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학으로 보는 사회

필립 볼 지음┃이덕환 옮김┃까치글방┃544쪽┃2만3천원

물질계의 법칙을 사회 현상에도 적용할 수 있을까? 사회현상을 물리학으로 설명한 필립 볼의 『물리학으로 보는 사회』가 발간됐다. 과학 저널 네이처의 고문 편집인인 저자의 심도있고 방대한 논의들을 따라가다 보면 사회현상도 물리학으로 설명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사회의 물리학’은 사회 현상들이 ‘왜’ 일어나는지가 아니라 ‘어떻게’ 일어나는지 물리학의 법칙으로 설명하는 학문이다. 물리학은 정해진 법칙에 따라 움직이는 물질을 연구하지만 사람들의 행동은 물질과 달리 사고방식, 의견, 욕구, 열정 등 변덕스러운 요소들에 의해 결정된다. 인간의 ‘자유의지’라는 변수 때문에 인간의 행동을 물리학으로 설명하는 것이 어려워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인간의 자유의지는 변덕스럽다는 측면에서 무작위적인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작위적이라는 특성이 ‘예측 불가능’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개별적으로는 무작위한 것이라도 집단을 이뤘을 때는 질서정연한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다.

보행자들의 움직임이 대표적이다. 개인들은 각자가 원하는 속도로 각자의 목표지를 향해 움직인다. 이렇게 무작위적인 개인들의 움직임도 많은 사람들이 함께 길을 건널 때에는 무리를 지어 움직이는 질서정연한 모습을 보여준다.

사회물리학자들은 보행자의 움직임이 ‘개인적인 목표나 관심’ 등의 내적 요인과 ‘상황과 환경에 대한 인식’ 등의 외적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고 가정한다. 내적 요인은 개인의 무작위성을 나타낸다. 외적 요인은 장애물 등과 같이 개인의 움직임에 제한을 가한다. 가고자 했던 방향에 다른 사람이 나타나면 가던 방향을 틀게 되는 것은 외적 요인 때문이다. 이런 설명은 기체 분자 간 거리가 가까워지면 반발력이 생기고 적당한 거리로 멀어지면 인력이 작용하는 성질을 적용한 것이다.

사회물리학자들은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보행자들의 모습을 재현했다. 그 결과 같은 방향으로 걷는 사람들이 하나의 집단을 형성하는 모습을 보였다. 처음에 길을 가는 사람은 마주 오는 사람을 피해 걷는다. 뒤따르는 사람도 마주 오는 사람을 피하고자 앞서 처음에 길 가던 사람을 뒤따라 걷는다. 이런 반응들이 연쇄적으로 일어나 나중에는 길의 양쪽으로 움직이는 사람들의 무리가 생긴다. 물리학의 지식을 이용해 생활 속에서 발견되는 현상을 설명하고 실험으로 증명한 것이다.

이 밖에도 이 책은 사람들이 ‘어떻게’ 움직이고, 투표하며, 집단과 조직을 형성하는지 이해할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해준다. 또 금융시장의 움직임이나 사회적·상업적 네트워크에 숨겨진 구조를 밝혀내고 갈등과 협력의 정치학을 분석하는 데도 도움을 준다.

저자는 “인간이 행동하는 이유를 모르고 있더라도 그들이 집단적으로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에 대해서 어느 정도까지 예측할 수 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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