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운동권’ 출신이 현대 물리학을 이야기한다면 대부분 의아해할 것이다. 언뜻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이력의 소유자인 이종필 연구원(KAIST·고등과학원)의 『신의 입자를 찾아서』가 발간됐다. 저자는 ‘운동권적인’ 사고방식이 물리를 공부하거나 이를 다른 사람들에게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말한다.

『신의 입자를 찾아서』는 ‘세상은 무엇으로 이뤄졌을까’라는 원초적인 질문에서 시작해 물리학자들이 물질의 최소단위인 ‘신의 입자’를 찾아가는 여정을 다룬다. 신의 입자를 찾기 위해 현대 과학자들은 무엇을 하고 있나.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신의 입자가 들어있는 물질끼리 충돌시켜 깨트린 다음 그 안에 무엇이 있는지 살펴본다. 장소는 유럽의 한가운데 있는 제네바. 시기는 2008년 7월. 대결을 펼치는 주인공은 모든 물질의 원자핵을 이루는 양성자 둘. 경기가 펼쳐지는 스타디움은 지구에서 가장 큰 입자가속기.

물질의 최소 단위는 원자가 아니다. 고등학교 때까지 물질의 최소단위가 원자라고 배웠던 사람들은 당황스러울 할 만하다. 또 원자는 여러 개의 양성자가 원자핵에 모여있고 그 주위를 전자가 도는 형태라고 배웠다. 그런데 이런 의문을 가져본 적은 없는가. 양성자는 양의 전하를 띠고 있는 물질이다. 같은 전하를 띠고 있는 양성자들이 원자의 중심에 어떻게 뭉쳐 있을까. 분명 같은 전하끼리는 밀어내야 하는데 말이다.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저자는 현대 물리학의 흐름을 차근차근 설명해준다. 저자가 운동권 시절 체득한 말솜씨가 여기서 발휘된다. 어려운 수식은 거의 없다. 그대신 저자가 자랑하는 ‘스토리텔링’방법이 활용된다. 물리학의 관심은 뉴턴이 지배하던 고전역학에서 양자역학과 상대성이론으로 넘어왔다. 저자는 그 과정을 하이젠베르그, 슈뢰딩거, 아인슈타인, 디렉과 같은 천재 과학자들의 이야기로 풀어낸다. 고전 역학이 ‘미시세계’와 ‘빛의 속도로 움직이는 물체’에서 한계에 부딪쳤듯이 현대 물리학도 여러 난관에 봉착하게 된다. 저자는 마지막 장에서 여러 난관들과 그 난관들을 해결하려는 물리학자들의 노력을 보여준다.

현대 물리학자들은 여러 시행착오를 거쳐 모범답안을 제시했다. 저자는 우리에게 물리학자들이 근본 물질의 모범 답안이라고 생각하는 ‘표준모형’을 소개한다. 하지만 이 표준모형도 완벽하진 않다. 표준모형의 구성입자 중 발견되지 않은 입자가 하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바로 ‘힉스 보존’, 신의 입자로 불리는 물질이다.

입자물리학자들은 현재 한국 13개 대학의 연구팀도 동참하는 유럽가속기연구소(CERN)에 모여서 ‘신의 입자’를 찾기 위해 혈안이 돼 있다. CERN 연구소의 과학자들은 “대형강입자충돌기(LHC)가 힉스 보존을 발견할 뿐만 아니라 표준모형을 넘어선 새로운 물리학의 단초를 발견할 것”이며 “우주에 대한 우리의 이해가 이제 막 바뀌려고 한다”고 말한다. 논의 착수 24년, 건설 승인 14년 만에 들어선 LHC에서 과연 힉스 보존을 찾을 수 있을까. 저자는 위대한 과학적 발견을 기다리고 있다.

신의 입자를 찾아서

 

이종필 지음┃마티┃288쪽┃1만6천8백원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