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적 국제화 이룬 서울대 약진하는 모습 좋지만 대외적 명성만 좇기보다는 학내 구성원들을 향해야

새학기가 시작할 즈음 이장무 총장은 『대학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서울대 국제화를 비롯해 여러 분야에서 나타난 성과를 자신있게 설명했다. 이장무 총장은 이같은 성과들을 바탕으로 2025년까지는 서울대를 세계 10위권 대학으로 발전시킬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그런가하면 최근 교육과학기술부의 발표에 따르면 서울대가 SCI 논문 발표 순위에서 전세계 대학 중 24위를 차지했다고 한다.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SCI 저널에 게재된 논문 수만 따지면 예일대나 옥스퍼드대 등 세계 유수 대학과도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3년도 안되는 짧은 기간 동안 서울대에 머물고 있는 내게도 최근 수년간 서울대가 보여 온 성장은 놀라울 정도다. 주변의 많은 학생들도 언론을 통해 매년 각종 대학평가에서 서울대가 약진하고 있는 모습을 보며 놀라워 한다.

하지만 우리가 매일 겪는 생활은 어떤가. 흔히 말하듯, 살림살이는 좀 나아졌을까?
매일 아침 등교 때마다 오지 않는 버스를 기다리며 한없이 늘어진 셔틀 줄 앞에서 발을 동동 구르고, 수강신청 기간이면 그야말로 ‘전쟁’을 치러야 한다. 도서관에는 공부할 자리, 책을 보관할 자리가 부족해 골머리를 썩고, 동아리며 자치단위들도 틈만 나면 공간 문제로 열을 올린다. 그뿐이랴, 늦은 밤 집으로 돌아갈 때면 가로등마저 꺼진 어두운 길에서 생뚱맞게도 ‘들개’의 위협에 몸을 떨어야 하는 일도 벌어졌다.

화려한 외형과 달리 내실은 허술했던 경우도 많다. 본부가 의지를 가지고 추진하고 있는 법인화는 의견수렴 부족으로 안에서부터 삐걱거렸다. 대학경쟁력 측정의 지표라는 외국인 교수와 학생 수는 늘어났다지만 정작 생활에서의 불편을 호소하는 목소리는 그대로다. 학문간 융복합이라는 세계적 추세에 발맞춰 운영중인 협동과정에서도 부실한 점이 무더기로 드러났다.

학교 구석구석을 취재해 매주 신문을 만드는 『대학신문』은 학내 구성원의 갖은 불만과 불편사항이 모여드는 곳이기도 하다. 이같은 사건들을 취재해 보면 주먹구구식 행정이나 경직된 절차, 미흡한 규정 등이 그 원인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단순히 서로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못해 문제를 방치하는 일도 빈번하다. 예상보다 쉽게 해결될 수 있었던 문제로 수많은 사람들이 갈등과 불편을 겪었다는 사실이 드러날 때는 허탈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최근 서울시가 추진하고 있는 ‘디자인 서울’ 정책이 외형 개선에만 치중하여 정작  시민들의 생존권은 위협받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서울대가 외형적 성장에 도취돼 내치를 소홀히 한다면 서울대의 발전 역시 허울 좋은 '디자인'에 불과하다. 학교를 위한 발전이 정작 그 구성원들을 소외시키는 일이 없도록 지금이야말로 밖이 아닌 안을 돌아보며 비효율적인 행정과 불합리한 규정을 고쳐 고질적인 문제점들을 해결해 나갈 때다. 학교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결정하는 데 학내 구성원들의 총의를 모으는 것이 선행되야 함은 말할 것도 없다.

서울대의 발전상을 생활에서 직접 느끼기보다 언론을 통해 더 많이 접하고 있다면 이는 분명 안타까운 일이다. 지금 우리가 다니고 있는 이 학교가 세계 24위라는 말을 현실감 있게 만들어야 한다.
서울대가 지향하는 발전이 그 ‘명성’이 아니라 ‘학생’을 비롯한 학내 구성원들을 향하는 것이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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