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들이 대학의 문턱에서, 그리고 대학 내에서 겪는 수많은 문제점들을 조명한 『대학신문』의 이번 기획보도는 자료조사의 측면에서나 학내 담론형성으로서의 의미 측면에서나 좋은 평가를 내릴 수 있을 듯하다. 평소 장애인 시설에 무관심했던 본부에도 자극이 됐으면 한다.

올 여름 전국의 각 대학에서 대학생 장애인과 비장애인 대학생들이 모여 2008 장애민중현장활동(장활)을 함께했다. 올해 장활에서는 대학 내에서 장애인들이 어떻게 차별받고 있으며 이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를 주된 문제의식으로 삼고 장애인의 고등교육권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실천활동을 하는 시간을 가졌다. 참가자들은 대학의 장애학생 지원제도, 학칙 등을 발표했는데 거의 대부분의 학교가 장애를 갖고 학교를 다니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로 장애 친화적이지 못했다.

기사에서는 대구대를 ‘장애학생의 메카’라고 극찬했지만 대구대에 다니는 장애학우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사실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대학 당국은 장애학생들을 시혜적인 시선으로 대하며 기사에 나오기도 했던 ‘말하는 나무공원’같이 전시용 행정들만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이 외에도 전동휠체어를 탄 학우들의 학내 이동권은 보장되지 않고 있고 점자블럭은 엉망이어서 학생들이 다치기 십상이다. 속기사와 수화통역사는 어느 정도 수가 확보돼 있지만 온전한 수업권을 누리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다. 또한 장애인의 입학전형은 특정 과에만 편중되어 있는 등 문제가 여전히 산적해 있다. 마치 4급수의 물만 마셔오던 사람이 3급수의 물을 마셔보고는 ‘정말 깨끗하다’라고 하는 것과 같은 느낌이다.

물론 말할 것도 없이 서울대의 상황은 더 열악하다.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리프트카는 학교에 1대밖에 운행되지 않는다. 청각장애인을 위한 전문 속기사는 1명뿐이며 수화통역사는 존재하지도 않는다. 엘리베이터가 설치돼 있지 않은 건물도 상당수며 이 때문에 장애학생은 원하는 과목을 듣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장애인이 교육받을 수 있는 권리는 왜 무시되며 시혜의 차원으로만 생각되는가. 사람이면 누구나 알고 싶어 하는 욕구가 있고 지적인 욕망을 추구한다. 장애가 있다고 해서 학문적 진리를 추구하려는 욕구가 덜하거나 부족한 것은 절대로 아니다. 그들도 자신의 꿈, 목표나 이상의 실현을 위해 노력하고 그를 위해 대학에 다닌다. 장애인의 고등교육권은 당연히 보장돼야만 한다. 단순히 장애학생을 학교에 입학만 시켜놓고 덩그러니 방치한다는 것은 기만적이다. 대학본부는 장애인 당사자들의 요구안을 적극 수용하려는 태도를 보여야 하며 학내의 수업, 이동, 생활, 문화 모든 측면에서 장애친화적인 환경을 조성해야 할 것이다.

오정민
경제학부·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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