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용 詩 126편 다시 읽기
권영민 지음, 민음사, 2만8천원
정지용의 모든 작품을 정리하고 주석과 해설을 붙인 해설서가 권영민 교수(국어국문학과)에 의해 출간됐다. 기존의 해설서는 원문을 그대로 옮기고 난해한 시어에만 주석을 달았으나, 권 교수는 현대 국어의 표기법에 따라 텍스트를 고침으로써 정지용 시의 새로운 정본화를 꾀했다. 특히 정지용의 시 세계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시어 34개를 분석한 것이 눈이 띈다. 단순히 사전적 의미나 용법만을 분석한 것이 아니라 시어가 구축하고 있는 시적 정황까지 파악하여 정지용의 시에 대한 이해를 높인다.

현의 노래
김훈 지음, 생각의 나무, 9500원
소설 『칼의 노래』에서 고뇌하는 무장의 모습을 보여준 저자가 이번엔 미를 찾는 예인의 모습을 그려냈다. 삼국사기와 구전설화로 남아있는 가야금의 시조 우륵과 그의 시대를 문학적 상상력으로 형상화한 것이다.
 이 책은 6세기 초반 가야와 신라의 대결, 우륵이 가야금을 창안하게 된 과정, 우륵과 대조되는 인물인 대장장이 야로가 펼치는 무기의 세계, 궁녀 아라와 우륵의 제자 니문과의 사랑 등을 담고 있다. 그리고 책 속에서 그려지는 우리의 소리를 만날 수 있는 것 또한 다른 즐거움이다.   

무엇을 할 것인가?
워너 본펠드 지음, 조정환 옮김, 갈무리, 1만5천원      
 레닌의 『무엇을 할 것인가』가 출간된 지 백년이 지난 지금은 사회주의 국가 붕괴 이후 신자유주의가 기승을 부리는 시대이다. 신자유주의에 반대하는 멕시코 노동자들의 움직임인 사빠띠스따 봉기 10주년을 맞아 맑스주의, 레닌주의에 대한 다각적 검토를 통해 지금 “무엇을 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학자들의 기고를 모은 책. 이 책의 한 저자는 레닌주의는 고전적 맑스주의의 계승자가 아니라고 말한다. 레닌주의는 맑스가 반대했던 인민주의의 전통에 기초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라틴아메리카의 사례를 통해 오늘날의 사회현상에 레닌주의가 새롭게 조응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유교담론의 지형학
이승환 지음, 푸른숲, 2만원
한 때 『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와 같이 유교 살리기, 죽이기와 관련된 논의가 실린 책들이 유행했다. 그러나 동양철학을 전공한 저자는 유교에 대해 이런 이분법적 잣대를 들이대지 않고 유교와 관련된 다양한 담론들의 정치철학적 조건과 효과를 분석한다. 서양의 경우 유교에 대한 태도는 17세기 이후 동경에서 폄하로, 그리고 다시 동경으로 시대에 따라 변화했다. 이에 대해 저자는 서양의 시대적 상황과 서구의 오리엔탈리즘을 원인으로 지적한다. 유교에 대한 담론의 배경과 효과를 시대별, 지역별로 분석하고 있는 이 책은 궁극적으로는 유교가 다름과 다양성의 철학으로 나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우리안의 이분법
권용립 외 지음, 생각의 나무, 1만1천원
계간지 『당대비평』에서 민족과 반민족, 친미와 반미, 공익과 사익, 여성과 남성 등 여러 분야에 깔려있는 이분법적 인식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글들을 책으로 엮어냈다. 이러한 이분법적 인식의 구도에서 배제되거나 파괴되어 가는 것들에 대한 성찰과 비판이 엿보이는 책. 저자는 친미와 반미 문제의 사례에서 우리를 우리 외부의 시각으로 보려고 하는 근대적 컴플렉스가 양분법적 세계관을 초래했으며 외부에 대한 일방적 적대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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