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이라는 보상을 통해 쥐에게 지렛대를 누르는 행동을 학습시키는 ‘스키너 상자’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행동심리학자들은 이처럼 환경을 조성하고 행동에 대한 적절한 보상을 제공하면 인간에게 어떤 행동이든 학습시킬 수 있다고 말한다. 행동심리학의 대가인 스키너(Burrhus Frederic Skinner)의 대표적 저서 『자유와 존엄을 넘어서』가 번역·출간됐다.

“연극을 왜 보러 가셨나요?” “연극이 보고 싶어서요.”

일상에서 자주 접할 수 있는 대화지만 행동심리학자인 스키너는 위 대화가 ‘언어도단’이라고 말한다. 고작 일상대화일 뿐인데 대충 넘겨버리면 되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스키너가 정말로 비판하고자 하는 부분은 인간의 행동을 ‘설명 불가능한 내적 요인’으로 설명하려는 지점이다. 내적 요인에 기대는 설명은 세세한 것에 대해서 더 이상 묻지 않는다. 스키너는 “마음에 바탕을 둔 설명은 호기심을 꺾어버린다”고 말한다.

일반인처럼 학자들도 사람이 특정 행동을 하는 이유를 인간의 자율성, 존엄성 등 ‘내적 인간’으로 설명하곤 한다. 하지만 스키너는 “과학적으로 설명할 길을 찾지 못한 문제를 설명하는 데만 도움이 되는 ‘내적 인간’은 우리의 무지를 먹고 산다”며 “현재 학계에서는 ‘내적 인간이라는 설명’에 대한 설명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다. 스키너는 “중간에 간섭하는 것으로 여기는 마음의 상태를 무시하고 곧장 행동과 환경의 관계에 눈을 돌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물리학이 떨어지는 물체의 환희를 관찰함으로써 발전을 이룬 것이 아닌 것처럼, 행동을 과학적으로 분석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감정, 의도 등이 무엇인지 발견하려고 애쓸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자유와 존엄을 넘어서』는 이처럼 자유와 존엄을 옹호하는 전통적 관점을 반박해, 출간 당시 큰 화제가 됐다. 미국 대학생들에게 건전한 가치관을 심어주기 위한 목적으로 조직된 대학비교연구소는 지난 1972년 이 책을 ‘20세기 최악의 책’ 중 하나로 꼽았고, 세계적 석학 노암 촘스키(Avram Noam Chomsky)는 스키너를 전체주의 사상의 지지자라고 비난했다. 이토록 거센 비판을 받아가면서까지 스키너는 왜 자신의 입장을 고수해야만 했을까.

18세기 물리학자 리히텐베르크(G. C. Lichtenberg)는 “창조의 걸작은 인간이다. 다른 건 차치하고라도 인간은 자신이 자유로운 존재로서 행위한다고 믿기 때문”이라고 비꼬면서 인간을 초월적인 존재로 인식하 는 통념을 비웃었다. 스키너 역시 자유와 존엄을 옹호하는 관점이 인간행동에 대한 과학적 분석을 불가능하게 만든다고 생각했다. 때문에 그는 절대적인 가치로 인식되는 자유와 존엄을 넘어서야만 인간을 정확히 규명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첫번째 대화에서 올바른 답변은 무엇일까. 스키너는 위 질문에 대한 정확한 대답은 연극을 보러 가도록 유도한 과거의 경험이나 현재의 환경적 요소가 무엇인지 밝히는 것이라고 말한다. 예를 들어 ‘전에 소개팅 했을 때 연극을 봤는데 아주 즐거웠다’와 같은.

자유와 존엄을 넘어서

스키너 지음┃정명진 옮김┃부글북스┃320쪽┃7만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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