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들마다 선정기준 ‘천차만별’… 재정적 문제 해결 위해 ‘명박’남발 지적도

지난 7월 3일(목)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서울대 명예 외교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로써 서울대는 105명의 명예박사를 배출해 경희대, 한양대, 중앙대, 연세대, 고려대에 이어 6번째로 명예박사학위를 많이 수여한 대학이 됐다.

고등교육법은 ‘명예박사학위는 학술발전에 특별한 공헌을 했거나 인류문화 향상에 특별한 공적이 있는 자에 대해 대학원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수여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지난 2월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이 공개한 교육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 15년 동안 총 3,515명에게 명예박사학위가 수여됐고 이 중 경영·경제학, 법학, 정치학 등 3개 분야에 절반 이상의 학위가 집중됐다. 1993년 교육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명예박사 수여 권한이 교육부장관에서 각 대학으로 넘어가고 2000년 명예박사학위 수여자에 대한 교육부 사전 보고 의무 또한 없어져 학위 수여권이 전적으로 대학에 맡겨지면서 최근 명예박사학위 수여는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명예박사의 선정기준이나 수여과정이 명확하지 못해 그 취지가 제대로 살지 못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박기영씨(건설환경공학부·08)는 “명예박사 선정기준이나 명예박사를 제안하고 수락하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타 대학들은 명확한 명예박사 선정기준을 밝히기를 거부했다. 서울대의 경우는 어떨까. 최익규 대학원 행정주사보는 명예박사를 수여하는 이유에 대해 “학칙에 따라 요건에 맞는 사람을 선정해 수여하는 것일 뿐”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서울대는 자체위원회를 두고 인류문화 발전에 공헌한 분들을 엄선해 명예박사학위를 수여하고 있다”며 “특정한 보상을 바라고 명예박사를 수여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대학들이 학교의 재정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명예박사학위를 남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김진영 교수(고려대·경영학과)는 “대학들이 재정에 도움을 주거나 졸업생의 취업에 도움을 줄 수 있을 만한 기업인에게 명예박사를 수여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한편 대학들이 자치단체의 지원을 받기 위해 명예박사를 활용하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공대의 한 교수는 “국책사업을 지원받기 위해 대학이 자치단체장 등에게 명예박사학위를 제안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또 선거를 앞두고 명예박사학위 수여자가 늘어나는 현상에 대한 지적도 있다. 박찬욱 교수(정치학과)는 “정계 인사라고 해도 국제 평화에 기여했다면 문제되지 않겠지만 맥락 없이 단순히 정치적 영향력을 등에 업으려고 명예박사를 수여하는 것은 제도의 취지를 무색케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각 대학이 유력 정치인에게 명예박사를 수여함으로써 정치적 영향력을 높이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이같은 문제들 때문에 학생 사회는 명예박사 수여에 호의적이지 않다. 지난 2005년에는 삼성 이건희 회장에게 명예 철학 박사 학위를 수여하려던 고려대 측과 학생들이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혜미씨(농경제사회학부·03)는 “명예박사 수여는 사회 유명인사와의 연계를 통해 기부를 받거나 반사 이익을 얻으려는 심산”이라고 꼬집었다.

이처럼 명예박사에 대한 시선이 곱지 못한 것은 명예박사의 수여 권한이 전적으로 대학에 부여돼 있기 때문이다. 각 대학은 개별 학칙에 따라 명예박사 선정 기준을 정한다. 따라서 각 학교가 실리를 위해 명예박사를 악용해도 제재 수단이 없다. 이에 조국 교수(법학부)는 “현재 문제가 되는 것은 대학이 명예박사 학위로 장사를 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하지만 그렇다고 과거 교육부의 허가제로 회귀하는 것은 대학의 자율성을 침해하기 때문에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심사위원회를 구성할 때 공정한 제 3자인 외부인 위원을 추대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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