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새로운 미래를 시작하는 서울대 새 식구들의 얼굴들을 쳐다보는 일은 항상 즐겁습니다.

33년 전 나의 일이 생각납니다. 합격자 발표가 나던 날, 초조한 마음에 집에 그냥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종각에서 동숭동 문리과대학까지 걸어가서 떨리는 가슴으로 벽에 붙은 합격자 발표를 보았습니다. 내 이름을 보며 나는 그 때까지 한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가슴터질 것 같은 기쁨을 느꼈습니다. 그러나 꿈같이 한 달은 지나갔고, 입학식이 끝나자 바로 고등학교와 비슷한 수업이 시작됐을 때, 아무런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공부로 승부하는 경쟁이 시작되는’ 현실만이 내 앞에 다가와 있음을 느끼며 당황했던 기억이 납니다.

대학에 들어오면 많은 것이 변화합니다. 인생을 설계하는 출발점에서, 혹시 도움이 될까 하여 내가 그동안 범했던 실수를 바탕으로 세 가지 부탁 말씀을 드리려고 합니다.

첫째, 이제는 만사를 혼자 결정하십시오. 이를 위하여 혼자 생각하는 버릇을 가지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내 경우 대학교 1학년 겨울 방학 두 달 동안 충청남도에 있는 암자에 머문 적이 있었습니다. 산에서 혼자 앉아 있을 때, 자연이 내게 해주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고, 역사는 옛날 이야기를 들려주었고, 산 아래 있는 사회가 요구하는 목소리도 들을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책 몇 권 들고 들어간 짧은 기간이었지만 오랫동안 인생을 혼자 사는 힘을 주었던 것 같습니다.

둘째, 내가 하는 일을 좋아하며 사는 노력을 해보십시오. 그 동안 여러분은 끊임없이 남과 비교되는 생활을 해왔습니다. 우리나라 실정에서 서울대학교에 들어온다는 것은 여섯 살때부터 시작한 경쟁의 승리입니다. 남보다 잘해야 한다는 형태의 동기 유발 방식은 대학입시와 같은 단기적 목표 달성에는 적합해도, 이루고자 하는 장기적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는 적합한 것 같지 않습니다. 나 또한 경쟁에서 승리하는 것만이 최선의 살아가는 수단인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미국 유학 생활 중 지지 않기 위하여 열심히 연구할 때, 주위의 미국 친구들은 연구하는 순간 순간을 즐긴다는 사실을 발견한 후, 큰 충격에 빠졌던 기억이 있습니다.

셋째, 두려워하지 말고 남이 가지 않는 길을 택하십시오. 미국 3M이라는 회사에서는 신입사원 교육 중, 직장으로 출근할 때 최소한 다섯 경로의 길을 택하여 운전하여 보기를 권한다고 합니다. 여러 길을 걸어보고, 때론 일상에서 벗어나 홀로 오솔길을 걸어보고, 그리고 자기 확신이 생긴 후에는 아무도 가지 않은 숲 속으로 길을 만들며 걸어가 보십시오. 새로운 길을 만든다는 것은 스스로 미래학자가 되는 것입니다. 여러분 스스로의 눈으로 우리의 문화, 예술, 사회, 과학과 기술의 미래를 예측하고, 그 길을 따라가 보는 것입니다. 이는 생각하는 자만이 갖는 특권이며, 이러한 창의력이 우리 사회가 서울대학교 가족들에게 기대하는 것이 아닐까요? 

다시 한번 여러분의 입학을 축하합니다. D. Ann이라는 한 미국 시인의 시에서 ‘어두웠던 고난과 시도의 굴레를 벗고 나는 그렇게도 그리던 자유로운 시작을 합니다’ 는 시구가 너무도 멋지게 여러분에게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국양 (자연대 교수ㆍ물리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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