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수 부편집장
지난 8월 우리의 가슴은 뜨거웠다. 대한민국 선수들의 메달 소식에 우리는 울고 웃었다. 8월은 ‘올림픽의, 올림픽에 의한, 올림픽을 위한’ 기간이었다고 해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방송과 신문 등 모든 미디어들은 앞다퉈 올림픽과 관련된 내용을 보도했다. 특히 방송은 올림픽을 하나의 마케팅 수단으로 이용하는 기업들의 광고로 도배돼 방송을 접하는 국민들은 거의 모든 시간을 ‘올림픽’과 함께(?) 보낼 수 있었다.

그렇다면 여러분은 ‘또 하나의 올림픽’ 베이징장애인올림픽(정식 명칭은 베이징패럴림픽)이 지난 6일 개막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베이징장애인올림픽은 전국을 뜨겁게 달궜던 베이징올림픽에 대한 관심과는 비교조차 안될 만큼의 무관심 속에 놓여있어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장애인올림픽의 설움은 지난 198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IOC 위원장 사마란치는 ‘올림픽’이라는 값비싼 브랜드를 장애인올림픽이 사용한다는 이유로 장애인올림픽에서 ‘올림픽’이라는 명칭과 올림픽의 상징인 오륜기를 더 이상 사용하지 못하도록 했다. 이듬해 열린 1984년 뉴욕장애인올림픽(1984년 올림픽 개최지는 LA)을 우여곡절 끝에 치러낸 장애인올림픽위원회는 이후 독자적인 기구인 ICC를 창설하고 장애인올림픽의 명칭을 ‘패럴림픽(Paralympics)’으로 정했다. 창립 이후 처음으로 열리는 1988년 서울장애인올림픽을 맞이해 ICC는 장애인올림픽의 상징으로 오륜기와 색이 같은 5개의 태극문양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 역시 IOC가 오륜기와 흡사하다며 사용을 금지했다. 이에 ICC는 장애인올림픽의 상징을 현재와 같은 3개의 갈고리 문양으로 바꿀 수밖에 없었다.

장애인올림픽에 대한 무관심은 기업들의 모습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베이징올림픽에는 S통신사, H자동차 등 국내 굴지의 대기업 10여 곳이 후원사로 참여했다. 하지만 장애인올림픽에 후원사로 나선 대기업은 S은행이 유일하다. 이는 한마디로 ‘돈벌이’가 안되는 장애인올림픽에는 광고는 물론이거니와 후원조차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베이징올림픽 프로그램 뒤에 항상 “올림픽 생각대로 하면 되고~” 등 여러 기업의 다양한 로고송이 이어진 것을 떠올리면 불쾌하기 그지없다.

장애인올림픽을 무관심 속에 방치해둔 책임은 언론이 가장 크다. 비장애인올림픽의 경우 주요언론사들은 수백명이 넘는 취재인원을 파견하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해 올림픽을 집중 조명한다. 하지만 베이징장애인올림픽에는 불과 20여명의 취재인원을 파견해 뉴스시간 일부 또는 시청률이 낮은 새벽시간대나 정오시간을 이용해 일부 종목을 녹화중계할 뿐이다. 일본을 비롯한 세계 여러 나라가 하루에도 몇 번씩 장애인올림픽을 정규방송으로 편성해 관심을 보이는 것과는 매우 대조적이다.

우리나라 장애인올림픽대표팀의 실력은 비장애인올림픽과 비슷한 세계 10위권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비장애인올림픽대표팀과 비교하면 지원과 처우가 턱없이 부족하다. 비록 2년 전 ‘대한장애인체육회’가 설립되면서 기존에 비해 개선됐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장애인선수들은 제대로 된 훈련장소조차 확보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비장애인올림픽선수들이 태릉선수촌에서 체계적인 훈련을 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것이 ‘대한민국 국가대표’ 선수들의 현실이다.

마지막으로 장애인올림픽에 대해 잘 모르는 분이 많은 것 같아 간단한 정보를 제공하겠다. 이번 장애인올림픽은 17일까지 총 12일 동안 대회가 진행된다. 한국은 양궁, 육상 등 13개 종목에 78명의 선수가 출전한다. 우리 선수들 모두 홈 어드밴티지를 등에 업은 중국의 기세에 눌리지 말고 대한민국 국가대표로서 당당히 싸워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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