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에 총 137억원이나 되는 거액을 기부한 정석규 이사장에 대한 기사를 읽었다. 인문대를 다니고 있어 신양인문학술정보관을 자주 이용하는 나는 그 건물을 누가 어떤 의미로 기부했는지 우리가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대학신문』이 지난 학기에 실은 정석규 이사장 인터뷰에 이어 이번 학기에도 계속 정석규 이사장의 행보를 취재하는 것이 좋았다.

우리사회에는 기부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이 많았다. 자신이 기부한 돈을 기부단체에서 제대로 사용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불신감을 가진 사람뿐 아니라 나도 당장 돈이 필요한데 어떻게 다른 사람에게 줄 수 있겠냐며 필요성을 못 느끼는 사람도 많다. 특히 국립대라는 서울대의 특성상 ‘나라에서 많은 지원을 받으니 따로 돈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막연히 생각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기부가 필요한 곳은 많다.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고, 기숙사를 재건축하는 등 학내외로 개선할 점이 많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한편 기부는 ‘여유 있는 사람들이 하는 것’이라는 의식이 바탕에 깔려 있는 것도 기부를 막는 주요 원인이다. 하지만 건국대가 재학생, 일반인, 학부모를 대상으로 개설한 온라인 기부시스템 ‘KU나누미’는 작은 돈도 모이면 큰돈이 된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그 행사는 시작된 지 한 달만에 모금액 1000만원을 돌파했다고 한다. 거액 기부가 아니라 대학 구성원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소액 기부라는 것이 주목할 점이다. 이는 비단 액수의 많고 적음을 떠나 일반인, 재학생, 학부모도 학교의 발전 및 복지에 관심이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학교에서 실시하고 있는 ‘VISION 2025’사업 역시 서울대 구성원 전체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기회가 될 것이다.

기부는 씨앗에 정성스럽게 뿌리는 물과 같다. 씨앗은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내재한 존재지만 물 없이는 싹을 틔울 수 없다. 그렇기에 싹이 틀지 안틀지에 대한 확신이 없더라도 물은 줘야 한다. 기부도 마찬가지다. 내가 한 기부가 당장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진 않더라도 언젠가는 그 성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믿음이 필요하다. 더 나아가 자신이 기부한 단체가 기부금을 목적에 맞게 잘 사용하는지도 자주 확인한다면 앞서 말한 기부에 대한 우려를 덜고 건전한 기부문화를 육성할 수 있을 것이다.

오세진 인문계열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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