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이 처음 터졌을 때 학생들에게 정학이나 영구제명과 같은 중징계가 내려질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학생들에게 최종적으로 내려진 처분은 15일, 30일 근신과 함께 해당과목의 F학점 처리였다. 그나마 근신을 내린 기간마저 방학 기간 중인 걸 고려하면 이 처벌이 과연 실질적으로 효과가 있는지 의문이 든다. 또 F학점은 다음 년도에 재수강하면 그만이다. 이는 곧 학생들을 그냥 봐주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학생들이 잘못을 인정하고 바로 자백했다는 점을 감안했다”는 오세정 자연대 학장의 말에서 전형적인 한국식 봐주기가 드러난다.

물론 “여론보다 학생들의 미래가 더 중요하다고 판단해 과거 4,5년 동안 비슷한 과실에 대한 징계사례를 통해 수위를 결정했다”는 학장의 말에서는 처벌의 수위를 합리적으로 조절하려 한 나름의 노력이 느껴진다.
하지만 보다 본질적인 문제는 이번 사례가 학생들의 부정행위에 대한 기본 인식과 관련돼 있다는 데 있다. 학생들 스스로가 학생의 본분과 자질에 대해서 깊이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외국대학은 학생의 본분과 자질에 대해서만큼은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다. 예를 들어 과제를 표절한 학생도 퇴학당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학생과 교수 모두 부정행위에 무감각하다. 부정행위가 적발돼도 적당히 넘어가거나 아주 가벼운 처벌만을 내리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설사 F학점을 받는다 해도 다음 학기에서 재수강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때로는 엄격하게 학생을 제재할 필요가 있다. 최선을 다해 준비하고 자신의 실력을 정정당당하게 보여주는 것이 시험을 치르는 학생의 기본자세다. 이런 기본자세를 잊은 학생에게 솜방망이 처벌만이 내려진다면, 그리고 이런 학생들이 장차 사회인으로 성장한다면 사회 전체에 도덕 불감증이 만연할 수밖에 없다. 만약 학교가 자신의 본분을 망각한 학생에게 자신의 잘못을 인정했다는 점을 면죄부 삼아 가벼운 처벌을 내린 것이라면 진정으로 규탄 받아야 할 대상은 학생이 아니라 도덕적으로 무감각한 학생들을 육성하는 학교다.

왕재현 인문계열2·08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