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대회] 탈경계인문학연구단 국제학술대회

지난 4일(목)부터 이틀간 이화여대 LG컨벤션홀에서 ‘지구화와 문화적 경계들: 탈경계 문화변동 현상의 비판적 재검토’라는 주제로국제학술대회가 열렸다. 이화여대 탈경계인문학연구단의 주최로 열린 이번 행사에는 국내외학자 20여명이 참석해 현재 진행 중인 ‘탈경계적 현상’을 다문화주의와 문화번역 등 다양한 관점으로 분석했다.

첫날 마련된 ‘매체와 문화번역’이라는 세션에 참석한 학자들은 급속히 변화하는 매체 환경과 그에 따르는 문화변동 현상을 통해 지구화의 문제점을 검토했다. 특히 두가지 문제, △세계화 혹은 전지구적 자본주의라 불리는 새로운 질서는 미디어의 생태학을 어떻게 바꿔놓는지와 △‘보이는 것(visible)’ 혹은 ‘느껴지는 것(sensible)’으로 정의되는 영화는 지역(local)과 지구(global)를 가로지르는 ‘탈경계’ 속에서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를 집중 조명했다.

세계화의 맥락에서 아시아권 영화를 연구해 온 라이콴 팡 교수(홍콩 차이니즈대·문화학과)는 ‘영화적 정체성과 시각적 과잉’이라는 강연에서 “시각요소가 과도하게 쓰이면 오히려 감독의 의도가 관객에게 전달되는 것을 방해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영화의 시각언어가 문화간 차이를 뛰어넘는 소통을 가능케 한다’는 통념에 반론을 제기한 셈이다. 그는 홍콩 웡 칭포 감독의 홍콩 느와르 「Jian ghu」와 「Ah Sou」 등을 예로 들었다. 세계화 속에서 홍콩 코미디영화는 외면 당해 왔다. 이에 홍콩 영화계는 세계의 상업적 관객들과 만나고자 여러 실험을 감행했다. 라이콴 팡 교수는 “실험들은 실패했다”며“관객의 시선을 분산시키는 두 영화의 ‘시각적 과잉’은 감독의 의도가 관객에게 전달되는 것을 방해할 뿐"이라고 말했다.

또 김수환 교수(이화여대·탈경계인문학연구원)는 ‘문턱으로서의 영화: 김기덕의 「빈집」과 21세기 한국사회’라는 발표에서 김기덕 감독의 영화 「빈집」을 21세기 한국사회의 문화변동이라는 거시적 맥락에서 고찰했다.

김 교수는 빈집을 전전하는 남자와 남편의 폭력에 시달리는 여자의 사랑을 다루는 「빈집」을 ‘한국사회가 겪는 문화변동의 문턱’이라고 표현했다. 실제 김 감독이 자신의 영화에서 침묵의 미학, 육체성의 소멸 등을 구현한 공로로 ‘예술 영화’ 감독으로 자리매김한 2004년, 한국 영화계는 1000만 관객 시대를 맞아 세계 시장 내 ‘국산 산업 영화’의 가능성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다. 이 ‘문턱’이 ‘이행기 한국자본주의’의 모호한 정체성과 닮아 있다는 것이 김 교수의 설명이다.

둘째 날 ‘이주와 젠더’ 세션에서 그레이스 경원 홍 교수(미국 UCLA·여성학)는 ‘가능성으로서의 죽음: 인종화된 사회적 죽음과 신자유주의’라는 주제로 다문화주의와 인종주의에 대해 강연했다. 그는 발표에서 사회적으로 배제된 사람들의 문제를 예로 들며 “‘죽음의 정치’가 ‘살아있는 죽음’을 양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사회의 마약밀매상이나 매춘여성 등 사회적으로 배제된 사람들을 ‘살아있는 죽음’의 상태에 처해있는 존재로 정의한다. ‘살아있는 죽음’은 사회의 부정적 인식에 갇혀, 생물적으로는 살아있지만 언제나 사회적 죽음의 가능성을 지닌 존재를 설명하는 말이다. 또 그는 “사람들이 마약상, 매춘여성 등의 대다수가 유색인종이라는 문제를 무시하고 있다”며 “이대로는 다문화주의 속에서 무의식적으로 생기는 인종차별주의가 강화될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행사의 준비위원인 최현덕 연구원(이화여대·탈경계인문학연구원)은 “세계화가 가속화되면서 서로 다른 지역의 사람과 문화가 만나는 기회는 늘어났지만 이들의 만남은 결코 평등하게 이뤄지지 않는다”며 “이번 행사는 이들이 어떻게 하면 동등한 조건으로 만날수 있을까에 대해 인간을 중심에 두고 성찰해본 시간”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