재 토양은 토양유기물로 대기가 지닌 7,500억 톤보다 훨씬 많은 2만4,000억 톤의 탄소를 지니고 있고, 또 다른 형태의 토양유기물인 화석연료로 5억 톤을 저장하고 있다. 아울러 대기와 가장 활발히 탄소를 교환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균형은 단지 지구 전체의 평균일 뿐, 실제로는 나라마다, 또 지역마다 어떻게 탄소를 관리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게 마련이다. 만일 토양이 지닌 온실가스 격리 용량을 적절히 활용할 수 있다면, 우리는 단순히 탄소 배출을 규제하여 얻을 수 있는 성장 공간보다 한층 여유로운 공간을 창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제 한반도로 눈을 돌려보자. 우리나라는 화석연료의존도가 높은 산업구조와 앞으로 재생자원으로 토양에 순환시켜야만 하는 유기쓰레기가 넘쳐나는 문제를 안고 있다. 현 상태라면, 기후변화를 바라보는 우리의 입장은 어두울 수밖에 없다. 반면 북한은 마구 훼손하여 유기물이 고갈된 토양을 회복하고, 무너진 사회 인프라를 복구해야 하는 문제를 갖고 있다. 따라서 기후변화시대를 맞는 우리는 가능하다면 한반도 전체로 높이 또 멀리 보아야 한다.

이렇게 볼 때, 온실가스와 연관된 탄소배출 문제는 당연히 생활과 산업 전반에 걸쳐 다뤄져야 한다. 따라서 ‘흙’의 과학자인 나는 한반도를 축으로 우리나라의 잉여유기자원을 북한의 인프라를 복원하는데 순환시켜 탄소격리용량을 증가시키는 등 지속적으로 토양유기물 자원을 관리할 것을 제안한다. 지금이야 말로 탄소배출을 규제하는 수동적인 대책으로부터 필요한 곳에서는 쓰며 그에 상응하는 탄소저장을 이끄는 능동적 자세로 전환하는 황금분할의 묘를 찾는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도 필요한 시점이라 생각한다. 나는 내일로부터 빌려 쓰는 지구에서 내일의 고전적인 문제가 될 기후변화 문제를 오늘 풀면서 이 소고를 마친다.

노희명 교수
농생대 농생명공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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