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집회는 한국 민주주의를 발전시킬 것인가?’ 촛불집회가 한국 민주주의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에 대해 많은 논의가 오가고 있다. 민주화 운동시절과 구별되는 ‘자발적 결사체’인 촛불의 정치참여가 한국 민주주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쉽게 예상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 시점에 민주주의 이론의 권위자가 입을 열었다.
지난 16일(화) 최장집 명예교수(고려대ㆍ정경학부)가 쓴 『한국 민주주의 무엇이 문제인가』가 발간됐다. 최 교수는 그의 저서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에서 한국 민주주의의 성격을 ‘보수적 민주화’로 규정한 바 있다. 보수적 민주화는 그간의 저서에서 최 교수가 한국 민주화를 ‘위로부터의 혁명’ 또는 ‘운동에 의한 민주화’로 언급한 것의 연장선상에 있는 개념이다. 이번 책은 ‘보수적 민주화’된 한국사회의 시민의식과 민주주의 체제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한다.

저자는 촛불집회 등 현재 한국사회에서 큰 이슈가 됐던 현상들은 시민의식이 ‘민중적 민주주의관’에서 ‘시민적 민주주의관’으로 이행되지 못했기 때문에 나타난다고 지적한다. 1970~80년대 민주화 운동과정에서 형성된 민중적 민주주의관이란 국민이 국가를 자신과 대립되는 존재로 인식하고 직접적 투쟁을 통해서만 자신들의 권리를 얻을 수 있다고 인식하는 것을 말한다. 반면 미국 독립선언서나 프랑스 인권선언문에 나타난 시민적 민주주의관은 국민이 사회구성원 전체의 협력을 바탕으로 각자의 권익을 보장받는 것이 가능하다고 믿는 가치관이다. 최 교수는 지금 이 순간에도 각자의 권리를 요구하는 수많은 시위들이 민중적 민주주의관에서 비롯된 것임을 설파하며, “한국에는 시민 대신 민중의 연장선상에 있는 ‘시민의 허울을 쓴 민중’만 있을 뿐”이라고 말한다. 이어 그는 촛불집회가 한국 민주주의에서 갖는 의미와 함께 한계를 지적하고 한국 민주주의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다.

최 교수는 촛불집회를 “민주주의가 실패해 생긴 결과”라고 주장한다. 그는 “강한 정당과 강한 대통령이 만나 압도적인 힘으로 국회와 사법부를 허약하게 만들어 정상적인 삼권분립의 관계를 무너뜨렸다”며 민주주의 제도에서 힘의 불균형은 필연적으로 국민이 반발할 결정들로 이어진다고 설명한다. 이어 최 교수는 촛불집회를 정당 등 민주주의 제도들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해서 그 자리를 대신한 ‘구원투수’였다고 표현하면서도 촛불집회와 같은 직접민주주의의 형식으로는 현실 민주주의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음을 지적한다. 저자는 앞서 언급한 시민적 민주주의관을 언급하며 “시민과 정당의 상호 신뢰 관계를 바탕으로 한 대의제 이외의 방법으로는 시민들의 의견을 제대로 조율할 수도, 실제 정책에 반영할 수도 없다”며 대의제를 통한 간접민주주의가 한국사회가 나아갈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주장했다.

저자는 미국 정치학자 샤츠쉬나이더의 “정당 없는 민주주의는 상상할 수 없다”는 말을 빌려 “이 말은 그 어느 나라 민주주의에서보다 현재 한국정치에 더 큰 의미를 갖는다”고 강조했다. 

 

한국 민주주의 무엇이 문제인가
최장집 지음┃생각의 나무┃160쪽┃6천8백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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