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특성 고려한 맞춤 의학

인간의 모든 정보가 담겨있다고 알려진 유전자를 연구해 온‘인간게놈프로젝트’ 연구 팀은 지난 2003년 4월 12일 ‘인간 유전자 지도’를 완성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인간 유전자 지도가 완성된 지 5년이 지났지만 일반 대중의 삶에 생긴 큰 변화는 찾아보기 힘들다. 인간 유전자 지도는 인류에게 어떤 변화를 가져왔을까. 의학계는 이 질문에 당당하게 “맞춤 의학의 발전”이라고 답할 것으로 보인다. 유전자에 대한 연구의 진척과 함께 ‘맞춤 의학’도 점점 발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맞춤 의학의 핵심 아이디어는 환자 개개인이 자신에게 최적화된 진료와 치료를 받게 하는 것이다. 맞춤 의학은 개별 환자의 특성을 유전자 단위로 분석해 각 특성에 맞는 약물치료나 유전자교정을 처방하는 의학을 뜻한다. 기존 의학은 의사가 환자의 병력, 증상 등을 종합해 일정한 진단을 먼저 내리고 혈액 검사, MRI 검사, 조직 검사 등을 통해 더 구체적인 진단을 내린다. 이 진단을 토대로 의사는 같은 증상을 겪는 환자들에게는 동일한 처방을 한다. 물론 ‘다른’ 환자들에게 ‘같은’ 증상이 나타날 수는 있다. 하지만 ‘같은’ 처방이 ‘다른’ 환자들에게 동일한 효과를 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런 이유로 중요성이 높아진 것이 바로 ‘단일염기다형성(SNP; Single Nucleotide Polymorphism)’이다. 인간의 염색체는 약 30억개의 염기로 구성돼 있는데 이 중 개인마다 염기의 일부분이 다른 것을 SNP라고 한다. 이 현상 때문에 우리는 사람 간, 민족 간에 서로 다른 특색을 보이는 것이다. 맞춤 의학은 이 현상에 관한 정보를 최대한 많이 을 수 있다면 개인의 특성에 맞는 의약품 처방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 일본 등 6개국이 2002년부터 3년간 총 1억2500만 달러의 연구비를 들인 ‘국제 단상형지도 프로젝트(International HapMap Project)’는 SNP 정보를 최대한 많이 모으는 것이 목표였다. 한국에서도 한국인 고유의 유전질환과 약물 반응을 알아낼 목적으로 당시 과학기술부 주도 하에 ‘한국인 단상형 정보개발사업’이 진행됐었다. 과기부는 이 연구에 총 100억 원을 들여 2003년부터 4년 10개월 간 ‘한국 단상형지도’ 관련 정보를 모았다. ‘한국인 단상형 정보개발사업’에 참여했던 강창원 교수(KAISTㆍ생물과학과)는 “특정 유전자의 존재 여부가 약물에 대한 감수성을 결정한다”며 “이 연구를 통해 약물에 거부반응을 일으키게 하는 유전자를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머지않아 우리가 개인별 맞춤 의학을 접하리라고 예상하기는 쉽지 않다. 분석해야하는 SNP의 양이 너무 방대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맞춤 의학이 유용하게 쓰이려면 엄청난 양의 데이터가 축적돼야 하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상당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오는 26일(금) 삼성서울병원에서 개최되는 제14회 삼성분자의학 국제 심포지엄의 주제도 ‘맞춤 의학’이다. 이날 심포지엄에는 일본 암연구소에서 유방암의 맞춤의학을 연구하고 있는 나가사키 고이치 박사, 이스라엘 국립유전자연구소장 데이비드 굴위츠 소장, 로슈사의 스테판 재거 박사 등이 참석한다. 이들은 ‘유전학에 기반한 맞춤 의학’, ‘임상 개별 의약품’ 등 맞춤 의학의 최신 경향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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