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대회] 동아시아 역사화해 국제포럼

상하이화둥사범대 역사학과
일본 히토츠바시대 사회학과
“일본의 민족성은 외부에 적대적”
“중국의 민족의식은 여전히 배타적”

“섬 국가에서 살아온 일본인은 옹졸하다.” “중화주의에 빠져있던 중국은 아직도 편협한 민족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중일 양국 학자들이 파악한 서로의 민족성이다. 이런 그들끼리, 그리고 우리는 그들과 언제쯤 화해할 수 있을까?

지난 8일(월)과 9일 양일간 세종호텔에서 유네스코한국위원회와 동북아역사재단이 공동주최로 동아시아 역사화해 국제포럼이 열렸다. ‘기억의 공유와 다원적 보편성’을 주제로 열린 이번 포럼은 한중일 삼국의 학자들이 모여 서로의 역사관을 이해하고자 하는 시도로 마련된 자리다. 이틀에 걸쳐 20여명의 참여 학자들은 역사적 화해를 위한 다각적 접근의 필요성, 한중일 공동역사교과서의 문제점과 그 대안 등을 중점적으로 논의됐다.

양뱌오 교수(중국 상하이화둥사범대ㆍ역사학과)는 「기억과 변화: 중국과 일본의 전쟁 인식」이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한중일 세 나라 민족은 서로 기질이 다른데 어떻게 화해를 할 수 있겠느냐”며 공동역사교과서의 집필 을 계기로 한 진실한 화해의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중국과 일본의 민족성은 판이하게 다르다”며 “각 민족이 인식하는 자국의 역사관은 곧 그 국민의 민족성으로 드러날 수밖에 없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중국이 과거 많은 전쟁에서 승리하는 등 대국으로서의 영광스러운 순간을 기억하고 있어 낙관적 역사관을 지니고 있는 반면 일본은 2차 세계대전의 패배 등을 통해 그들의 역사를 인식하기 때문에 비관적인 역사관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일본인은 ‘민족적 우월감에 도취된’ 민족이고, 일본의 민족성은 폐쇄된 도서국가에서 자급자족해 외부세계에 대해 적대적”이라고 주장했다. 양 교수는 “삼국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제적 가치가 필요하다”며 “국제법과 유엔의 역할을 통해 동아시아는 진정한 협력을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일본 참석자는 일본에 대한 그의 주장이 지나치다고 맞섰다. 사카모토 히로코 교수(일본 히토츠바시대ㆍ사회학과)는 양 교수가 지적한 일본의 민족성에 대해 “불과 1~2%에 불과한 일본 극우파의 정체성을 일본 전체의 민족성이라 표현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강하게 반박했다. 이어 그는 “세계화가 진행되면서 중국은 미국 내재화가 더욱 심해지는 동시에 민족적 성향도 눈에 띄게 커지고 있다”며 이번 올림픽 등을 통해 나타난 중국 내 민족주의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사카모토 교수는 그의 저작 『중국 민족주의의 신화』를 통해 “중국 민족주의는 국가와 민족을 통합하기 위해 신성화된 경향이 있는데, 신성화된 민족주의는 어떤 의미에서도 이데올로기적인 근대의 신화일 수밖에 없다”며 중국의 민족의식은 여전히 배타적인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했음을 주장한 바 있다. 그는 “한 국가의 역사를 다룰 땐 그 국가의 관점 보다는 주변 국가와의 상호관계를 통한 다양한 각도로 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특정 국가의 역사를 다각도로 볼 때 유의할 점을 지적하면서 한중일 역사학자가 모여 만든 『미래를 여는 역사-동아시아 3국의 근현대사』를 반면교사로 삼자고 제안했다. 그는 “이 책은 삼국의 역사를 서로의 시각으로 분석하지 못한 채 각자의 시각으로 바라본 각국의 역사를 단순히 합쳐놓은 것에 불과하다”며 “삼국에 밀접한 연관이 있는 역사적 사실이 묻히는 한계가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책에는 일본군 성노예 문제가 언급되지 않았다.

김한종 교수(한국교원대ㆍ역사교육과)는 「다원적 가치와 타자 이해를 위한 역사교육」 발표에서 “다문화적 관점에서 역사를 이해하려면 다원적 가치가 받아들여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학생들에게 다원적 가치관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방법으로 정치사 보다는 문화사나 사회사적으로 역사에 접근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그는 “정치사는 국가적 정체성을 드러내지만 사회사나 문화사는 지역적 특성이나 문화적 다양성을 보여줘 다양한 지역과 집단의 문화를 학생에게 설명하고 이해시키는 데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반면 사카이 토시키 교수(일본 도쿄학예대ㆍ사학과)는 “역사 과목은 국가 입장에서는 장기적인 국가 전략과 맞물려 있기에 정부는 역사 교과를 사실대로 쓰는 데 부담을 느낀다”며 “역사 교과의 교육과 관련된 문제는 정치적 문제이기 때문에 어찌할 수 없다”고 말해 김 교수와는 다른 역사교육에 대한 인식을 보여줬다.

이번 토론의 사회를 맡은 백영서 교수(연세대ㆍ사학과)는 “한중일 삼국의 공동 역사교과서 등 삼국의 역사에 대해 서로 공감하고 합의된 결론을 얻기에 2시간의 토론시간은 너무 짧았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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