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문이 환경재앙을 만났을 때 (3) 환경과 경제학

삽화: 김지우 기자
신고전학파의 이론으로 접근하는 환경경제학,
새로운 시각 보여주는 생태경제학도 있어

환경비용 고려한 녹색GDP
전 세계로 확산 중

1993년 유엔은 기존 국내총생산(GDP)을 보완하고자 자원 고갈과 환경 훼손을 감안한 녹색GDP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1994년 미국이 처음으로 녹색GDP를 계측해 발표한 이후 유럽과 일본, 중국도 이 개념을 도입했다. 녹색GDP는 ‘GDP가 환경오염이 후생에 미치는 영향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보완한 지표다. 녹색GDP는 수질오염과 생태계 파괴 등을 시장가치로 환산한 후 이를 환경비용으로 계산해 기존의 GDP에서 그 값을 제하는 방법으로 계측된다. 비록 녹색GDP가 ‘계측의 기준이 모호하고 실질적인 평가액을 계산해 공제하기 힘들다’는 비판을 받고 있지만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경제학계의 노력을 보여준다.

경제학과 환경의 만남
환경경제학의 성과들

경제학은 환경오염에 대응하는 이론을 지속적으로 발표해왔다. 가장 대표적인 경향으로 신고전학파의 응용경제학 분야인 ‘환경경제학’을 꼽을 수 있다.

환경경제학은 “세상은 시장에 의해서 균형을 이뤄간다”는 대표적 신고전학파 경제학자 왈라스의 표준모델을 토대로 이 균형이 환경에도 적용될 수 있다고 본다. ‘환경’이 시장 외부에 있었기 때문에 환경오염 등의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결국 환경경제학에서는 환경오염을 시장가격 체계에 내부화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대표적 초기 환경경제학자로 아서 세실 피구와 로날드 코즈가 있다. 피구는 “조세를 통해 환경오염을 내부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오염을 발생시키는 행위에 세금을 부과하면 그 행위의 기회비용이 증가해 환경을 오염시키는 행위가 줄어든다는 것이다. ‘피구조세’는 정부의 개입을 통해 환경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 반면 코즈는 “재산권이 적절히 정의되면 정부의 간섭 없이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오염물질배출에 대한 비용과 편익이 정확히 정의된다면 오염유발자와 피해자의 거래를 통해 사회적 적정 오염수준이 결정된다는 것이다.

환경경제학은 ‘인간이 경제생활을 영위하고 경제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환경오염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한다. 오염을 한 단위 줄이는 데 드는 ‘한계통제비용’과 오염이 한 단위 더 생기는 것을 감수하고  경제활동을  했을 때 얻는 ‘한계편익’이 일치하는 수준에서 적정 오염수준이 결정된다고 보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경제학에서는 ‘환경오염을 무조건 줄이자’는 주장보다는 ‘사회적으로 적정한 오염수준을 유지하자’는 주장이 더 설득력을 얻는다.

최근에는 1970년대에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쿠즈네츠의 가설을 재해석해 ‘환경쿠즈네츠곡선’을 도출하는 연구도 진행 중이다. 쿠즈네츠 가설이란 경제성장의 초기 단계에서는 소득 불평등이 심해지지만 국민소득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소득 분배가 개선된다는 내용이다. 이 가설을 환경문제에 적용하면 경제가 성장할 때는 환경오염이 심해지지만 국민소득이 일정 수준을 넘으면 환경문제가 개선된다는 말이 된다. 김광욱씨(부산대·경제학과 박사과정)는 2007년 발표한 논문 「환경효율, 쿠즈네츠곡선, 국제무역」에서 세계 61개국을 고소득국가와 중·저소득국가로 구분해 환경효율을 계측하고 이와 1인당 GDP 간의 환경 쿠즈네츠 곡선을 도출했다. 분석 결과 고소득국가는 1인당 GDP 18,360달러 수준까지 환경효율이 개선된 후 하락했지만 24,005달러를 전환점으로 환경효율이 다시 개선됐다. 중·저소득 국가의 경우 전환점은 달랐지만 흐름상 큰 차이는 없었다. 이 결과는 오염물의 배출량으로 표현한 일반적인 환경쿠즈네츠관계의 또 다른 표현으로 환경효율과 소득과의 관계가 쿠즈네츠곡선과 같은 형태를 이룬다는 것을 확인시켜준다. 우리나라 역시 1988년 서울올림픽을 전환점으로 환경이 서서히 개선되고 있다. 태화강의 오염 정도가 개선된 것 등을 사례로 들 수 있다.

김지욱 교수(중앙대·경제학과)는 「환경쿠즈네츠가설에 관한 재고찰」에서 “환경효율과 소득이 쿠즈네츠곡선과 같은 형태를 띠는 것은 소득수준이 증가하면서 좀 더 나은 환경에 대한 욕구가 증대되고 오염저감기술이 개발되는 등 환경오염을 감소시킬 수 있는 요인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소득이 늘어난다고 해서 기계적으로 환경이 정화되는 것이 아니라 소득 증대가 야기하는 ‘개인과 기업, 정부의 환경의식 제고’나 관련 기술의 발달 등이 환경오염을 억제하고 더 좋은 환경을 만들게 한다는 것이다.

‘복잡계’, ‘공진화’접목한
생태경제학의 색다른 접근

한편 환경경제학과는 다른 문제의식으로 환경문제에 접근하는 ‘생태경제학(ecological economics)’도 있다. 생태경제학은 명확한 이론체계나 법칙이 존재하지는 않지만 환경문제에 대해 ‘시장가치화’나 ‘균형’의 개념보다 ‘생태’와 ‘생태시스템’을 중심으로 접근한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생태경제학은 니콜라스 조지스큐-로젠이 “엔트로피 개념을 끌어들여 ‘지속가능한  규모’를 설정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에서 시작됐다. 이들은 신고전학파의 효율성과 공정성 개념을 존중하되 ‘지속가능한 규모’를 넘어서서는 안된다고 생각해 그 규모 내에서 효율성과 공정성을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최근에는 ‘엔트로피라는 단일한 개념으로 인간과 환경을 설명할 수는 없다’는 비판에 ‘복잡계’와 ‘공진화(co-evolution)’의 개념이 생태경제학의 주 관심사로 부각되고 있다. 『경제학, 더 넓은 지평을 향하여』에서 이상호 강사(가톨릭대·법경제학부)는 “자연과학의 엔트로피 법칙에 따르면 물질이나 에너지는 낮은 엔트로피 상태(질서)에서 높은 엔트로피 상태(무질서)라는 하나의 방향으로만 흐를 뿐”이라며 “엔트로피 법칙만으로는 환경오염 과정을 설명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자연환경체계는 더 복잡하고 정교한 질서를 가지는 방향으로 진화하기도 한다. 이상호 강사는 “복잡계 이론이 피드백 사슬을 통해 무질서에서 질서가 창조될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면 공진화 이론은 진화가 개별 생명체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요소들의 복잡한 상관성 속에서 진행되는 것임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조영탁 교수(한밭대·경제학과) 역시 「생태경제학의 방법론과 비전」이라는 논문에서 “생태계와 사회경제시스템은 구성요소와 상호작용에 따라 서로 다른 모습을 나타내는 복잡계”라며 “환경문제는 두 복잡계의 피드백에 기초해 진화해 나가는 공진화의 관계를 통해 접근해야한다”고 설명했다.

환경·생태경제학 만나
긍정적 상호작용 해야

환경경제학과 생태경제학의 출발은 매우 달랐지만 이들은 환경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한다는 점에서 상호작용의 가능성을 보인다. 조영탁 교수는 “환경경제학과 생태경제학 사이의 이론적 공조가 형성될 가능성이 보인다”며 런던학파의 연구를 사례로 제시했다. 런던학파는 신고전학파의 표준경제학 이론을 그대로 채용했지만 여기에 생태경제학의 ‘지속가능한 규모’와 닿아있는 ‘최소기준’이라는 개념을 추가해 ‘자연자본이론’을 주창했다. 이 이론은 자연을 자본으로 볼 때 사회를 유지하기 위한 자연의 최소조건이 존재하고 이를 충족시키지 못하면 경제학 법칙이 작용하지 않는다는 것을 골자로 한다. 때문에 이들은 “최소기준을 만족시키기 위한 자연보전행위가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데 배타적인 접근은 한계에 봉착할 위험이 있다. 다른 출발을 보였던 경제학 내부의 두 흐름이 배타성을 넘어 긍정적으로 상호작용하는 모습은 환경문제를 해결하려는 경제학적 접근이 더 활발해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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