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과학 - 그 용광로가 서울에서 끓었다
마음의 과학 - 그 용광로가 서울에서 끓었다
  • 대학신문
  • 승인 2008.09.20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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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제6차 국제인지과학학술대회

언어학과

현대 학문이 올라가야 할 최고의 봉우리, ‘매혹적인’ 융합 분야라고 하는 인지과학(Cognitive Science)의 제6차 국제대회가(ICCS) 1997년 서울대에서 제1차 회의를 연 뒤 도쿄, 베이징, 시드니, 밴쿠버를 거쳐 11년만에 서울로 돌아와 연세대에서 7월 27일부터 29일까지 열렸다. ‘미래 과학 기술의 새로운 지평: 뇌, 언어, 의식 및 문화’라는 큰 주제하에 마음의 주제들이 서로 얽히고 설키는 가운데 30개국에서 온 400명 가까운 학자들이 강연과 발표에 참여했다.
마음(mind)을 연구하는 인지과학에 언어학, 심리학, 철학, 인공지능, 신경과학, 인류학이 긴밀히 기여하고 관련되지 않는 분야가 없다. 미학, 생물학, 교육학, 공학도 이번 대회에 참여했다. 1950년대 중반 촘스키(MIT)를 중심으로 일어난 인지(cognitive) 혁명과 정보처리의 발전에 힘입어 표상과 계산 이론의 고전적 인지과학이 성립되고 이어 일어난 신경망의 연결이론이 경쟁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인지과학은 심리실험 등 어느 한 분야의 방법만으로는 한계가 드러나, 수학적 모형화, 모의실험(simulation), 비디오-녹음, 뇌 영상화 기법 등 발전해 나가는 모든 연구조사 방법을 동원한다.

언어와 마음

마음을 명시적으로 드러내는 인간고유의 ‘언어’가 풍성히 논의되었다. 푸스테요프스키(브랜다이스대)의 생성어휘부이론 강연은 동사 중심에서 탈피, ‘굽다’라는 동사가 ‘감자’를 취하면 상태변화의 기본 뜻을 갖지만 ‘빵’을 취하면 인공물로서 ‘굽다’의 기본 뜻의 과정을 거쳐 결과물을 내놓는 창조의 새 뜻을 낳도록 하는 동사와 명사구의 공동합성의 연산을 제시했다. 이로써 부분의 뜻의 결합에 기대는 철학의 원리이기도 한 합성성(compositionality)을 달성한다.
피셔(UCSD)는 수화가 온전한 언어구조를 가져, 제스쳐와 다르고 미국에서는 제2외국어임을 밝혀 우리 사회의 편견에 경종을 울렸다. 한, 중, 대만의 수화에는 주술 일치가 있고 미국 수화는 영국 것과 무관하며, 각국 수화에 방언이 있다. 그런데 과거 한국에서는 이를 통일하겠다고 한글 흉내를 내게 하는 어처구니 없는 국책과제도 있었다.
‘동아 언어들의 양화’ 워크숍에서 요시모토(도호쿠대)는 한중일 언어의 수량적 표현 특징들이 논리학적으로 분석되었고, ‘아시아어 학습아동의 읽기 발달과 장애’ 워크숍(맥브라이드-창(홍콩중문대) 외)에서는 한국어, 중국어, 타이어에서 자모 읽기와 달리 시각적 표지/음절/어휘적 성조에 주의한다는 점을 뇌 연구로 밝혔다. 세션별 심리언어학적 실험 구두발표들도 있었다.

지각과 인지

공감각적 색채 (시)지각과 다양한 고차원적 인지 영역의 문제가 발표된 가운데, 유치원 아이들과 로봇 사이의 상호작용 발표(신나민(동국대) 외)는 마음의 발달, 협동, 의식에 대해 생각케 했다. 3세 그룹은 로봇과의 사귐에 부정적이고 난폭했고, 4세아들은 로봇을 흉내내며 좋아하고 사귀되, 반응이 기대 이하임을 알아차리고는 냉담해졌다. 5세아들은 로봇에게 좀 더 관용적인 태도로 귀엽다고 하고, 잘 데리고 놀았다. 4세부터 마음의 이론 기제가 발동해 남의 심적 상태에 대한 추론을 한다고 설명했다.
‘장기 저장된 기억은 과연 안전할까?’라는 강연의 강봉균(서울대)은 기억의 저장과 기억회상 후의 복귀에 단백질 합성이 필요하다는 기초 아래 실험을 통해 잊고 싶은 공포의 기억을 회상하는 순간 시냅스 단백질이 파괴된다는 결과를 내놓았다. 그러면 시냅스의 단백질 양을 조절하여 기억을 지우거나 보강하는 일이 가능하지 않을지 내다보았다. 마음이 물질에 기초함을 보이는 예로서 심신문제에 단서를 제공한다.

마음과 세계

챠머스(호주국립대)는 ‘세계 속으로 확장된 마음’ 강연에서 환경 속의 아이폰(iPhone) 같은 정보기기도 두뇌와 잘 짝지어지면 마음의 일부일 수 있며, 확장된 의식에로까지 이를 확대할 수 있음을 내비쳤다. 지각에 의거한 반론에도 맞섰다. 의미내용이 머리 속에 있느냐 환경적이냐 하는 내재론 대 외재론의 논쟁에서 외재론 편이면서도 역사적 인과 환경에 머무는 퍼트남의 소극적 외재론을 비판하고 즉각적으로 유기체와 짝짓기하는 능동적 외재론을 주창했다. 인지과학의 난제인 의식까지 외부와 잇는 입장이 놀랍다. 외재론 반대자도 많으나 공감하는 질문도 많았다.
노벨상 밭이라 할 의사결정에 대한 뇌/게임 이론 연구 중의 ‘의사결정과 뇌’ 심포지움에 청중이 대거 몰렸다. 이대열(예일대) 팀은 원숭이의 대뇌 등밖전전두 피질의 개체 뉴런들이 지체로 인한 하락가치를 계산하는 것을 발견, 효용함수상의 의사결정의 신경적 기초를 닦았다. 정민환(아주대) 팀도 효용 함수의 갱신과 행위 선택이 이루어지는 과정을 찾고자 했다. 분배 정의의 뇌 연구도 있었다.

문화와 뇌

한시휘(북경대)는 문화적 차이가 다차원적 인지기능과 연관된 뇌의 활성화 구조의 차이를 일으킨다는 최근의 범문화적 뇌영상 연구의 일단을 보였다. 중국/한국 등 아시아인은 전체적(global)으로, 서구(미국)인은 국부적/분석적으로 지각-인지하는 것이다. 서구인의 마음으로 인간의 마음을 대표시킬 수 없고 이는 ICCS의 첫 개최지가 아시아의 한국이 되었던 동기도 된다. 문화 차이 곧 뇌 차이는 해묵은 천연(nature) 대 길들임(nurture)의 논쟁에 불을 지른다. 로버슨(에섹스대)의 ‘언어, 문화 및 인지’ 워크숍에서도 탄(홍콩대)과 케이(UC버클리)의 색채범주지각이 명칭구별이 있는 경우(blue 대 green처럼) 구별지각이 빨라 언어가 사고를 빚는다는 훠프 가설을 지지한다면서 기능성자기공명영상(fMRI) 실험결과를 제시했다. 그러나 지각에 그치는 것인지도 보아야 하고, 뇌영상 연구가 문화와 무관한 기제와 문화에 민감한 기제를 가를 수 있어야 한다. 마음의 많은 영역에 뇌영상화가 동원되었으나 용도는 질문에 달렸을 것이다.

특수성과 보편성

마음과 뇌의 연구에서 동양의 특성이 가려져 있었으므로 이번 대회를 통해 밝혀지기 시작한 많은 차이점들이 더욱 연구되어야 한다. 다만 우리가 차이의 특수성 찾기에만 몰두하다 보면 깊이 있는 보편적 원리를 추구하는 과학의 이론을 정립하는 데 소홀할 수 있기 때문에 주의를 요한다. 차이까지를 포용해 설명할 수 있는 창의적 노력이 요구되고 그러한 ICCS의 전통이 수립돼야 한다.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인지과학자 카네만(프린스턴대)이나 시각의 전산 신경과학자 포지오(MIT)가 오지 못한 것은 아쉽다. 학문간/문화간 벽이 녹아내린 융합 학문의 용광로 향연에 모두 보람을 느끼면서, 2010년에 다시 베이징에서, 2012년에 삿포로에서(미국인지과학회와) ICCS를 열기로 결정했다. 의도와 뇌에 대해 발표한 이탈리아의 바라(투린대)는 같이 과제를 조성할 좋은 한국학자들을 만나 기쁘다고 전해 왔고, 회의가 끝난 후에도 열띤 논의를 계속했노라고 일본의 미야케(주쿄대) 등 학자들이 전해준다. 조직책임의 정찬섭교수(연세대)와 논문 심사에 자원한 일본 등 국외와 국내 학자들에게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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