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들 자살 때마다 나오는
누리꾼들에 의한 타살 의혹들
이번에도 거짓 소문 유포자들 뭇매
과연 그것만이 자살의 원인인가

학술부장
시체가 발견됐다. 경찰이 진상을 조사한다. 진상이 밝혀지고 범인이 밝혀진다. 이 과정이 한편의 영화라면 가장 슬퍼야 하는 대목은 당연히 시체가 발견되는 장면이다. 하지만 영화의 후반부를 슬프게 만드는 하나의 단어가 있다. 자살. 가해자가 피해자라고 판명나는 순간 유가족들은 한번 더 오열하고 누리꾼은 한번 더 흥분한다. ‘광(狂)클’ 덕에 고인의 이름이 검색순위의 상위에 놓인 순간 고인의 죽음을 접한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최진실씨가 자살했다. 하지만 경찰이 자살이라고 발표하기 전부터 대중은 자살의 원인을 ‘악(惡)플’일 것이라고 확신했다. 경찰은 그가 죽기 전 악플 때문에 우울증까지 앓았다고 발표했다. 우울증이 자살에 더해지자 가해자와 피해자는 분리됐다. 연예인이 자살할 때마다 그렇듯, 에밀 뒤르켐이 『자살론』에서 했던 작업처럼 이번에도 대중은 그의 자살을 사회적으로만 설명한다. 거대 여당마저 이른바 ‘최진실 법’을 만들어 ‘잠재적 살인자’들을 잡겠단다. 대중의 생각에 힘을 실어준 셈이다. 광우병이 발견되면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중단하겠다던 그들이다. 자살만은 사전에 방지해야겠다는 생각이 드셨던 모양이다.

이 과정이 나는 왠지 불편하다. 누구도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의 저자 괴테를 살인범으로 보지 않는다. 자살방조죄라는 죄목도 그에게는 어울리지 않는다. 반면 누리꾼들은 자연스럽게, 내게는 불편하게, 살해 의혹을 받고 있다. 처음은 아니다. 이들은 성형수술을 한 가수와 탤런트를 ‘인조인간’으로 불러서 살해 의혹을 받았던 과거가 있다. 키보드라는 살해도구는 같다. 살해방식이 다르다. ‘사실에 근거한 인신공격 발언’이었던 것이 ‘사채업자 최진실이라는 (거짓)소문을 믿고 유포시켰다’로 바뀌었다.

각종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고인은 죽기 전 “왜 내가 사채업자가 돼야 하느냐”, “연예 생활 그만할 것이다” 등의 말을 했다고 한다. 생각해보면 그가 괴로워한 이유는 전에 자살한 이들의 그것과는 다르다. 실제 고리로 돈을 빌려 준 사채업자에게 갖은 욕설과 인신공격이 퍼부어져 사채업자가 자살한 경우가 아니라는 말이다. 오히려 그는 사채업을 했다는 (거짓)소문과 그것이 급속도로 퍼져나가게 된 원인 때문에 괴로워했다.

교통사고가 나면 정황을 살펴 사고의 책임이 쌍방에게 각각 어느 정도씩 있는지 판가름한다. 이번 사고의 관계자는 적어도 셋 이상이다. (거짓)소문을 만든 사람, (거짓)소문을 믿고 유포시킨 사람, 그리고 자살한 최씨. 이번 사건에 대해 이야기하려면 침착하게 이 셋의 책임이 어느 정도씩 되는지 따져봐야 한다. 깜짝 놀란 심장을 추스르지도 못한 채로 (거짓)소문을 믿고 유포시킨 이들에게만 돌을 던져서는 안된다. ‘베르테르 효과’라는 단어 하나로 최씨의 자살 이후 일어난 자살을 설명해서는 안된다. ‘베르테르 효과’나 ‘(거짓)소문 유포’가 살인이 될 수 없는 것은 그들이 모두 ‘자(自)살’했기 때문이다.

경찰은 소문과 관련해 “계좌추적 등 수사 확대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소문이 거짓인지 아닌지 빠른 시일 안에 밝혀지긴 힘들어 보인다. 이것이 내가 소문이라는 단어 앞에 ‘(거짓)’을 붙인 이유다. 거짓 소문이라는 말도 거짓일지 모른다. 나는 만에 하나라도 무고한 사실을 유포했다는 이유로 이 글이 ‘악(惡)’해지고 내 키보드가 ‘살해 도구’로 둔갑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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