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베이거스에는 방 19개, 벽난로 4개, 엘리베이터와 발코니, 수영장, 온천까지 딸린 263평의 호화 저택이 있다. 하지만 이 저택에는 아무도 살고 있지 않다. 이 집이 압류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압류된 저택들은 새로운 관광상품도 만들어냈다. 벤처기업 압류익스프레스는 집을 구매하려는 사람들이 함께 버스를 타고 다니며 압류된 집을 물색하는 ‘버스투어’를 제공한다.

이 웃지 못할 상황은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론(sub-prime mortgage loan)의 부실로 인해 발생한 결과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은 ‘비우량 주택담보대출’로 번역할 수 있는데 신용등급이 낮은 저소득층이 집을 살 수 있게 높은 이자율로 대출해주는 제도다. 하지만 원금과 이자를 갚지 못하면 새로 산 주택을 은행이 압류한다. 그런데 투기의 목적으로 제도를 악용하는 사람들 때문에 시장에 현금이 많이 공급되자 미국정부는 물가 상승을 우려해 금리를 높였다. 그 결과 투기세력들은 빠져나갔고 집값도 폭락했다. 또 물가는 안정됐지만 원금과 이자를 상환할 수 없을 때 압류되는 주택의 가치가 떨어져 그 차액이 모두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에 투자한 투자자와 모(母)은행의 손실로 이어졌다. 최근 리먼브라더스의 파산과 메릴린치의 매각으로 나타난 세계적 금융위기의 원인이 여기에 있는 것이다.

지난 10일(수) 번역·출간된 『서브프라임 크라이시스』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원인을 분석하고 해결책을 제시한다. 책은 최근 미국의 사회 문화 저변에 깊숙이 침투해 있는 ‘쉽게 벌고 쉽게 쓰기’라는 안이한 생각을 위기의 근원으로 지목한다.

두 명의 저자는 위기의 근본 원인을 ‘아메리칸 드림’에서 찾는다. 생존을 위해 미국에 온 유럽인들은 집을 갖고자 했고 이 갈망은 ‘아메리칸 드림’으로 모아졌다. 책은 “정부와 기업이 저소득층에게도 집을 가질 수 있다는 꿈을 꾸게 한 것이 문제”라고 설명한다. 저소득층에게 서브프라임 모기지를 남용해 위기의 싹을 키웠다는 것이다.

저자는 “정부가 위기를 끌어들인 후 월스트리트의 투자은행들이 이를 증폭시켰고 개인의 도덕 불감증 역시 문제가 됐다”고 주장한다. 부시 대통령은 오랫동안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이 주택 구입을 촉진한다”고 주장하면서 서브프라임 모기지를 확대하는 데 힘썼고, 이는 이 사업의 핵심 역할을 했던 베어스턴스, 도이체방크 등의 투자은행들이 심각한 위기에 빠지는 사태로 이어졌다. 개인 역시 ‘자신의 경제상황을 직시하지 못한 채’ 무리한 대출로 손쉬운 내 집 마련을 꿈꿨다는 비판을 받았다.

결론에서 저자들은 ‘근본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10가지 제언’을 내놓는다. 상호 신뢰의 중요성을 강조할 것, 정부의 규제를 강화할 것, 월스트리트의 신용등급 평가를 철저히 할 것, 아메리칸 드림의 전통을 재고할 것 등이 그것이다.

한국에서도 현재 ‘서브프라임 위기가 오는 것이 아닌가’하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충격에 따른 여파가 국내 외화 유동성 고갈로 나타나면서 채권시장과 외환시장에 연쇄적인 충격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하나금융경제연구소 장보형 연구위원은 “규제완화와 통합화를 축으로 한 현 정부의 정책 시행은 우리정부가 시대착오적인 접근을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위기를 분석한 이 책의 도움을 받아 우리도 국내 경제상황에 대한 진지한 반성과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서브프라임 크라이시스
브루스 헨더슨, 조지아 가이스 지음┃김정환 옮김┃랜덤하우스┃244쪽┃1만2천원 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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