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의 전달자를 넘어 참되고 현명한 ‘스승’으로

▲ © 타케시마 에미 기자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에는 오디세우스의 친구인 멘토르가 등장한다. 그는 트로이 전쟁에 참여한 오디세우스 대신 그의 아들 텔레마코스를 도왔는데, 이후에 텔레마코스의 수호신도 멘토르의 모습을 하고 그를 인도했다고 한다. 그 이후 멘토르는 ‘충실하고 현명한 스승’을 의미하는 말로 쓰이게 됐다.

‘스승’이라는 뜻의 단어 ‘멘토르’를 따 서울대출판부에서는 57명의 서울대 명예교수들의 글을 엮어 3권의 책을 펴냈다. 지난달 27일 출간된 ‘멘토르 시리즈’는 교수들이 학생시절부터 스승이 되기까지를 회고한 1권 『끝나지 않은 강의』, 평생의 스승이 됐던 분들에 관한 얘기를 담은 2권 『내 마음의 등불』, 그들에게 인식의 지평이 됐던 책에 대한 글을 엮은 3권 『다섯 수레의 책』으로 구성됐다.

이번 기획은 “한국 사회 변혁기에 리더 역할을 한 서울대 교수님들이 퇴임 후에도 후학들을 향한 열성을 보여주시면 좋을 것”이라는 박상철 교수(의예과)의 의견에 착안해 작년 5월부터 추진됐다. 멘토르 시리즈를 기획한 서울대출판부 출판기획과장 권영자씨는 “교수님들이 자신의 개인적인 이야기들을 들려줌으로써 학생들에게 강단에서 미처 전해주지 못한 ‘삶의 지혜’를 전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단에서 전하지 못한‘삶의 지혜’ 담겨 있어

얼마 전 세상을 떠나 주위를 안타깝게 했던 사회학계의 거목 고(故) 김진균 명예교수(사회학과). 그의 대학 시절 교육 환경은 전쟁의 폐허로 척박하기만 했다. 그런 상황에서 결성한 ‘한국사회학연구회’는 현재 한국 사회학계를 대표하는 학술단체로 자리잡았다. 군부독재에 대한 반대로 해직됐을 때도 그는 한국사회를 연구해 이론화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연구를 계속했다. 한평생 변혁과 실천을 고민해오며 “이 시기에 내가 교수로서 소임을 다하고 있는지 언제나 조심스럽게 반성한다”는 그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이현복 명예교수(언어학과)의 스승에 대한 기억은 서울대 문리과대학 언어학과 면접 시험장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면접 시험에서 영어 원서를 내 주며 읽어보라던 교수가 “내가 한 3개월쯤 품고 가르치면 아주 좋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바로 그 교수가 이 교수의 평생 스승이 된 김선기 교수님이였다고 한다. 이 교수는 “김선기 선생과 나는 음성학이라는 학문을 통해 긴밀한 관계를 맺어왔고, 이것이 내 인생의 행로를 결정했다”며 이후 유학시절까지 이어진 끈끈한 사제관계를 회고했다.

각기 다른 길을 걸어온 교수들의 ‘살아온 이야기’는 학생들이 기억하는 강의실에서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모습을 담고있다. “‘스승의 발자취’를 통해 젊은 학생들이 자신의 미래를 설계해 볼 수 있길 바란다”는 이현복 교수의 말처럼 이 책은 교수와 편안한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없는 대부분의 학생들에게 값진 경험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스승의 발자취 통해 자신의 미래 설계해 보길”

자칫 학생들에게 ‘교장선생님 훈화말씀’ 정도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는 이들의 목소리가 대학 교육에서 단절돼왔던 사제간의 대화라는 당초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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