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학은 환경을 망가뜨리기도, 치료하기도 한다. 공학이 산업 발달과정에서는 긍정적인 역할을 담당했지만 그 과정에서 생겨난 산업폐기물은 토양과 대기로 유출돼 환경문제를 발생시켰다. 공학이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지목받는 이유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 공학은 오염된 환경을 되살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대표적 예가 환경공학과 생태공학이다.

환경공학과 생태공학은 모두 환경오염을 해결하는 학문이지만 두 학문이 주목하는 대상은 다르다. 환경공학은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기술에 중점을 두지만 생태공학은 오염물질을 스스로 정화시킬 수 있는 생태계를 연구한다. 습지의 오염을 다룰 때 환경공학은 물리·화학적 기술을 이용해 습지의 오염물질을 제거하려는 반면 생태공학은 습지가 갖는 가치, 습지의 생물 서식처로서의 기능, 습지와 주변 환경과의 연계성까지 살펴 환경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환경공학은 위생공학에 뿌리를 두고 있다. 위생공학의 목표는 도시화로 인해 생겨난 유해 산업물질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시키는 것이다. 환경공학은 이같은 위생공학의 목표를 계승한다. 도시화와 산업화에서 생성된 화학물질들은 대기·토양·해양·수질오염을 발생시켰다. 환경공학은 생물학, 독성학, 토양학 등 여러 분야의 지식들을 응용해 오염된 환경을 복원하는 기술을 연구한다.

지난 5월 대한환경공학회 춘계학술연구발표회에서 발표된 고등기술연구원 이은실 연구원의 「전기화학적 방법에 의한 페놀함유 폐수의 처리 특성 연구」는 환경공학의 특성을 잘 보여준다. 고농도로 방출되는 페놀류 산업폐수는 생태계가 자연적으로 처리하기 힘든 오염물질이다. 이 연구원은 “기존의 페놀류 오염물질 처리 방법인 활성탄흡착법, 생분해법, 광화학적산화법 등은 페놀류를 독성이 더 강한 물질로 변화시킬 가능성이 있었다”며 이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전기화학적 공법으로 산업폐수에 포함된 페놀을 제거하는 방법을 소개했다”고 연구의 의의를 밝혔다.

최근 환경공학은 생명공학을 활용한 토양오염물질 제거 방법을 활발히 연구하고 있다. 로빈 태콘 교수(스위스 로잔대·미생물공학과)는 「페난트렌 이동 경로 탐색을 위한 새로운 녹색 형광 단백질 박테리아 바이오센서」라는 논문에서 오염물질의 이동을 확인 할 수 있는 방법을 제안했다. RP007 박테리아는 ‘페난트렌’이라는 오염물질을 분해할 수 있다. 생명공학기술을 이용해 이 박테리아에 녹색 빛을 발하는 물질인 GFP를 삽입하면 박테리아가 오염물질을 분해할 때 녹색 빛이 생긴다. 연구 결과 오염물질의 존재 여부를 판단하는 지표로 미생물이 쓰일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한편 생태공학은 인간만이 아닌 모든 종을 아우르는 생태계를 중심에 두고 환경문제를 바라본다. 이 때문에 생태공학자들은 생태계 종의 다양성을 가장 우선시한다. 국제생태공학회는 생태공학을 ‘생태학적 원리를 이용해 인간 환경과 자연 모두의 이익을 통합하기 위해 지속가능한 시스템을 디자인하는 기술’이라고 정의한다.

생태공학은 보존하려는 목표 종에 따라 다른 비오톱(Biotope)을 설계한다. 보통 목표 종은 그 개체수가 급격하게 줄어 멸종위기에 처해있는 동식물로 선정된다. 비오톱은 생물을 뜻하는 ‘Bio’와 서식지를 뜻하는 ‘Tope’의 합성어로, 생물의 서식지를 뜻한다. 각시붕어는 수심이 얕고 유속이 느린 곳에 서식하기 때문에 강물이 직선으로 흘러 유속이 빠른 곳에서는 각시붕어의 비오톱이 조성될 수 없다. 이런 이유로 생태공학자들은 각시붕어의 비오톱을 조성할 때 강의 흐름을 굽이치게 만들어 유속을 느리게 한다. 생태공학자들은 비오톱과 같은 생태공간을 설계할 때 생태학적인 관점뿐 아니라 공학적인 요소도 고려한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안홍규 연구원은 “생태공학은 하천에 물고기가 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길인 어도를 만들 때, 그 어류가 뛰어오르는 높이와 거리까지 계산한다”고 말했다.

현재 생태공학이 가장 많이 적용되고 있는 분야는 인공습지다. 생태공학은 인공습지를 조성해 질소나 인을 줄이고 다양한 합성물질의 분해를 막아 부영양화와 녹조현상을 방지한다. 습지 내에 존재하는 식물, 조류, 미생물이 오염물을 흡수하거나 분해해서 물을 깨끗하게 만드는 것이다. 또 습지로 인해 강이 흐르는 속도가 느려지면 오염물의 침전이나 흡착이 쉽게 일어난다. 실제로 수중 산소 농도를 낮춰 수중생태계를 무너뜨리는 유기질소가 습지에서는 화학반응을 통해 대기로 제거될 수 있는 질산염이 된다.

하지만 아직 생태공학은 극복해야할 과제가 많다. 강호정 교수(연세대·토목환경공학과)는 “생태계를 복원하
기 위해서는 에너지의 흐름과 물질 순환과 같은 생태계의 기능을 보다 깊이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생태계를 완전하게 이해하지 못한 채 생태공학을 활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이어 강 교수는 “지구온난화 등 전지구적 환경문제는 자연생태계를 이용해야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며 “생태계의 구조와 기능을 이용한 기술개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실 환경공학과 생태공학을 구분하는 명확한 기준은 없다. 남경필 교수(건설환경공학부)는 “초기 환경공학은 물리·화학적 기술을 이용해 오염물질을 제거하려 했지만 지금은 생물학적 기술까지 이용한다”며 “미생물을 이용한 환경공학은 생태공학과 명확히 구분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환경공학과 생태공학은 모두 환경문제 해결을 목표로 삼는다. 그만큼 두 학문이 상호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 토양오염 해결을 위해 환경공학을 연구하던 서울대 토양환경실험실이 ‘산업의 친환경성 확보를 위해 생태공학적 요소의 도입 방안’을 연구하는 등 환경공학과 생태공학은 접점을 찾아가고 있다.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환경공학만으로는 생태계의 복원을 담보할 수 없고 생태공학은 난분해성 물질을 제거하기 어렵다. 두 학문분야는 각자의 한계를 서로 보완해줄 수 있어 상호작용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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