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DNA 기본단위는 뉴클레오티드로서 A,G,C,I 4가지가 있다. 2. DNA는 뉴클레오티드가 마주보는 이중나선 구조를 갖고 있으며, 뉴클레오티드는 3개를 단위로 아미노산을 결정한다. 3. 단백질은 아미노산이 길게 연결된 사슬이다. © 그래픽: 타케시마 에미 기자

요즘 많이 사용되는 프로테옴(proteome)이라는 말은 단백질을 의미하는 protein과 -ome을 합쳐 만든 단어로서 어느 한 세포나 생명체가 만들어내는 수많은 단백질들을 통칭하는 표현이다. 프로테오믹스는 단백질을 총체적 입장에서 연구하는 분야를 일컫는다. 

유전자란 단백질을 만드는 데 필요한 기본적인 소프트웨어이다. 유전자는 ‘뉴클레오티드‘란 물질이 길게 연결되어 있는 사슬형태를 띄고 있는데 화학적으로는 이를 DNA라 부른다. 뉴클레오티드에는 염기성분에 따라 A, G, C, T의 네 종류가 있다(그림). 인간은 32억 개의 뉴클레오티드로 구성된 유전정보를 가지고 있다. 

단백질도 긴 사슬 형태를 이루는데, 이 경우에는 아미노산이라는 물질이 기본단위이다. 아미노산에는 20가지가 있어 이들이 다양한 순서로 배열되며 여러 종류의 단백질이 만들어진다(그림). 길이도 십 수개에서 수 천개의 아미노산에 이르는 등 다양하다.  

유전자는 A, G, C, T가 배열되어 있는 순서에 따라 단백질의 종류, 생산량, 생산 시기, 생산 장소를 결정한다. 예를 들어 EPO라는 단백질은 166개의 아미노산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는 적혈구의 생산에 필요한 호르몬이다. 이 유전자는 우리 몸에서 산소나 적혈구 숫자가 부족하면 신장세포에서 EPO를 만들도록 지시한다. 

인간 지놈 프로젝트의 결과에 따르면 우리 몸에는 약 4만 개의 유전자가 있다고 한다. 하등동물인 초파리의 유전자 수가 1만4천 개 정도임을 감안할 때 결코 많은 숫자가 아니다.

적은 수의 유전자로 어떻게 인간과 같이 복잡한 생명체가 형성될 수 있는지에 관한 여러 이론이 있으나 그중 하나는 네트워크의 복잡성이다. 즉 인간은 유전자의 수가 적지만 이 유전자들간의 상호작용이 훨씬 더 복잡하게 얽혀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인간의 유전병 중에는 ‘레쉬니한증후군‘이라는 것이 있는데 이는 HGPRT라는 유전자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이 단백질은 원래 핵산대사에 관여하는데 이것에 문제가 있는 어린이는 자해, 공격성, 강박관념 등 각종 정신질환에 시달리게 된다. 이 단백질이 다른 단백질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정신과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인간의 경우에는 한 개 유전자에서 여러 종류의 단백질이 만들어질 수 있어 단백질의 실제 수는 10만 개가 넘을지도 모른다는 설도 있다. 

이제 상당히 많은 생명체의 지놈이 해독되었다. A, G, C, T의 순서가 결정되었고 따라서 어떤 단백질이 만들어질 수 있는가를 예측할 수 있는 정보가 구축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염기서열의 순서만으로는 얼마나 많은 양의 단백질들이 언제 어디에서 만들어지는지, 또한 서로 간에는 어떤 대화를 나누는지 추측하기 는 어렵다. 

프로테옴에 대한 연구가 주목 받는 것은 개별 단백질뿐만 아니라 세포에서 만들어지는 여러 종류의 단백질들을 총체적으로 분석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쥐에게 특정 약품을 투여하거나 스트레스를 주고 그로 인해 생체 내의 단백질들에 어떤 변화가 오는지를 분석할 수 있다. 예전에는 겨우 1~2개 단백질에 대해서만 연구가 가능했지만 이제는 프로테옴 분석기술을 사용해 한꺼번에 수천여개를 조사할 수 있다. 생체기능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프로테옴에 대한 연구는 전인미답(前人未踏)으로 남아있는 생명과학의 많은 분야들을 이해할 수 있게 해줄 것이다.  

김선영 (자연대 교수생명과학부 )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