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대학원 환경계획학과
인류문명의 진행과정에서 한국은 몇 가지 앞서가는 것이 있는 것 같다. 지난해 도쿄 세미나에서 만난 영국인 교수로부터 한국이 IT 산업을 통해 인류의 커뮤니케이션방식을 바꿔 가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 도시화(urbanization)도 한국이 앞서가는 인류문명의 진행과정이 아닌가 한다. 유엔 인간정주환경기구(UN HABITAT)는 지난해 2007년을 인류역사의 새로운 전환점으로 선포했는데, 그 이유는 역사상 처음으로 도시에 거주하는 인구가 농촌에 거주하는 인구를 넘어섰다는 것이다. 전 세계 65억 인구 중 절반 이상이 도시에 거주하고 있고, 2030년에는 81억 인구 중 50억의 인구가 도시에 거주하리라는 전망이다. 21세기를 도시의 세기(urban century)라고 부르는 것은 이러한 역사적 전환을 두고 하는 말이다. 그런데 한국의 경우 도시화율이 50%를 넘어선 것은 이미 1970년대다. 지금은 4700만 인구 가운데 90%가 넘는 4300만 명이 전국 84개 도시에 살고 있다. 산업화가 앞선 서구 선진국의 도시화율이 약 80%의 수준을 보이고 있으니, 도시화라는 인류문명의 진행과정에서 한국이 앞서 가고 있다고 보아 무리가 없겠다. 한국에 서 도시는 전 국민의 일상적 삶의 조건이 됐다. 한국인은 도시민이며, 오늘은 ‘도시의 시대’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기초교육원이 2008년부터 학부교양과목으로 ‘서울’이라는 도시를 주제로 한 관악모둠강좌를 개설한 것은 반가운 일이다. 이 과목은 옴니버스 강좌로 진행되면서 서울의 역사와 문화, 경제와 사회, 장소와 경관, 지역사회와 일상생활 등을 세계화 및 지방화라는 시대조류 아래서 조명해 보고 있다. 기초교육원이 이 강좌를 개설하면서 주문한 것은 학생들로 하여금 서울에 대한 이해를 통해 건강한 시민의식을 함양하도록 해달라는 것이었다. 오늘의 보편화된 도시조건이 문명화된 도시사회의 질서와 규범을 요청하고 있다는 점에서 교양있는 도시민이 되는 것은 도시의 시대를 사는 한국인이 지향해야 할 중요한 덕목임에 틀림없다. 한편 세계 조류를 앞서가는 한국의 도시화는 대학으로 하여금 건전한 도시민의 소양을 길러주는 것을 넘어서는 전문적 지적(知的) 활동을 요청하는 듯하다. 그것은 당면한 오늘의 도시문제를 해결하고 내일의 도시를 보다 나은 삶의 조건으로 만들기 위한 규범적이고 창의적인 도시계획 교육과 연구다.

유엔은 점차 보다 많은 사람이 도시에 살게 될 뿐만 아니라 인구 규모가 큰 대도시로 몰려들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들은 교역, 문화, 정보, 산업의 중심지로서 국가와 지역의 번영과 쇠퇴에 큰 영향을 미치는 한편 양극화된 사회계층구조 속에서 빈곤의 집결지가 되리라는 전망이다. 특히 서울 같은 인구 천만 이상의 거대도시(mega city)가 21세기의 세계경제질서와 국가발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시민 삶의 양식의 변화를 주도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집중적인 도시화가 좁은 국토에서 일어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은 세계 도시화의 추세를 앞서 경험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인류문명에서 가장 밀집된 도시사회의 생활방식을 실험하고 있는 셈이다. 도시의 세기, 도시의 시대를 맞아 대학에서 도시가 보다 비중있는 탐구의 영역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광중 교수
환경대학원 환경계획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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