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폴 사르트르(Jean Paul Sartre)와 카를 로젠크란츠(Johann Karl Friedrich Rosenkranz). 철학이나 미학을 전공하는 사람이라면, 아니 이 분야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들어봤을 이름이다. 기존 학계의 흐름에 거침없는 비판을 가하며 새로운 접근을 시도한 이 두 사람의 대표저작인 『상상력』과 『추의 미학』의 완역본이 지난 7월 나란히 출간됐다.

사르트르의 파리고등사범학교 졸업논문 전반부를 토대로 1936년 발간된 『상상력』은 그의 첫 저작이다. 사르트르는 이 책에서 17세기와 18세기의 형이상학자들과 흄, 베르그송, 후설에 이르기까지 기존의 서양 철학계가 사유했던 ‘이미지’에 대한 견해를 비판하고 그만의 이론을 전개한다.

사르트르는 “이미지는 정신의 활동으로 온전한 하나의 의식행위”라며 “이미지에 물질적인 성질을 부여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는 기존 학자들이 이미지를 ‘지각의 희미해진 의식’이라고 생각하며 이미지를 사물화한 것과 대조적이다. 그는 “사물로서의 존재함과 이미지로서의 존재함은 본질적 동일성을 지니되 실존적 동일성을 수반하지는 않는다”며 둘을 구별한다. 사르트르에 의하면 지각할 때나 이미지를 떠올릴 때, 사물은 현실 공간 속에 위치한 동일한 사물이지만 의식이 이 같은 사물에 대해 지각과 이미지라는 두가지 방식으로 관계 맺고 있다는 것이다. 지각작용을 통해 사물이 나의 의식과 ‘직접’ 만난다면, 이미지를 통해서는 나의 의식과 해당 사물의 ‘관계’가 나타난다.

『상상력』은 사르트르 철학의 출발점에 위치해 있어 그의 본격적인 이미지론 이전의 사전지식이 돼준다. 『상상력』을 읽은 독자는 사르트르의 『상상계』를 통해 그의 이미지론을 종합해볼 수 있을 것이다.
19세기 독일의 대표적인 철학자 로젠크란츠의 『추의 미학』은 기존의 미학에서 완전히 배제됐던 ‘추’의 개념을 미학에 최초로 도입했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 미학의 개척자 바움가르텐부터, 형식미학을 주장한 칸트에 이르기까지 미학은 ‘온전한 아름다움’만을 추구하면서 추의 범주를 ‘당연히’ 그것의 영역에서 배제시켰다.

로젠크란츠는 추를 미와의 변증법적 관계 속에서 파악해 이를 미학의 필수불가결한 요소로 포함시킨다. 그는 “빛나는 형상의 어두운 측면 역시 미적 학문의 한 계기가 된다”며 추의 개념을 새롭게 제시한다. 그의 사상에서 추는 미의 부정성 혹은 부정적 미로 표상된다. 로젠크란츠는 “아름다움이 자기파괴를 통해 추가 되고 추는 코믹을 통해 부정적인 특성을 벗고 다시 미가 될 수 있다”며 “미는 절대적인 것이지만 추는 상대적”이라고 주장한다.

‘추의 미학’은 이후 니체와 보들레르 등에 의해 계승됐다. 니체의 ‘초극의지’에 관한 담론이나 ‘현대성’을 추의 미학을 통해 비판적으로 바라본 보들레르의 시집 『악의 꽃』, 『파리의 우울』 등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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