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은 죽지 않았다.
역할과 범주가 달라졌을 뿐”
“이동과 조화가 이 시대의 화두”
미래의 문학에 대한
다양한 의견 쏟아져

지난달 30일부터 이틀간 프레스센터에서 ‘현대사회와 문학의 운명: 동아시아와 외부세계’를 주제로 동아시아문학포럼이 열렸다. 황석영, 히라노 게이치로, 쑤퉁 등 한중일 대표 작가 33명이 이번 포럼에 참석해 ‘문학의 미래’와 ‘고향, 국가, 지역 공동체, 세계’ 등을 주제로 서로 의견을 나눴다.

“어느 세대 ‘전체의 소리’를 묶어, ‘대신’ 한다고 보는 것은 명백히 잘못된 견해다.”

『일식(日蝕)』으로 유명한 소설가 히라노 게이치로씨는 ‘웹 2.0 이후의 문학’ 발표에서 “동세대 사람들의 소리에 귀를 기울일수록 ‘세대의 동일성’이라는 것에 회의를 느꼈다”고 밝혔다. 그는 세대론이란 원래 전쟁과 같은 ‘폭발적인 사건’이 있어야 가능함을 지적하며 “비틀스 세대는 사실 틀린 말”이라며 “소수 의견이라도 다른 가수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엄연히 있지 않았느냐”고 반문했다. 히라노씨의 나이 또래인 70년대 중반 세대는 블로그 등을 통해 본격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표출하기 시작한 세대다. 히라노씨는 “웹을 통해 자신의 특이한 체험을 쓰는 것은 그 자체로 이미 작가가 비슷한 내용을 상상해서 쓴 것을 압도한다”며 “이런 시대에 작가는 현대의, 그리고 미래의 소설에서 무엇이 핵심이 돼야 하는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소설가 은희경씨는 문학의 미래를 단순히 어둡게만 논의하는 것에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문학이 죽었다, 문학의 종언이다, 이런 선언은 쉽게 받아들일 수 없다. 문학 자체의 힘과 매력은 여전히 살아있다. 다만 문학을 둘러싼 환경이 변해 문학의 역할과 범주가 달라졌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또 그는 인터넷의 등장이 문학을 위협한다는 의견에 “인터넷이 등장하면서 다양한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와 작가가 쓸 거리가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넘쳐나는 이야기에 그들의 시각은 없었다. 문학이 할 일은 갈 길 잃은 수많은 길에 이정표를 달아주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진 회의에 참석한 작가들은 ‘작가에게 고향은 어떤 의미인가’와 ‘문학의 미래’를 주제로 이야기했다.
소설가 황석영씨는 “일제점령 하에 있던 만주에서 태어난 나는 6·25 전쟁 등 격변의 시기를 거치면서 이리저리 떠돌아 다녔다”며 “내게는 애초에 고향이라는 것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혼지침서』 등으로 한국에서도 유명한 소설가 쑤퉁씨는 황석영씨의 ‘난민의식’에 동감했다. 그는 “내가 태어난 양쭝따오는 부모님의 고향일 뿐이며 성장기를 거친 쑤저우는 계속된 발전을 통해 내 기억과 전혀 다른 곳이 됐다”며 “내 고향은 어디에도 없다”고 말했다. 시인 도종환씨는 ‘난민의식’이 생겨난 것은 “제국주의 일본이 저지른 식민정책이 많은 사람의 고향을 빼앗았기 때문”이라는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다. 이에 황석영씨는 “한중일 삼국은 과거와 고향을 언급할 때면 피해자의 입장에 서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황석영씨는 현대사회를 둘러싼 사회적 상황과 작가의 역할에 대해 “신자유주의와 자본주의가 이미 전세계를 지배하지만 지식인이며 작가인 우리가 문명의 대안을 찾아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그는 “전 세계에는 내전 등의 문제로 현재 1억명의 난민이 존재한다”며 “전세계적으로 이런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데 고향의 가치를 논할 때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현재 작가들이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어떻게 하면 다른 지역의 삶과 서로 소통할 수 있는가”라며 “가장 중요한 것은 ‘이동과 조화’”라고 말했다. 히라노 게이치로씨는 과거와 현재를 대비하면서 미래의 소설이 취해야 할 ‘관점’에 대해 논했다. 과거에는 사람들이 좁은 범위의 관계를 맺었지만 현대인들은 과거에 비해 맺고 있는 관계의 폭이나 주변매체의 영향이 매우 크다. 이 때문에 과거의 사람들은 최소한의 관점으로도 관찰이 가능했으나 현대인들은 이전의 관점으로는 제대로 관찰하기 힘들다는 것이 히라노씨의 설명이다. 히라노씨는 “최소한의 관점으로 현대 사람을 관찰하면 이야기는 모두 깨져버린다”며 “앞으로 인물을 제대로 표현하려면 작은 관점과 큰 관점을 모두 취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동아시아문학포럼의 한국 조직위원장인 김우창 명예교수(고려대·영어영문학)는 “작가의 근본적 마음가짐은 자신을 떠나지 않으면서도 바로 그것을 통해 바깥 세상에 연결되어 있는 것”이라며 “한중일 작가와 문학의 교류는 각 국가 간 상호 이해를 증진시키는 깊고 넓은 바탕을 구축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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