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대회] 제4회 세계한국학대회

한국전쟁 등에 관한 세계 여러 시각 소통하는 자리 돼

지난 21일(일)부터 나흘간 서울 워커힐호텔 컨벤션 센터에서 ‘세계와 소통하는 한국학’이라는 주제로 세계한국학대회가 열렸다. 한국학중앙연구원(한중연)이 주최한 이번 행사는 한국의 역사, 문화, 정치, 경제, 예술 등 14개 지정분과와 ‘각국 교과서에 나타난 한국’, ‘외국인(재외동포)을 위한 한국어 교육’, ‘한-일 문화교류사’ 등의 주제로 나뉘어 진행됐다. ‘세계와의 소통’을 주제로 내건 만큼 이 대회는 한국, 미국, 일본 등 20여개국의 한국학 전문가들이 모여 140여편의 논문을 발표하면서 해외 한국학의 흐름과 전세계 한국학의 현재 위상을 점검하고, 소통의 계기를 마련해 보는 자리가 됐다.

한국학은 한국에 관한 언어, 역사, 지리, 정치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한국 고유의 것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최근에는 한국학이 과거의 한국에 대한 연구뿐만 아니라 현대의 한국사회 문화에 대한 연구를 포함시켜 보다 범위가 넓어지고 있는 추세다. 특히 이번 대회에서는 현재까지도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는 한국전쟁에 대한 비교문화론적 분석이 이뤄졌다.

‘각국 교과서에 나타난 한국’이라는 주제를 다룬 강연은 한국전쟁에 대한 한중일 및 유럽의 인식이 얼마나 많은 차이점을 보이는지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한중연 박소영 연구원은 일본 교과서의 서술 특징 및 문제점에 대해 “한국전쟁의 세계현대사적 의미를 언급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중연 안지영 연구원은 “북한의 안전이 중국의 안전과 연계된다는 순망치한적 인식, 전쟁영웅을 통한 국가주의 교육의 강화 등이 여전히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또 유럽 국가들의 사회과 교과서에 나타난 한국전쟁 인식을 비교한 한중연 정재윤 연구원은 “덴마크는 스탈린의 주도로 한국전쟁이 발발했다는 관점을 가지고 있는 반면, 영국과 체코의 사회과 교과서에는 김일성의 개전 의지가 큰 역할을 했다고 기재돼 있다”고 설명했다. 정 연구원은 각국이 시각 차이를 보이는 원인을 편집자의 성향, 국가의 지침 등 복합적인 측면에서 찾았다. 하지만 그는 “한국전쟁 자체가 애매한 성격을 가지고 있는 문제라 연구가 더 필요하다”는 단서를 달았다.

외국의 시각으로 한국인의 문화나 한국의 정치를 연구한 발표들도 눈길을 끌었다. 카롤리나 메라 교수(부에노스아이레스대ㆍ사회과학연구소)는 남미 거주 26∼45세 한국인 1.5세대 30여명을 심층면접한 뒤 ‘미 대륙의 한인 네트워크: 국제적으로 활약하는 1.5세대들’이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그는 “이민 1.5세대는 한국에 대한 정체성은 지키면서도 교육, 언어습득, 직업세계에선 새로운 문화에 적응하는 경향을 보였다”며 “국경을 넘는 네트워크도 많았다”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과 친박간의 게임: 제18대 총선 공천과정에 대한 분석’이라는 발표에서 아사바 유키 교수(야마구치현립대ㆍ국제문화학부) 연구팀은 게임이론을 이용해 의원내각제의 전통을 가진 일본의 시각에서 대통령제 국가인 한국의 의회 형성과정에 대해 설명했다. 연구팀은 ‘친이’만으로 과반수를 얻지 못할 이 대통령이 왜 ‘친박’을 배제했는지를 게임이론으로 분석했다.

이번 대회는 한국의 학자들이 해외의 학자들과 소통함으로써 한국학이 객관성과 보편성을 발견할 수 있는 자리가 됐다. 이번 대회에 조직위원으로 참여한 이완범 교수(한국학대학원)는 “이번 대회는 기성 한국학자와 새로운 한국학자들이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며 “다음 대회에서는 자연과학과 인문학이 만나 통섭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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