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사정 선발인원, 2010년엔 작년의 10배
너무 성급한 도입이라는 지적도

수능과 학생부, 면접이 전부였던 대학입시에 변화가 왔다. 대학들이 학생의 과거지표인 수능 성적과 학생부 대신 미래지표인 잠재력과 가능성을 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서울대 등 10개 대학에서 시범적으로 실시해 3백여명의 학생을 선발한 입학사정관제가 올해는 고려대, 이화여대 등 서울 주요 대학을 포함해 12개 대학에서 실시된다. 2010학년도에는 2008학년도의 10배인 3천여명을 선발하기 때문에 올해의 입학사정관제 결과에 교육계의 관심이 쏠릴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양대와 건국대는 입학사정관제를 통해서만 학생을 선발하는 전형을 발표해 더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입학사정관제는 학생선발 전문가라고 할 수 있는 ‘입학사정관’이 학생의 잠재력과 소질, 개인 환경을 고려해 학생을 선발하는 제도다. 일부 입학사정관은 학생 선발에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일선 학교를 직접 방문하기도 한다. 서울대는 입학사정관 24명 전원이 교수로 구성돼 있지만 한양대와 고려대 등 대부분 대학은 3명에서 10명 정도의 ‘전문사정관’을 두고 있다.  

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가 지난해 20억원을 지원하면서 시작된 입학사정관제는 2008학년도 대학입시에서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대교협 학사지원부에서 입학사정관제를 담당하고 있는 김정희 연구원은 “입학사정관은 잠재력을 보고 학생을 선발하기 때문에 사교육을 받았는지 여부가 당락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며 “입학사정관제가 사교육에 물든 대학입시에서 공교육만 받고서도 잠재력을 보여주는 학생을 선발한다는 점에서 공교육 살리기의 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입학사정관제는 학생선발이 대학 재량에 의해 결정된다는 측면에서 공정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전교조 현인철 대변인은 “공교육 강화라는 명분을 갖고 있지만, 입학사정관제는 학생선발에 학교의 선택권이 커진만큼 대학입학에서 불공정한 처사가 나올 수 있다”며 “입학사정으로 학생 선발 후에 성적 공개 등의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2008학년도부터 특수교육대상자 특별전형, 농어촌 특별전형 등에 입학사정관제를 도입한 서울대 입학관리본부의 김경범 연구교수는 “원래 학생선발은 대학 고유의 권한”이라며 “입학사정관제는 수능이나 학생부점수 같이 우연성이 있을 수 있는 지표만 가지고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의 생활 태도 등 학생의 전반적인 면을 고려하기 때문에 이전의 입학 전형보다 다양한 학생을 선발할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당장 2010학년도부터 입학사정관제를 도입하는 일부 대학은 입학사정관제에 대한 어떠한 계획도 발표하지 않고 있어 아직 도입이 시기상조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충남대 입학처의 한 직원은 “입학사정관제의 의의는 충분히 인식하고 있지만 가능성에만 입각해 학생을 뽑는 것은 모험”이라며 “입학사정관제에 대한 충분한 논의를 거친 후 내년 1학기 중에 입학사정관제에 대한 내용을 포함한 모집요강을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광주·전남교육연대 김상봉 공동대표는 “미국에서 들어온 지 1년도 안된 입학사정관제를 지방대까지 확대하는 것은 너무 성급하다”며 “시범시행 기간을 늘리거나 시행하고 있는 학교가 성과를 빨리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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